교황, 트럼프 반이민 정책 '비인간적' 이례적 직격

  • 백악관 "트럼프, 국민과의 약속 지킬 뿐" 정당화

레오 14세 교황 사진AFP·연합뉴스
레오 14세 교황 [사진=AFP·연합뉴스]


레오 14세 교황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의 강경한 이민정책에 대해 '비인간적'이라고 공개 비판했다. 로이터통신은 이번 발언이 교황이 즉위한 이후 가장 강한 어조의 비판이라며 이례적이라고 평가했다.
 
지난달 30일(현지시간) 로이터에 따르면 교황은 이날 이탈리아 로마 근교 카스텔 간돌포에서 기자들 앞에서 "낙태에 반대하지만 미국 내 이민자들에 대한 비인간적인 처우에 찬성하는 사람이 생명을 존중하는 것인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그는 이날 미국 시카고 대교구가 딕 더빈 상원의원(민주·일리노이)에게 이민 문제 공로를 인정해 '평생 공로상'을 수여하기로 한 결정에 대해 질문을 받았다. 더빈 상원의원은 낙태권 찬성론자로 알려졌고 수상을 두고 미국 내 가톨릭교회 보수파를 중심으로 반발이 일어났다.
 
교황은 이에 대해 "더빈 상원의원이 40년 동안 미국 상원에서 해온 전반적인 활동을 살펴보는 것이 중요하다"면서도 "낙태에는 반대하면서 사형제도에 찬성하는 것은 진정한 생명 존중이 아니다"고 지적했다.
 
그는 "그 결정의 어려움과 긴장을 이해하지만, 과거에도 말했듯이 교회의 가르침과 관련된 많은 문제를 함께 살펴보는 것이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이러한 정책이 가톨릭 교회의 생명 존중 교리와 부합하는지 의문이라는 것이다.
 
이에 대해 애비게일 잭슨 백악관 부대변인은 성명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범죄를 저지른 불법 이민자를 추방하겠다는 미국 국민과의 약속을 지키고 있다"고 반박했다.
 
다만 더빈 상원의원은 이날 시카고 대교구 측에 '평생 공로상' 수상을 정중히 사양했다고 미국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가 전했다.
 
레오 14세는 지난 5월 프란치스코 교황 뒤를 이어 선출된 가톨릭교회 역사상 첫 미국인 출신 교황이다. 전임 교황이 트럼프 정책을 직설적으로 비판했던 것과 달리 그는 비교적 신중한 태도를 보여왔다는 점에서 이번 발언은 의미가 크다.
 
한편, 레오 14세 교황은 영화 '터미네이터'의 주연으로 유명한 아널드 슈워제네거 전 캘리포니아 주지사와 기후 위기 공동 대응에 나선다. AFP 통신에 따르면 오는 1일부터 사흘간 카스텔 간돌포에서 열리는 '기후 정의를 위한 희망 고취' 콘퍼런스에는 교황이 참석하고, 슈워제네거 전 지사가 특별 연사로 나선다.
 
액션 배우에서 환경 운동가로 변신한 슈워제네거는 이날 바티칸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14억 가톨릭 신자 한 명 한 명이 환경을 위한 십자군이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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