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임시완 "'사마귀', 운명 같은 작품…'길복순' 때 점지 받았죠"

넷플릭스 사마귀 배우 임시완 사진넷플릭스
넷플릭스 '사마귀' 배우 임시완 [사진=넷플릭스]
"길복순을 촬영하면서 그 말씀을 주셨어요. 사마귀라는 인물이 나오는데, 목소리 특별출연을 해달라고요. 그게 나중에는 편집되긴 했지만 언젠가 사마귀 스핀오프가 있다면 임시완 씨 당신이라는 이야기를 들었어요. 그 말을 듣고 '운명이 점지된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죠. 내가 사마귀구나."

임시완은 넷플릭스 영화 '사마귀'를 자신의 운명처럼 받아들였다.

살인청부업계의 질서가 무너진 세계에서, 긴 휴가를 마친 A급 킬러 '사마귀'가 돌아온다. 그 앞에는 훈련생 시절부터 경쟁 관계였던 동기 '재이', 그리고 은퇴한 전설의 킬러 '독고'가 있다. 세 인물의 팽팽한 대결 속에서 영화는 피로 얼룩진 잔혹함과 함께 이상하리만치 고요한 생존의 정서를 그린다.

'사마귀'는 영화 '길복순'의 세계관을 확장한 스핀오프다. '휴가 중인 사마귀도 돌아오면 세대교체 해야지'라는 짧은 대사로만 존재했던 이름이 이번 작품에서 비로소 숨을 얻었다. 그리고 그 숨을 불어넣은 이는 임시완이었다. 그는 이름만 남은 인물에게 생명과 감정을 입히며, 잔혹한 세계의 중심에서 또 한 번 새로운 얼굴을 만들어냈다.

"액션 부분을 좀 더 잘할 수 있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남아요. 언젠가 액션 신이 있을 걸 대비해서 복싱이랑 킥복싱을 배우면서 몸을 만들어왔고, 이번 작품에 들어가서는 액션 스쿨도 꾸준히 다녔어요. 하지만 막상 완성된 장면을 보니 '조금만 더 다듬었으면' 하는 아쉬움이 남더라고요."

액션 장면은 '사마귀'라는 캐릭터의 핵심이기도 했다. 하지만 임시완은 그 완성도를 두고도 현실적으로 자신을 냉정히 바라봤다. "액션 배우분들처럼 완벽하게 소화했더라면 액션을 더 추가하지 않았을까 싶어요. 오히려 제 액션이 완벽하지 않으니까 그걸 가리기 위해 분량을 조절한 게 아닐까 생각도 했죠."

그는 이번 영화의 액션을 단순한 싸움이 아닌 콘셉트로 접근했다고 말했다. "저는 이번 액션의 콘셉트를 만화 같다고 생각했어요. 거기엔 춤 같은 동작도 들어가고, 와이어를 타고 날아다니는 장면도 있거든요. 그런 걸 보면서 '아, 감독님이 바라는 건 리얼리즘이 아니라 만화적인 액션이구나'라는 걸 느꼈어요."
 
넷플릭스 사마귀 배우 임시완 사진넷플릭스
넷플릭스 '사마귀' 배우 임시완 [사진=넷플릭스]

'길복순' 속 짧은 언급으로만 존재했던 '사마귀'는 임시완에게도 처음엔 추상적인 이미지에 가까웠다. 이름 외에는 어떤 정보도 주어지지 않았기에, 그는 대본을 만나면서부터 캐릭터의 살과 뼈를 스스로 만들어갔다.

"그 당시에는 사마귀가 어떤 인물일지 잘 모르겠었어요. 추상적인 이미지였는데 대본을 만나면서 구체화된 거죠. 대본을 보면서 캐릭터를 만들어갔는데, 일맥상통한 부분은 있었어요. 소위 붕붕 뜨고, 유난 떨고, 설레발 치는 그런 인물에 가깝다는 생각이 들었거든요. 그래서 대본 속 사마귀만 놓고 비교하기는 어렵지만, 이번에는 조금 더 천박하고 양스러운 끼가 있는 캐릭터로 표현해야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영화를 본 관객들 사이에서는 '사마귀'가 누아르보다 로맨스에 가깝다는 반응도 적지 않았다. 냉혈한 킬러의 세계 속에서도 인물 간의 관계성이 유독 섬세하게 그려졌기 때문이다. 임시완 역시 그 해석에 고개를 끄덕였다.

"충분히 그런 생각을 할 수 있을 것 같아요. 관계성 자체가 재이와 한울이 서로에 대한 어떤 사랑의 감정을 가지고 있었으니까요. 그게 은연중에 표출된 부분이 있었던 것 같아요. 감독님도 그런 감정선에 섬세하신 분이더라고요. 감정의 결을 궁금해하시기도 하고, 그런 미묘한 흐름에 흥미를 느끼시기도 했어요. 한울과 재이가 감정적인 대사를 주고받을 때마다 제가 테이크마다 조금씩 다른 감정을 표현하면 감독님이 그걸 바로 캐치해서 '이 부분 좋았다'고 구체적으로 짚어주시더라고요."
 
넷플릭스 사마귀 배우 임시완 사진넷플릭스
넷플릭스 '사마귀' 배우 임시완 [사진=넷플릭스]

'사마귀'의 액션은 단순한 몸짓이 아닌 완전한 신체의 언어였다. 임시완은 촬영이 확정되자마자 곧바로 몸을 만들기 시작했다.

"결정되고 나서 바로 액션 연습을 시작했어요. 액션 스쿨에 다녔는데 한 2~3개월 정도였던 것 같아요. 서울액션 파주에 있는 곳이었는데, 거기서 함께 훈련하고 연습했어요. 그중 한 친구가 거의 밀착 마크하듯이 저를 챙겨줬고 애착을 가지고 가르쳐줬어요. 언젠가 액션 신이 있을 걸 대비해서 킥복싱을 배웠다고 했잖아요? 근데 그게 전혀 통하지 않더라고요. 복싱이랑은 완전히 달랐어요. 그래서 또 새롭게 배워야 했죠. 새로운 영역이니까 익숙해지기까지 시간이 오래 걸렸어요."

'사마귀' 현장은 젊은 에너지와 노련한 내공이 공존했다. 임시완은 함께한 배우들에 대해 "배움이 많았다"는 말로 시작했다.

"박규영은 제 액션 스쿨 메이트예요. 정말 같이 많이 다녔고, 근면한 배우예요. 액션 스쿨에 가는 날이면 PT도 같이 하면서 운동했어요. 근면성실함으로는 최고 점수를 줄 수 있는 배우라고 생각해요. 조우진 형님은 제가 작품을 보다가도 '이 작품 재밌겠다' 하고 보면 어김없이 나오시더라고요. 그 정도로 다작하시는 배우세요. 그런데 다작하는 배우에게는 자기 복제라는 위험이 따르잖아요. 저는 그런 부분을 냉정하게 바라보려고 해요. 그런데 우진 선배님은 지금까지 단 한 번도 자신의 특장점을 반복하는 연기를 하신 적이 없어요. 그 점에서 정말 정답에 가까운 배우라고 생각했고, 꼭 함께 호흡을 맞춰보고 싶었어요. 선배님은 정말 교과서적인 분이에요. 대본에 충실하고, 집중할 때는 완전히 집중하고, 분위기를 풀어야 할 땐 또 자연스럽게 풀 줄 아세요. '이건 굳이 내가 안 해도 되잖아?' 싶은 일도 절대 놓치지 않고 하세요. 그런 부분을 보면서 선배님의 원동력이 뭘까, 왜 늘 에너지가 있는지 생각하게 됐어요."

'사마귀'에는 이미 한 차례 인연을 맺은 배우들과의 재회가 있었다. 임시완은 설경구와 다시 마주한 순간을 "반가움과 안도감"으로 표현했다.

"경구 선배님이랑은 ('불한당'을) 같이 해봤으니까, 다시 만났을 때 반가웠어요. 이 작품은 제가 혼자 짊어져야 하는 비중이 상대적으로 큰 편이라 부담이 있었거든요. 그런데 선배님이 함께하신다는 것만으로도 짐이 덜어지는 기분이 들었어요. 전도연 선배님은 두 번째 작품이긴 하지만 대사를 맞춘 건 이번이 처음이에요. 그게 저한테는 정말 큰 영광이었어요."

배우로서 또 가수로서의 임시완은 여전히 두 세계를 동시에 품고 있었다. 드라마와 영화를 오가며 탄탄한 배우로 자리 잡은 지금도 그는 "가수를 포기한 적이 없다"고 단호히 말했다.

"앨범 이야기를 하자면, 저는 가수를 포기한 적이 없어요. 가수를 끝까지 가지고 가야겠다고 생각했어요. 만약 그걸 버리고 부정한다면, 제가 몸담았던 20대를 스스로 부정하는 거잖아요. 그러고 싶지 않았어요. 그래서 이번에는 앨범을 제대로 내야겠다고 마음먹었고, 마침 작품을 결정하지 않은 지금이 적기라고 생각했어요. 팬들과 조금 더 가까이 만날 수 있는 계기가 되면 좋겠다는 기대감도 있고요."
넷플릭스 사마귀 배우 임시완 사진넷플릭스
넷플릭스 '사마귀' 배우 임시완 [사진=넷플릭스]

이번 앨범은 단순한 '노래 발매'가 아니라, 오랜 시간 다듬어온 '복귀의 첫 장'이다.

"아무 노래나 내는 건 절대 아니에요. 지금은 음반 활동을 위해 별도의 계약을 맺고 전문가들과 함께하고 있어요. 아직은 제 감각을 드러내기보다는, 전문가들이 세팅한 방향을 잘 따라가는 단계예요. 대신 길게 봤을 때는 제 가치관과 감각, 그리고 성향을 자연스럽게 드러낼 수 있는 작업을 해보고 싶어요. 그게 최종 목표예요."

차기작에 대한 질문에 임시완은 신중하면서도 솔직했다. 수많은 제안이 오가고 있지만, 아직 결정을 내리진 않았다고 했다.

"아직 결정은 안 했어요. 다만 '오징어 게임' 때 생긴 저에 대한 이미지, 그걸 조금 씻어내고 싶다는 생각은 여전히 유효해요. 한동안은 그런 악역 제안이 많았거든요. 그게 트라우마처럼 남기도 했어요. 하하. 그래서 이번엔 조금 더 밝고 명랑한 작품을 하고 싶어요. 로맨틱 코미디 같은 장르요. 악역의 긴장감보다는 사람 냄새 나는, 웃을 수 있는 이야기를 해보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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