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내에서도 시청률과 화제성 모두 가파른 상승세를 보였다. 굿데이터코퍼레이션 펀덱스(FUNdex) 기준 6주 연속 TV-OTT 통합 화제성 1위, 한국갤럽 '9월 한국인이 좋아하는 방송영상프로그램' 1위까지. 그 중심에는 배우 임윤아가 있었다. 촬영 전부터 남자 주인공 교체 등 작품 안팎의 잡음이 이어졌지만, 그는 흔들림 없이 중심을 지켜냈다. 불안한 출발을 단단한 성취로 바꿔낸 임윤아의 존재감은, '폭군의 셰프'를 글로벌 히트작으로 완성시킨 결정적 힘이었다.
"너무 큰 사랑을 주셔서 감사한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어요. 아직도 그만큼의 성적을 체감하고 있지는 못한 것 같아요. 숫자들이 너무 머나먼 일처럼 느껴진달까요. 얼떨떨하기도 하고요."
시청률과 화제성, 그리고 글로벌 지표까지 완벽히 장악한 '폭군의 셰프'. 임윤아는 요란한 수식어 대신, 현실 속에서 마주한 반응들을 더 소중하게 느끼고 있었다.

그에게 '폭군의 셰프'는 단순한 작품 이상의 시간이자, 삶의 일부였다. 촬영지에서 보낸 계절이 쌓여 기억이 되었고 인물의 감정선은 어느새 그의 일상 깊숙이 스며들었다. 임윤아는 그 시간들을 "그저 지나간 촬영이 아니라, 나라는 사람을 단단하게 만든 여정이었다"고 회상했다.
"유독 이 작품은 떠올리면 찡한 감정이 들어요. 내용적으로도 감정선이 울컥하는 순간들이 많았지만, 지방을 오가며 오랜 시간 촬영했던 기억들이 커서 그런 것 같아요. 요리라는 새로운 분야를 준비해야 했던 과정도 만만치 않았고요. 그 모든 시간들이 쌓여 지금의 결과로 이어졌다는 게 정말 벅차고 감사해요."
'빅마우스', '킹더랜드', '폭군의 셰프'까지 3연속 드라마를 흥행 시켰다. 쉽지 않은 기록이지만, 임윤아는 결과보다 과정에 더 큰 의미를 두고 있었다.
"세 작품이 연달아 좋은 성적을 거두어서 정말 감사해요. '킹더랜드'로 넷플릭스 1위를 경험했는데 '폭군의 셰프'까지 이어질 줄은 몰랐어요. 두 작품 모두 전 세계적으로 많은 사랑을 받았다는 게 놀라우면서도 참 신기한 일 같아요. 좋은 작품을 만나는 것도 중요하지만 함께 호흡을 맞추는 배우들과의 인연이 만들어낸 결과라고 생각해요. 앞으로도 그런 호흡을 잘 이어가면서 다양한 모습으로 찾아뵐 수 있다는 게 감사해요."
극 중 임윤아가 연기한 '연지영'은 현대에서 조선으로 타임슬립한 셰프이자, 주체적이고 당찬 인물이다. 그는 인물의 능력과 성격이 단순한 설정으로 그려지지 않길 바랐다.
"연지영의 성격적인 부분이 잘 표현되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그 성격에 걸맞게 셰프로서의 실력도 시청자들이 한눈에 몰입할 만큼 진정성 있게 보여지기를 바랐고요. 로맨스 부분에서는 지영이가 현대에서 온 인물이기 때문에 이헌을 알고 있음에도 바로 사랑에 빠질 수는 없다고 봤어요. 낯선 시대에 떨어져 정신없이 상황을 받아들이는 인물이니까요. 폭군이지만, 지영이는 그 안에서 이헌의 다른 면을 발견해요. 따뜻함, 상처, 그리고 사람에 대한 진심 같은 것들이요. 그런 걸 알아가면서 점점 마음을 열고, 그 시대에 적응해가는 인물이라고 생각했어요. 여러모로 복잡한 감정선이지만, 연지영의 씩씩한 면모가 이야기를 단단하게 붙잡아준 것 같아요. 그래서 저 역시 다양한 모습을 보여드릴 수 있었던 캐릭터라고 생각해요."

임윤아는 '폭군의 셰프'를 통해 한층 넓어진 시야를 얻었다. 주연 배우로서 작품의 중심을 이끌며, 단순히 자신의 연기뿐 아니라 현장의 호흡과 전체 리듬을 바라보는 눈이 생겼다.
"그동안 주인공으로 나선 작품들도 있었지만, 이번처럼 화자의 위치에서 이야기를 이끌어가는 작품은 또 다른 경험이었어요. 전체를 보는 시야가 조금 더 열리는 느낌이었죠. 어떤 작품이든 함께 호흡하는 상대와의 케미가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이번에는 후배이자 연하인 파트너였지만, 성숙한 면이 많고 준비도 철저해서 촬영 내내 집중력이 대단했어요. 두 사람의 호흡이 중요하다고 생각했는데, 그 지점에서 '내가 혼자 이끌어가는 게 아니라 함께 만들어가는 거구나' 하는 걸 새삼 느꼈어요."
남자 배우 교체라는 변수 속에서도 그는 흔들림 없이 현장을 지켰다. 주연으로서의 부담감보다 작품을 완성시키겠다는 책임이 컸다.
"상대 배우와의 호흡은 결국 현장에서 맞춰가는 게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교체 이슈는 촬영 전에 생긴 일이었고, 준비해야 할 몫이 많았죠. 그래서 저는 연지영을 완성하기 위한 제 공부에 집중했어요. 현장에서 여러 부분을 만들어가면서도 준비해야 할 게 많았는데, 그걸 다 장착하고 현장에 나타난 채민 씨를 보고 '정말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고맙기도 했고요. 이헌과 지영의 케미를 좋게 봐주셔서 정말 감사해요."
그는 고초 끝에 얻은 성과에 대해 "결국 다 이유가 있었다"고 웃었다. 추위와 더위, 긴 지방 촬영, 요리라는 낯선 도전까지 모든 순간이 작품의 일부가 되었다.
"촬영 전에는 요리 부분을 익숙하게 만드는 게 가장 큰 숙제였어요. 칼질부터 불 조절까지 실제로 해보며 손에 익히는 데 시간을 많이 썼어요. 촬영은 한겨울부터 한여름까지 이어졌고, 겨울엔 얇은 길금이 옷을 입고 여름엔 겹겹이 숙수복을 입었죠. 아궁이 불도 직접 땠어요. 추위와 더위를 오가며 지방 촬영을 다니다 보니 피곤할 때도 많았지만, 감독님께서 찍은 장면들을 거의 다 살리시더라고요. 완성된 결과를 보고 나니까 '왜 다들 장태유 감독님, 장태유 하는지 알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힘들었지만 결과가 좋았고, 작품이 사랑받아서 정말 뿌듯해요."

세 작품 연속 흥행이라는 기록 앞에서도 임윤아는 담담했다. 성과를 자랑하기보다, 자신이 걸어온 과정과 앞으로의 방향을 더 오래 바라봤다.
"세 작품이 연달아 좋은 성적을 거둔 게 아직도 믿기지 않아요. 그 모든 시간과 결과들이 꿈같아요. 그렇다고 해서 달라지는 건 없어요. 작품을 선택할 때 성적을 보고 결정한 적은 없으니까요. 그런 건 제 영역이 아니라고 생각해요. 앞으로도 지금처럼, 본능적으로 끌리거나 흥미가 느껴지는 작품이라면 망설이지 않을 거예요. 결과가 지금처럼 좋다면 더할 나위 없겠지만, 그렇지 않더라도 그 안에서 저만의 성장을 찾을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해요. 그래서 크게 부담은 느끼지 않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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