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픈AI의 영상 인공지능(AI) 앱 '소라'가 출시 5일 만에 다운로드 100만건을 돌파하면서 AI 영상의 저작권 침해 논란이 거세지고 있다. 이에 오픈AI는 저작권자 허락 없이 저작물을 무단 사용할 수 없도록 '옵트인'을 적용했으나 딥페이크 문제는 여전히 풀리지 않는 숙제로 남아 있다.
12일 오픈AI는 AI 영상 제작 모델 소라에 저작권 관련 '옵트인'을 방식을 도입한다고 밝혔다. 옵트인은 저작권자에게 명시적 허가를 받은 후에 해당 저작권을 활용한 콘텐츠를 생성할 수 있다. 지난달 30일 내놓은 영상생성모델 소라2의 저작권 문제가 불거지자 이러한 정책으로 전환한 것이다. 기존에는 제작권자가 별도로 거부 의사를 밝히지 않으면 AI 학습에 콘텐츠를 활용할 수 있는 '옵트아웃' 방식이 적용됐다.
소라는 오픈AI가 지난달 30일 출시한 이후 줄곧 화제가 되고 있다. 이용자가 텍스트 프롬프트를 입력하면 짧은 영상을 생성할 수 있고, 기존 SNS 플랫폼처럼 관심사와 주제에 따른 맞춤형 콘텐츠가 제공된다. 틱톡이나 인스타그램 릴스와 비슷한데 AI가 만든 영상만 제공한다는 점이 차이다. 오픈AI의 최신 영상 모델 '소라2'를 기반으로 한다. 소라2는 기술적 측면에서 기본 모델보다 한층 정교하고 강력해졌다는 평가를 받는다.
소라는 SNS 특성상 이용자들의 접근성을 한층 높였다. 이용자의 초대 코드를 통해 이용 가능하고, 기종과 지역 제한이 있음에도 출시 5일 만에 다운로드 100만건을 기록할 정도로 폭발적인 인기를 끌고 있다.
이에 따라 저작권과 같은 법적 문제와 윤리적 문제가 크게 불거졌다. 소라2가 만든 영상에는 닌텐도, 포켓몬, 원피스, 지브리, 마리오 등 유명 캐릭터들이 등장한다. 마이클 잭슨, 스티븐 호킹 등 유명 인사들이 희화화된 모습으로 표현되기도 했다. 마이클 잭슨이 미국 치킨 프랜차이즈 KFC 치킨을 들고 춤을 추는 모습이나 스티븐 호킹이 휠체어를 타고 아인슈타인과 레슬링 경기를 벌이는 영상이 대표적이다.
이와 관련해 미국영화협회(MPA)는 지난 6일 "소라2 출시 이후 오픈AI의 서비스와 SNS 전반에서 회원사들의 영화, TV 프로그램, 캐릭터를 침해하는 영상이 급속히 확산하고 있다"면서 "오픈AI는 즉각적이고 단호한 조처를 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또 고인이 된 배우 로빈 윌리엄스의 AI 영상이 무분별하게 확산되자 그의 딸인 젤다 윌리엄스는 "선친을 AI로 재현한 영상을 더는 보내지 말아 달라"고 공개적으로 호소한 바 있다.
생성형 AI의 저작권 침해 문제는 이전부터 있었다. 소라의 폭발적 성장세에 따라 해당 이슈가 재점화된 것이다. 앞서 디즈니와 유니버설은 지난 6월 AI 이미지 생성 업체 미드저니를 상대로 저작권 무단 사용 소송을 제기했다. 이들은 미드저니가 자사 영화의 캐릭터를 무단으로 AI 학습과 생성에 사용했다고 주장했다. 디즈니는 지난달 AI 스타트업 캐릭터.AI에도 "무단으로 저작권 캐릭터를 사용하는 행위를 중단하라"는 경고장을 발송했다.
논란이 확산되자 오픈AI가 적극적인 조치에 나섰다. 현재 소라 버전에선 유명인이나 공인의 얼굴을 임의로 생성할 수 없다. 사망한 인물은 유족이나 공식 대리인의 요청이 들어오면 자동으로 차단되고 닌텐도, 디즈니 등과 연관된 캐릭터 생성 역시 불가능하도록 설정됐다.
앞서 샘 올트먼 오픈AI 최고경영자(CEO)는 블로그를 통해 "저작권자에게 캐릭터 사용 방식에 대한 ‘세밀한 통제권을 제공하겠다"며 "창작자가 본인 캐릭터를 전혀 사용하지 못하게 하거나 특정 상황에서만 허용할 수 있도록 설정 기능을 추가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바룬 셰티 오픈AI 미디어 파트너십 책임자도 "저작권자 요청이 있으면 소라에서 해당 캐릭터를 차단하고 삭제 요청에 대응할 것"이라며 "권리 보유자와 협력하겠다"고 밝혔다.
이러한 조치로 저작권 문제는 어느 정도 해소될 수 있으나 딥페이크와 같은 윤리적 문제는 여전하다. 시위, 폭발, 범죄 장면 등 실제로 일어나지 않았지만 현실감 있는 영상이 대량으로 만들어지면서 사회적 우려가 커지고 있다.
테크크런치는 "오픈AI의 새 소셜앱에는 무서운 올트먼의 딥페이크가 가득하다"고 했다. 뉴욕타임스는 "(소라 앱의) 심각한 문제는 사람들 모습을 빠르고 쉽게 영상으로 생성할 수 있게 되면 허위 정보에 기름을 붓는 격이 될 수 있다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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