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근 기업 현장을 필두로 총수와 경영진, 투자자, 산업계 전반이 '위기 극복과 성장 전략' 수립에 총력을 다하고 있다. 역사적으로 경영진의 과감한 결정과 핵심 사업 재편, 신사업 투자는 기업의 운명을 바꾸고 산업 지형을 뒤흔드는 원동력이 돼왔다. 전통 사업 안정성과 신사업 도전, 정책과 글로벌 경기 변동 대응, 위기 속 책임 분담 등은 기업 경쟁력의 핵심 요소로 작용한다. 이번 시리즈에서는 기업별 위기 극복 사례와 신사업 도전 과정을 조명하며, 불확실성 시대 기업이 생존과 도약을 위해 필요한 용기와 실행력을 살펴본다.
"경영이란 결국 보잘것없는 콩 한 알 한 알이 모여 한 말을 이루고, 그 말이 차곡차곡 쌓여 큰 산이 되는 것이다."
박승직 두산그룹 창업주의 이 비유는 지난 100년간 두산이 위기 때마다 사업 구조를 재편하며 생존해온 과정을 상징한다. 작은 도전과 꾸준한 실행으로 위기를 기회로 바꿔온 '생존 DNA'는 지금도 유효하다.
재계 관계자들에 따르면 1990년대 낙동강 페놀 유출 파동으로 두산이 사회적 지탄에 직면했던 때를 최대 위기로 기억하는 이들이 많다. 당시 두산은 맥주·소주와 두산타워 패션 등 소비재 중심 기업이었다. 소비자 불매 운동과 이에 따른 실적 악화로 그룹 전체 부채비율은 625%까지 치솟았다.
결국 두산은 소비재 사업을 과감히 정리하고 엔진·에너지·건설장비 등 중공업 중심으로 사업 포트폴리오를 전환하며 첫 번째 변신을 꾀했다.
이후 2010년대 후반부터 2020년대 초까지 글로벌 건설 경기 침체와 코로나19 여파로 두산인프라코어를 비롯해 주력 계열사들의 실적 부진이 이어졌다. 두산은 유동성 확보를 위해 인프라코어를 HD현대에 매각할 수밖에 없었다. 이를 계기로 두산중공업을 두산에너빌리티로 개편하고 에너지·가스터빈·소형모듈형원전(SMR) 등 사업에 진출하며 두 번째 변신을 추진했다. 다만 캐시카우 역할을 하던 계열사를 잃으면서 그룹 규모가 축소되는 것은 피할 수 없었다.

현재 두산이 직면한 세 번째 위기는 과거와 결이 다르다는 평가가 나온다. 두산에너빌리티는 여전히 그룹의 버팀목이지만 수익성이 안정적이지 않다. 원자력·가스터빈·복합화력 EPC(설계·조달·시공) 신규 수주로 7조1000억원가량을 확보하며 재무 안정성을 입증했지만 이재명 정부의 친환경 에너지 중심 정책과는 거리가 있다.
반도체 분야 등 새로운 인수합병(M&A)을 기획하며 미래 먹거리 찾기에 나선 배경이다. ㈜두산 내 전자BG 사업과 2022년 인수한 반도체 테스트 전문 기업인 두산테스나가 대표적이다. 두산은 시장에 매물로 나온 국내 최대 반도체 웨이퍼 업체인 SK실트론 인수에도 관심을 보이고 있다.
재계 관계자는 "두산의 이번 위기는 기존 사업이 안정적이지 않고 신사업 실적도 뒷받침되지 않는 구조적 문제에서 비롯된다"며 "신사업 성장이 지체되고 있는 만큼 신구 사업 간 균형을 맞추며 버티는 전략이 절실한 시점"이라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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