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화그룹이 중국과 남중국해 영유권 갈등을 겪고 있는 필리핀에 신형 대함미사일 판매를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중국의 한화오션 제재 발표와 같은 시기에 이 같은 움직임이 알려지면서 한국이 미국의 인도·태평양 전략 내 핵심 방위 파트너로 부상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14일(현지시간) 프랑스매체 해군뉴스(Naval News)에 따르면 한화그룹 관계자는 미국에서 열린 미육군협회 주최 행사에서 "대함 능력을 추구하는 고객 수요 증가에 대응해 현재 '천무 전술미사일-대함 탄도미사일(CTM-ASBM)'을 개발 중"이라면서 "필리핀 같은 섬나라나 해안선이 긴 유럽 국가 등이 잠재 고객"이라고 설명했다.
CTM-ASBM은 2028년 개발 완료 예정으로 160킬로미터(km)의 사거리를 가지며 해상 표적을 정밀 타격할 수 있는 차세대 무기체계다. 한화는 이동식 다연장로켓 K239 천무의 판매도 함께 제안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러한 한화의 행보는 이날 중국이 한화오션의 미국 자회사인 한화필리조선소 등을 제재 대상으로 발표한 시점과 겹친다. 중국 상무부는 제재 이유에 대해 한화오션 자회사들이 미국의 무역법 301조 조사에 협조해 중국의 주권과 안보, 발전이익을 해쳤다고 주장했다.
홍콩매체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전문가 견해를 인용해 한국이 미국의 인도·태평양 전략을 지지하며 지역 내 역할을 강화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미 싱크탱크 허드슨연구소 리제로테 오자드 선임연구원은 "중국의 해상 팽창에 맞서 (미국의) 지역 동맹을 지원하려는 한국의 의사(를 보여준다)"면서 인도·태평양 방어에서 한국의 역할이 커질 수 있다고 봤다.
이어 필리핀이 한화 측 판매 제안을 수락할 경우 베트남·인도네시아 등도 유사한 시스템 도입에 나설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싱가포르 난양공대 라자라트남 국제연구원(RSIS)의 콜린 코 선임연구원은 한국의 마스가 프로젝트 추진에 대해 단순한 관세 대응일 뿐만 아니라 한미 동맹에 새로운 활기를 불어넣기 위한 것일 수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한국이 중국 측 제재 때문에 마스가 프로젝트에서 후퇴할 경우 미국과의 관계가 어려워질 수 있다면서, 중국의 이번 제재는 한미 관계에 틈을 벌리기 위한 것일 수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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