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기고] 일본의 기초과학 분야 노벨상 수상이 부러운 이유

이부형 현대경제연구원 이사 사진아주경제DB
이부형 현대경제연구원 이사 [사진=아주경제DB]

지난 10월 13일 노벨경제학상을 끝으로 올해 노벨상 수상자 발표가 마무리됨과 동시에 국내에서는 한바탕 소란이 일었다. 경쟁국인 일본은 노벨 생리의학상과 화학상 수상자를 동시에 탄생시키면서 기초과학 분야에서만 26번째 수상이 이루어진 반면 같은 분야에서 우리나라는 한 번도 수상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더군다나 양국 간 1인당 GDP가 역전된 만큼 일본에 대해서만큼은 자신감이 있었던 상황이어서 더더욱 소란스러웠던 것 아닌가 생각한다.

다만 지금은 왜 이렇게 일본과 격차가 존재하는지에 대해 객관적으로 살펴보는 것이 우리나라에는 더 중요한 일로 판단된다. 우선은 기초과학에 대한 태도 자체가 다르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 통상 기초과학은 안정적인 장기 투자가 보장돼야 발전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우리나라는 일본만큼 이런 환경이 잘 갖춰져 있지 않은 것이 현실이다. 즉 우리나라는 아직 체험을 통한 혁신(learning by doing)과 따라잡기(catch-up) 전략에서 완전히 탈피하지 못한 반면 일본은 이미 오래전부터 돌파형(breakthrough) 및 선도자(first-mover) 전략을 실행해 왔던 것이다. 아직도 많은 일본의 민간기업이 장인 정신과 한 우물 파기를 존중하는 문화를 유지하면서 이런 전략을 지탱하고 있다는 사실이 이를 잘 대변해 준다.

다음으로는 기초과학 연구의 본산인 대학 간 경쟁이 매우 치열하다는 점이다. 일본의 대학별 기초과학 분야 노벨상 수상자 수는 도쿄(東京)대학과 교토(京都)대학이 각각 7명으로 가장 많지만 나고야(名古屋)대학 등 9개 대학에서도 수상자를 냈을 정도이니 교수를 포함한 학계와 연구계의 경쟁이 얼마나 치열한지 충분히 이해가 가는 점이다.

일본 정부의 기초과학 지원 태도 역시 우리나라와는 상당한 차이가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일본 정부는 1990년대 들어 연구자가 20~30년에 걸쳐 한 가지 주제에만 전념해서 연구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성과 창출이 지연되거나 심지어 과정상 실패가 있더라도 용인하는 문화를 조성해 온 것으로 알려져 있다. 

최근 우리나라가 반도체, 배터리, 자동차, 조선, 국방 등 다방면에서 일본과 거의 대등하거나 추월한 것으로 평가받고 있는 것은 매우 반길 일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일본 산업이나 경제가 완전히 경쟁력을 잃어버렸다고는 단정할 수 없고, 우리나라가 우월적 위치에 있지도 않다. 특히 소재와 부품 및 장비, 즉 기초과학 경쟁력과 직결되는 이른바 소부장 부문에서 일본의 경쟁력은 압도적이라 할 수 있다.

잃어버린 40년으로 치닫고 있다는 비판이 있을 정도로 일본은 기술과 산업 경쟁력이 약화되고 경제 여건도 어렵다. 하지만 여전히 일본은 세계 경제에서 가장 중요한 국가 가운데 하나이며 기술과 산업의 비교우위도 매우 높은 나라로 평가받고 있는데 이는 뛰어난 기초과학 역량을 산업 발전에 적절히 활용해 위기에도 살아남을 수 있는 체력을 보유하고 있기 때문이다. 일본이 기초과학 분야에서 지속적으로 노벨상을 받고 있다는 사실 그 자체만으로도 부러운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정말 부러운 것은 일본 정부가 기초과학의 발전과 산업 기술의 혁신, 신성장 동력과 국가 경쟁력의 확보 등이 모두 같은 선상에 있다고 판단해 총력을 다해 지원하고 있다는 점이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2025 서울한강 어텀워크 - 기사뷰
댓글0
0 / 300

댓글을 삭제 하시겠습니까?

닫기

로그인 후 댓글작성이 가능합니다.
로그인 하시겠습니까?

닫기

이미 참여하셨습니다.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