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도내는 관세 협상] 미국산 농산물 수입 압박 막아낼까...변수로 떠오르는 '대두'

  • 미중갈등 이후 갈곳 잃은 대두…중간선거 의식한 압박

  • 수입 증대 이뤄지면 국내 콩 수급정책도 변화 불가피

 
백악관
백악관 [사진=AP·연합뉴스]
한·미 관세 협상이 속도를 내는 가운데 미국산 농산물 추가 수입 가능성이 새 변수로 떠올랐다. 최근 중국이 미국산 대두 수입을 중단하면서 미국이 한국 정부에 수입 확대를 요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19일 관계 부처에 따르면 우리 정부가 대두 수입 확대를 검토하는 이른바 '대두 카드'가 협상 테이블에 올랐다. 쌀과 같은 민감한 품목은 그대로 두되 대두 수입량 조정을 통해 미국 측과 교착 상태를 완화하는 방안이 현실적인 대안으로 거론된다.

위성락 대통령실 국가안보실장은 지난 17일 대통령실 브리핑에서 "농산물 개방과 관련해 미국 측의 새로운 요구로 들은 것은 '대두' 정도"라고 말했다. 구윤철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미국 정부의 대두 수입 증대 요구 여부에 대해 "협상 과정 중이라 확인하기 어렵다"며 답을 피했다. 

미국이 기존 관세 협상에 언급되지 않았던 대두 수입 증대를 요구하는 것은 지난 5월 중국의 수출 중단으로 상황이 좋지 않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중국은 세계 최대 대두 소비국으로 매해 1억t 이상으로 수입해왔지만 미·중 갈등이 고조되자 브라질산과 아르헨티나산으로 미국산을 대체하기 시작했다. 올해 1~7월 미국의 대중국 대두 수출 누적량은 지난해 동기 대비 51% 감소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치적인 이유도 배제하기 어렵다. 대두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지지 기반인 아이오와, 미네소타 등 미국 중서부 지역에서 주로 생산된다. 지금처럼 대두 가격이 폭락하고 수출이 이뤄지지 않는다면 내년 중간선거에서 민심을 잃을 수 있다. 최근 트럼프 대통령이 관세수입 일부를 농가 보조금으로 사용하겠다고 말한 것도 이 같은 이유 때문으로 해석된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4일(현지시간) "중국이 의도적으로 미국의 대두를 사지 않고 우리 대두 농가들에 어려움을 주는 것은 경제적으로 적대행위라고 믿는다"며 "이에 대한 보복 조치로 식용유 및 다른 교역 품목과 관련된 대중국 사업 관계를 단절하는 것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문제는 우리나라도 이미 미국산 대두를 상당량 수입하고 있다는 점이다.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한국 정부는 지난해 말 기준 미국산 대두를 약 38만t 수입했다. 세계무역기구(WTO) 저율할당관세(TRQ) 물량과 자유무역협정(FTA) TRQ를 합친 연간 대두 수입량은 109만t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대두 수입량 중 35%가 미국산에 해당한다. 

특히 한국은 국내 식품 산업 수요가 늘어나면서 대두 TRQ 수입 물량을 거듭 확대해왔다. 소고기, 유전자변형(LMO) 감자와 달리 미국 무역대표부(USTR)에서 매년 발표하는 국가별 무역장벽 보고서(NTE)에서 대두가 거론되지 않은 것도 이 때문이다. 

미국산 수입 증대가 이뤄진다면 국내 농업 정책에도 큰 변화가 생길 것으로 예측된다. 정부는 국내산을 늘리고 수입산을 줄이는 방향으로 콩 전략을 수립하고 있다. 하지만 미국산 대두 수입량이 급격히 늘어나면 이 역시 방향 전환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단기적으로 소비자 가격이 안정되는 효과도 있겠지만 중장기적으로 국내 콩 산업 기반이 약화되는 등 식량 안보에 타격을 받을 가능성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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