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년보다 더 빠르게 대응력 강화"··· 재계, 인사·조직 대수술

  • HD현대, 37년 만에 3세 오너 등판

  • SK는 통신·석화 정상화에 집중

  • 현대차 키워드는 美관세 극복 초점

  • LG, 신학철·권봉석 체제 변화 주목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왼쪽부터과 최태원 SK회장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 구광모 LG 회장 사진아주경제DB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왼쪽부터)과 최태원 SK회장,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 구광모 LG 회장. [사진=아주경제DB]


트럼프 관세 여파로 대미 수출이 급감하는 등 경영 불확실성이 최고조에 달하면서 국내 주요 기업들이 조기 경영진 인사를 통한 대응력 강화에 나서는 모습이다. 특히 철저한 성과 중심 인사, 대대적 조직 개편과 새로운 인재 수혈 등이 핵심 키워드가 될 전망이다. 

20일 재계 등에 따르면 이달 말 '맏형' 삼성전자를 비롯해 SK그룹, 현대차그룹, LG그룹 등이 줄줄이 인사 윤곽을 드러낸다. 

재계 관계자는 "미·중 갈등에 따른 글로벌 지정학적 위기와 경기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기업들이 속도감 있게 내년 사업 대비에 나서고 있다"며 "상법과 노동조합법 개정안 적용으로 국내 사업 변수도 확대돼 주요 보직 인사가 예년보다 빠르게 이뤄질 것"이라고 관측했다.

◆ HD현대 '오너 3세 시대' 개막··· 40대 리더십 주목


주요 그룹사 중 가장 신속히 인사를 마무리한 곳은 HD현대다. 1982년생으로 40대 초반인 정기선 수석부회장이 회장으로 승진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 사장단 인사를 지난 17일 단행하며 '오너 3세 시대' 개막을 알렸다.

1988년 이후 전문경영인 체제로 운영돼 온 HD현대가 37년 만에 다시 오너 경영 체제로 전환하면서 책임 경영에 더욱 힘이 실릴 전망이다. 실제 글로벌 통상 환경이 보호무역주의 기조로 바뀌며 조선·에너지 산업 지형이 급변하는 추세다. 정 회장은 HD현대사이트솔루션 공동대표도 겸임하며 최근 실적 부진을 겪고 있는 건설·기계 사업 체질 개선을 진두지휘한다.

정 부회장이 회장으로 승진함에 따라 김동관 한화그룹 부회장의 승진 가능성에도 관심이 쏠린다. 오너 3세이자 장남인 두 사람은 사실상 그룹 후계자로 통한다.

다만 김 부회장이 당장 회장으로 승진하기는 어렵다는 분석이 우세하다.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이 여전히 경영 전반에 관여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8월 주요 계열사 사장단 인사를 단행한 한화그룹은 11월께 소폭으로 임원 인사를 단행할 가능성이 있다.

◆ SK 스타트, 4대 그룹도 줄줄이 경영진 인사

4대 그룹 중에서는 SK그룹이 가장 먼저 인사를 단행할 것으로 예측된다. 이달 말이나 늦어도 내달 초 주요 계열사 대표 및 임원 인사를 계획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SK그룹은 오는 11월 주요 계열사가 모여 최신 인공지능(AI) 기술 동향과 미래 청사진을 공유하는 'SK AI 서밋', 내년도 사업 전략을 논의하는 'CEO 세미나' 등을 앞두고 있다. 이 자리에 새 사장단이 참석하려면 그 이전에 인사가 이뤄질 것이란 관측이다. 

관전 포인트는 부회장 승진 인사다. 현재 부회장은 장동현 SK에코플랜트 대표이사가 유일하다. 2022년 이후 부회장 승진자를 내지 않고 있는 SK그룹이 이번 인사에서 곽노정 SK하이닉스 사장을 부회장으로 승진시킬지 주목된다. SK그룹의 통신, 석유화학, 정유 등 대부분 주력 사업이 극심한 부진을 겪고 있는 가운데 유일하게 SK하이닉스만 역대급 호황을 누리고 있다. 2012년 SK그룹에 편입된 하이닉스는 올 3분기 영업이익 '10조 클럽' 입성이 점쳐진다.

아울러 최태원 회장의 이혼 소송과 관련해 대법원이 최 회장 측에 유리한 판결을 내리면서 그룹을 둘러싼 사법 리스크도 상당 부분 해소된 상황이다. 이에 따라 리밸런싱(사업 재편) 완수와 통신·석유화학 사업 정상화에 초점을 맞춘 인사 단행이 예상된다.

현대차그룹 역시 지난해와 마찬가지로 조기 인사를 단행할 가능성이 점쳐진다. 미국 관세 인하 지연이라는 최대 리스크로 실적 악화가 가시화하면서 '위기 극복'을 키워드로 한 인사가 예상된다.

이달 말 경주에서 열리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에서 한·미 간 자동차 관세를 15% 수준으로 낮추는 '프레임워크 합의'가 논의될 가능성도 있는 만큼 그룹 차원에서 대응 체계 마련에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

통상 계열사별 사업보고회 이후인 11월 말 조직 개편과 인사 작업에 돌입했던 LG그룹 역시 시행 시점이 소폭 앞당겨질 가능성이 제기된다. 대내외 경영 환경이 악화하면서 핵심 계열사인 LG전자가 희망퇴직과 TV사업부 구조조정에 나선 상태라 조직 재정비에 방점을 둘 것으로 보인다. 현재 신학철 LG화학 최고경영자(CEO) 부회장과 권봉석 ㈜LG 최고운영책임자(COO) 부회장 등 2인 체제에 변화가 있을지에도 관심이 쏠린다.

구광모 LG그룹 회장은 최근 열린 사장단 회의에서 "중국에 대응할 구조적 경쟁력 강화가 시급하다"고 강조한 바 있다.

오일선 한국CXO연구소장은 "올해 인사 속도가 예년보다 빨라진 것이 가장 큰 특징"이라며 "관세 영향과 불확실성에 대비하기 위한 차원으로 풀이된다"고 밝혔다. 이어 "정기선 HD현대 회장의 승진을 계기로 젊은 오너들이 본격적으로 경영 전면에 나서는 시계 역시 빨라질 것"이라며 "올드보이 퇴진 이후 젊은 피 수혈 등이 관전 포인트가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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