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제 금값이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면서 국내 투자자들의 관심이 '금테크(금+재테크)'로 쏠리고 있다. 주식·채권시장 변동성이 커지고 지정학적 불확실성이 확대되자 안전자산으로서 금의 매력이 다시 부각된 것이다.
23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국내 증시에 상장된 금 관련 상장지수펀드(ETF)는 총 11개다. 단순히 금 가격을 추종하는 상품부터 금·은 혼합형, 금 채굴 기업에 투자하는 테마형까지 종류도 다양하다. 투자 성향에 따라 현물형·선물형·액티브형·채굴형 등으로 세분된다.
금 ETF 중 현물형은 실물 금을 대체하는 성격이 강하다. 한국투자신탁운용 'ACE KRX금현물'과 미래에셋자산운용 'TIGER KRX금현물'이 대표적이다. 거래소 금 현물 가격을 100% 추종하며 롤오버(만기 교체) 비용이 없어 장기 보유에 유리하다. 퇴직연금 계좌에서도 투자할 수 있어 장기 투자자에게 적합하다.
선물형 ETF는 단기 매매에 강점을 가진다. 삼성자산운용 'KODEX 골드선물(H)' 'KODEX 골드선물인버스(H)', 미래에셋자산운용 'TIGER 골드선물(H)', 한국투자신탁운용 'ACE 골드선물 레버리지(합성 H)' 등이 이에 속한다. 이들은 시카고상품거래소(CME)의 금 선물 가격을 추종하는 상품들로, 환헤지(H)가 적용돼 환율 리스크를 줄일 수 있다. 다만 롤오버 비용이 발생할 수 있어 장기 투자보다는 단기 이벤트 대응용으로 활용된다.
미래에셋자산운용 'TIGER 금은선물(H)'은 국제 금과 은 선물 가격을 9대 1 비율로 추종해 금·은 가격 동반 움직임에 베팅할 수 있다.
국내 금값이 국제 시세보다 높게 형성되는 이른바 '김치 프리미엄'을 피하고 싶다면 국제 금 시세를 직접 추종하는 ETF가 대안으로 꼽힌다.
삼성자산운용 'KODEX 금액티브'는 해외 금 현물 ETF에 간접 투자하면서 국내 금 비중을 탄력적으로 조절한다. 신한자산운용 'SOL 국제금'은 국제 금 현물 가격을 그대로 반영하는 상품이다. 국내 수급 요인에 따른 가격 왜곡에서 자유로워 최근 개인 투자자 유입이 급증했다. 실제로 금값이 최고치를 경신하던 지난 10월 중순 한 주 동안 개인 순매수액이 540억원에 달했다.
금 채굴 기업에 투자하는 ETF는 금값 상승에 따른 간접 레버리지 효과를 노릴 수 있다.
NH아문디자산운용 'HANARO 글로벌금채굴기업'은 미국·캐나다·호주·남미 등 주요 금 채굴 기업에 분산 투자하는 상품이며 'NYSE Arca Gold Miners Index'를 원화로 환산한 지수를 추종한다. 금값이 오를수록 채굴 기업의 수익성이 커지는 구조지만 기업 실적에 따라 변동성이 크다는 점은 유의해야 한다. NH아문디자산운용은 최근 총보수를 0.45%에서 0.15%로 낮추며 투자자 부담을 줄였다.
국제 금값은 최근 급등락을 반복하며 불안한 흐름을 보이고 있다.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지난 21일(현지시간) 금값은 트로이온스(31.1g)당 4381.52달러까지 치솟았다가 하루 만에 6.3% 급락한 4082.03달러로 떨어졌다. 이는 2013년 4월 이후 최대 낙폭이다.
한 자산운용사 관계자는 "금은 단기적으로 변동성이 크지만 글로벌 불확실성이 커질수록 안전자산으로서 매력이 부각된다"며 "ETF를 활용하면 환율이나 국내 프리미엄 문제를 줄이면서 효율적으로 투자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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