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성준의 스케치] 이건희가 우리 사회에 남긴 것들

  • 이건희 삼성 선대회장 5주기… 한국史에서 빼놓을 수 없는 巨人

  • 한국인에게 '할 수 있다' 정신 심어줘… 세계속의 한국 일군 장본인

고故 이건희 삼성 선대회장 사진삼성전자
고(故) 이건희 삼성 선대회장 [사진=삼성전자]

25일 고(故) 이건희 삼성 선대회장의 5주기가 돌아왔다.

이건희 선대회장은 삼성을 세계적인 기업으로 일군 장본인이다. 1987년 부친 고(故) 이병철 삼성 창업회장 별세 후 회장에 올랐다. 취임 당시 10조원 수준이던 그룹 전체 매출은 이후 수십배 성장했고, 반도체 등 고부가가치 산업에서 세계적 경쟁력을 확보하는 데 결정적 역할을 했다.

특히 1993년 '신경영 선언'을 하며 남긴 "마누라와 자식 빼고 다 바꾸라"는 발언은 그의 직관적이면서도 도전적인 리더십의 전형을 보여준다.

이 선대회장은 유년 시절부터 비범한 모습이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학창 시절 조용하고 내성적인 성격이었지만 한 번 말을 시작하면 해박한 지식과 논리로 동기생들을 당황시켰다고 한다. 이 같은 성품은 훗날 경영인으로서 리더십과 통찰력의 바탕이 됐다.

눈길을 끄는 것은 그가 일본 유학 시절 프로레슬러 역도산을 보고 감명을 받아 한국으로 돌아온 후 서울사대부고에서 레슬링을 시작했다는 점이다. 과묵하지만 여리지 않고, 강력한 투지와 승부사 기질을 타고난 셈이다.

만약 이 선대회장이 아닌 다른 인물이 그룹 총수였다면 삼성은 오늘날의 수준으로 발전하지 못했을 것이라는게 중론이다. 특히 반도체 사업을 시작해 삼성이 세계 일류 기업으로 성장하도록 이끈 혜안(慧眼)은 이건희 만이 할 수 있는 일이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 선대회장은 우리나라와 세계 속에 많은 것을 남겼다.

가장 큰 기여는 우리의 삶을 편리하게 해줬다는 것이다. 자원과 물자가 턱없이 부족한 한국인들의 척박한 삶 속에 일본의 전유물이었던 가전제품을 우리 손으로 만들어 대중화한 것은 삶의 질을 높였다. 이 선대회장이 아니더라도 다른 기업에서 누군가 가전 사업을 크게 성공시켰을 수 있지만 세계 최고 수준의 가전 제품을 만들지는 못했을 것이다. 가전은 성숙산업으로, 이제 성장 잠재력이 크지 않지만 세계인의 집 안에 자리잡아 브랜드 각인 효과를 내고 있다. 세계인들은 지금 이 순간에도 삼성 제품을 보고 쓰며 무의식적으로 삼성이라는 브랜드를 생각하고 있다.

이 선대회장은 반도체 사업을 한국 경제의 핵심 축으로 인식하고, 삼성전자가 D램, 낸드, 메모리 분야에서 세계 1위 반열에 오르도록 했다. 현재 삼성전자 반도체는 고대역폭메모리(HBM) 등 AI시대 핵심 제품으로 새로운 미래를 열고 있다.

이 선대회장이 남긴 것은 단순히 최고의 기업과 제품을 만들었다는 데 그치지 않는다. 그가 걸어간 세계로의 도전과 성공신화는 한국인들에게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모든 국민에게 심어줬다.

이 선대회장이 취임하던 1980년대까지만해도 일본은 최전성기를 달렸다. 식민지배의 아픔을 준 일본은 우리가 어떻게 해도 따라잡을 수 없는 선진국이었다. 당시 소니를 위시한 일본 전자회사들은 세계를 호령했고, '메이드 인 재팬'이 곧 브랜드인 시절이었다.

이 선대회장은 도무지 경쟁이 될 것 같지 않은 판에 뛰어들어 일본 가전업계와 호기롭게 붙은 셈이다. 그리고 완벽한 승리를 거뒀다. 이제 일본의 상위 전자업체를 모두 합쳐도 삼성전자보다 턱없이 작다. 이는 국가적 쾌거이며, 이 선대회장의 삼성이 맹활약하면서 우리나라도 선진국이 됐다.

이 선대회장은 사회 공헌에도 뜻이 깊어 생전 우리 사회의 많은 곳에 선한 영향력을 전파했다. 특히 어린이와 의료 등 삶에서 가장 중요한 것들에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 이밖에 스포츠·예술·문화 등 사회 전 영역의 품격을 높이는 다양한 공헌에 나서 사회적 자양분을 쌓았다.

재계에서는 이 선대회장이 우리 사회에 끼친 공을 지금부터라도 더욱 면밀히 분석하고 정당하게 평가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생전 인재 육성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천재 1명이 10만명을 먹여 살린다"고 말한 바 있는데, 이 선대회장 본인이 그 천재였다는 것을 우리는 알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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