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상생' 압박에 현금 총동원…은행권 재원 마련 분주

  • 가계대출금→첨단산업 투자·펀드 조성 재원으로 전환

  • 은행별로 80~100조 계획 내놔

주요 시중은행 현금 자동 입출금기ATM 전경 사진연합뉴스
주요 시중은행 현금 자동 입출금기(ATM) 전경 [사진=연합뉴스]
금융권이 부담해야 할 상생적 금융 규모가 커지면서 은행들의 어깨가 무거워지는 모습이다. 정부와 여론의 '이자 장사' 지적에 예대마진차와 가계대출을 늘리기 어려워졌음에도 80조~100조원에 달하는 생산적 금융 투자 재원을 마련해야 하기 때문이다. 은행권은 그동안 모아놓은 현금 자산과 신종자본증권 발행을 통해 재원을 마련할 수 있지만 위험가중자산(RWA) 등 규제가 해소되지 않으면 한계에 부딪힐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28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지주사들의 생산적 금융은 대부분 산업계 투자에 방점이 찍혀 있다. 

이날 열린 '금융업권 생산적 금융 소통회의'에서 KB금융지주와 신한금융지주는 △용인반도체클러스터의 대규모 발전 사업 금융주선 △실리콘카바이드(SiC) 전력반도체 등 유망기업 발굴 및 지원 등을 투자 방향으로 제시했다.  

하나금융은 향후 5년간 AI·에너지 등 성장산업 자금공급과 대전·충남지역 지역펀드 결성 등에 총 100조원을 투입하겠다는 청사진을 제시했다. 우리금융도 같은 기간 80조원 규모를 추진한다. 

하나금융과 우리금융을 제외한 금융지주사는 아직 구체적인 생산적 금융 규모를 제시하지 않았으나 비슷한 수준의 재원이 투입될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재원 마련에 대한 금융권의 고심은 적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정부 기조에 따라 예대마진을 늘릴 수도 가계대출을 확대할 수도 없는 상황에서 시드머니를 확보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러면서도 동시에 건전성을 확보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 

우선 국민성장펀드와 지주사 자체펀드 재원은 현금 및 현금성 자산 등 유보금을 통해 마련될 것으로 예상된다. 그동안 유동성과 배당 재원, 충당금, 각종 대출 등으로 활용했던 현금을 앞으로는 생산적 금융을 위한 재원으로 따로 마련해둬야 하는 것이다. 

그러나 생산적 금융을 위한 재원을 따로 떼어놓게 되면 재무 여력은 그만큼 위축될 수밖에 없다. 충당금을 더 쌓아야 한다는 점에서 부담은 더욱 커질 수 있다. 현금을 활용한 신사업 계획도 미뤄지거나 중단될 수 있다. 이 경우 가장 우려되는 것은 주주가치 훼손이다. '상생'의 비용이 고스란히 자본 여력 감소로 돌아오면 RWA가 위축되며 주주들의 불안감을 키울 수 있다. 이재명 정부에서 밸류업 역시 중요시하고 있지만 주주환원에 걸림돌이 생길 수 있을 것으로 우려된다. 

가계대출을 생산적 금융 비용으로 전환하는 방법도 거론된다. 은행의 원화대출 중 가계대출 비중은 40~50%에 달한다. 이 중 일부는 기업 투자와 보증 등 재원으로 쓰일 수 있다. 신종자본증권 발행도 병행돼야 할 것으로 전망된다. 은행들은 생산적 금융 투자 확대로 위험가중자산(RWA)이 커지면 국제결제은행(BIS) 자기자본비율이 낮아질 우려가 있는데 이를 방어하려면 신종자본증권 발행을 통해 자본을 보완해야 한다. 

금융권은 기업 주식과 펀드 투자 시 적용되는 RWA 규제가 해소되지 않으면 신규 자금 조달 한계에 부딪힐 수 있다고 우려한다. 금융권 관계자는 "대기업 대출은 은행간 경쟁 탓에 마진을 더 못 붙이고 중소기업 대출의 경우 연체율과 RWA가 높아 늘리기 어렵다"며 "재원 마련 창구가 녹록지 않은 상황에서 기업 주식·펀드 투자 같은 모험자본 시장으로 눈을 돌려야 하지만 현행 규제 아래에서는 그마저도 쉽지 않다"고 말했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컴패션_PC
댓글0
0 / 300

댓글을 삭제 하시겠습니까?

닫기

로그인 후 댓글작성이 가능합니다.
로그인 하시겠습니까?

닫기

이미 참여하셨습니다.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