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 4000 시대에도…PBR 1배 미만 기업 되레 늘었다

  • 대형주 중심 상승, 중소형주는 여전히 저평가

서울 여의도에 위치한 한국거래소 전경 사진한국거래소
서울 여의도에 위치한 한국거래소 전경 [사진=한국거래소]
코스피가 4000선을 돌파하며 한국 자본시장의 새 역사를 쓰고 있지만, 기업들의 내재가치는 후퇴하고 있다. 지난해 5월 정부가 상장사 기업가치 제고를 목표로 '밸류업 프로그램'을 시행했음에도 주가순자산비율(PBR) 1배 미만 기업 수는 오히려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30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코스피와 코스닥 상장사(2635곳) 가운데 PBR 1배 미만 기업은 1249곳으로 집계됐다. 이재명 대통령 취임 첫날인 6월 4일 당시(1293곳)에 비해 3.4% 감소했지만, 밸류업 프로그램 시행일인 2024년 5월 27일 기준(1104곳)보다는 늘어난 수치다.

PBR은 기업의 시가총액을 장부가치로 나눈 지표로 1배 미만이면 시장에서 기업이 장부상 자산가치보다 낮게 평가받고 있음을 의미한다. 일반적으로 PBR이 1배 이하인 기업은 자산가치 대비 주가가 저평가된 상태로 해석된다.

이재명 대통령 역시 저PBR(저평가) 기업의 시장 정상화 필요성을 거듭 강조했다. 이 대통령은 지난 9월 취임 100일 기자회견에서 "나라가 망하지 않겠다는 생각, 주식 투자를 했다가 사기당하지 않을까 하는 걱정만 안 해도 주식시장이 정상 평가를 받을 수 있다"며 "멀쩡하게 영업하는 회사가 어떻게 PBR 0.3배가 나올 수 있느냐"고 지적했다. 대선 후보 시절에는 "PBR 0.3배 이하 기업은 퇴출 대상"이라며 '좀비기업 정리' 원칙을 제시한 바 있다.

해외에서도 한국 증시의 밸류에이션이 여전히 저평가돼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글로벌 투자은행 JP모건은 지난 29일 보고서에서 "최근 상승세에도 불구하고 코스피의 주가수익비율(PER)과 주가순자산비율(PBR)은 각각 13.2배, 1.34배로 아시아 평균치(16.1배, 2.15배)에 미치지 못한다"고 밝혔다.

올해 들어 코스피지수가 약 70% 급등했지만 상승세는 대형주에 집중된 것으로 분석된다. 중소형주나 내수 중심 업종은 여전히 주가가 장부가치에 미치지 못해 '밸류업 효과'가 제한적이라는 지적이다. 여기에 수익성과 성장성을 동시에 갖춘 기업이 드물다는 점도 저PBR 기업이 많은 이유로 꼽힌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PER(성장성)과 ROE(수익성)이 함께 높아질 때 진정한 밸류에이션 정상화가 가능하다"며 "정부의 지배구조 개편과 상법 개정으로 정책 신뢰가 자리 잡으면 주주가치 제고에 동참하는 기업의 PBR이 빠르게 회복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다만 기업들의 밸류업 참여 의지는 여전히 부족하다. 2024년 5월 기업가치 제고 계획 공시 제도 시행 이후 지난달까지 해당 공시를 제출한 기업은 총 166곳(코스피 128곳, 코스닥 38곳)에 불과하다. 전체 코스피·코스닥 상장사 2635곳 중 93.7%는 공시에 참여조차 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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