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과 미국 간 관세 협상이 조속히 타결된 배경에는 한국 조선 업계가 주도하는 '마스가(MASGA·미국 조선업을 다시 위대하게)' 프로젝트가 큰 역할을 했다는 게 중론이다.
30일 재계에 따르면 한·미 양국은 1500억 달러 상당의 마스가 투자를 한국 기업 주도의 현금 투자와 정부 보증으로 병행하는 데 합의했다. 한국 기업이 투자를 주도하는 만큼 투자 결정권과 방식을 한국에 더 유리하게 정할 수 있도록 세부 내용을 정했다는 점에서 의의가 크다.
김용범 대통령비서실 정책실장은 전날 APEC 미디어센터에서 열린 한·미 정상회담 브리핑에서 "3500억 달러의 대미 투자 중 조선업 협력 1500억 달러가 포함된다"고 말했다.
대부분 투자는 마스가로 명명된 미국 조선업 부활 프로젝트에 투입한다. 지난 7월 공개된 합의 초안에서 조선업 협력 펀드는 미국이 원하는 분야에 한국 기업이 투자하는 방향이었던 반면 이번 본 합의는 한국 기업이 프로젝트를 정해 투자 의향을 밝히면 미국이 수용 여부를 결정하는 방향으로 바뀌었다.
이에 HD현대중공업, 한화오션, 삼성중공업 등 조선 빅3는 마스가를 통해 미국과 협력을 강화하는 데 총력을 기울일 것으로 예측된다.
일례로 HD현대는 APEC 개막 시점에 헌팅턴 잉걸스, 안두릴 등 미국 방산 업체와 협력을 강화하며 미 해군 '차세대 군수지원함' 건조에 착수하겠다는 구상을 발표했다. 정기선 HD현대 회장은 지난 27일 APEC 부대행사인 '퓨처 테크 포럼: 조선' 기조연설 후 기자들을 만나 "HD현대는 한·미 조선협력에 있어 가장 잘 준비된 파트너"라며 "미국 조선소 인수를 포함해 다양한 옵션을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관세 협상이 타결되면서 한국의 30년간 숙원이었던 원자력 잠수함 건조에도 속도가 붙게 됐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트루스소셜 SNS 계정을 통해 "한국에 원자력 잠수함 제작을 승인했다"며 "건조는 (한화) 미국 필리조선소에서 진행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재명 대통령이 한·미 정상회담에서 원자력 잠수함 건조 의지를 드러낸 지 하루 만에 나온 발표다.
재계에선 한화그룹의 필리조선소 인수가 미국 조선업 지원을 넘어 한·미 동맹과 한국 국방력 강화에 기여하고 있는 상징적인 사건이라고 분석했다. 국내에서 원자력 잠수함을 건조하려면 한·미 원자력 협정 개정이 필요하지만 한국 기업이 보유한 미국 내 조선소에서 건조하면 협정 개정 없이 한국의 우수한 잠수함 기술력으로 원자력 잠수함을 건조할 수 있게 된다. 미국 핵심 군사 비밀인 원자력 잠수함 기술도 일부 공유하면서 양국 일자리가 함께 확대되는 효과도 기대된다.
한화 측은 "이재명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이 양국 간 핵심적이고 중요한 결단을 내린 것을 지지한다"며 "한화는 첨단 수준의 조선 기술로 양국을 지원할 준비가 되어 있고 필리조선소 등을 통한 대미 투자와 파트너십은 양국의 번영과 공동 안보에 기여하게 될 것"이라고 기대감을 드러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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