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과 은이 일시적 조정을 받는 사이 전통적 원자재인 구리 가격이 역대 최고치를 경신했다. 미·중 갈등이 완화 조짐을 보이고 있어 이 같은 상승세는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31일 런던금속거래소(LME)에 따르면 전날 구리 현물 가격은 톤당 1만895달러를 기록했다. 올 들어 25% 오른 수치다. 지난 27일에는 장중 1만1094달러까지 치솟으며 17개월 만에 최고점을 갈아치웠다.
국내 시장에서는 상장지수펀드(ETF)를 통한 상품이 고공행진 중이다. 지난 일주일간 국내 유가증권시장에서 거래되는 원자재 ETF 중 수익률 1등은 'TIGER 구리실물'(13.93%)이었다. 'KODEX 구리선물(H)'도 10.43% 올라 3위에 올랐다.
반면 급등세를 이어가던 금은 하락세로 돌아섰다. 지난 20일 온스당 4359달러까지 올랐던 금값은 열흘 만에 10%가량 떨어져 4000달러도 붕괴됐다.
금과 달리 구리 가격이 급등한 이유는 단순한 투기나 일시적 공급 차질이 아니라 구조적 수요 증가와 공급 제약이라는 두 축이 동시에 작용한 영향이다.
구리는 전력망과 도로 등 인프라 건설, 전자·자동차 제조 등 산업 전반의 필수 소재다. 특히 AI 시대의 핵심 원자재로 꼽힌다. 전기차 1대에는 내연기관차보다 4배 많은 구리가 사용된다. 태양광·풍력 설비, 송전선, 충전 인프라, AI 서버 냉각장치 등에도 없어서는 안된다. 녹색·디지털 전환이 구리의 새로운 '금맥'이 되고 있는 셈이다.
필요한 곳은 많은데 생산은 정체되고 있다. 당장 칠레·페루·인도네시아 등의 광산 생산이 차질을 빚고 있어 공급이 수요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신규 광산 개발도 허가·환경평가에 수년이 걸려 단기 증산은 사실상 불가능한 구조다.
이 때문에 시장에서는 "구리 수요가 향후 수년간 구조적으로 증가할 것"이라는 장밋빛 전망을 내놓기도 했다. 장재혁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구리의 타이트한 수급이 지속되고 있다"며 "내년 제련수수료가 큰 폭으로 하향 조정되면 구리 수급 불균형을 심화시키는 핵심 기폭제로 작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경계해야 할 리스크도 존재한다. 글로벌 경기 둔화나 중국의 수요 약화는 구리 가격에 부담이 될 수 있다. 급등에 따른 단기 조정 가능성도 제기된다. 금융권 관계자는 "금값이 숨 고르기에 들어간 사이 실물경제 회복을 반영하는 구리가 새로운 투자 대안으로 부상하고 있다"면서도 "구조적 수요 확대라는 흐름에 주목하면서도 과열 신호는 경계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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