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차만 늘려선 답 안 나온다"… 업계, 정부 탄소중립안 '브레이크'

  • 정부, 전기차 980만대 확대 목표 추진… 업계 "시장 현실과 괴리"

  • 미국 전동화 속도 조절에 나선 만큼 한국도 보폭 맞춰야

미국 GM공장사진연합뉴스
미국 GM공장.[사진=연합뉴스]
정부가 이달 '2035년 국가 온실가스 감축목표(NDC)'를 확정하는 가운데 자동차 업계의 반발이 거세지고 있다. 정부가 탄소 배출 감축의 핵심 수단으로 전기차 확대를 내세우면서 업계 부담이 커졌기 때문이다. 업계는 미국 등 주요국이 전동화 속도를 늦추는 상황에서 "전기차만 무분별하게 늘리는 건 해법이 아니다"며 현실적인 대안을 촉구한다.

5일 업계에 따르면, 기후에너지환경부는 6일 서울 국회의원회관에서 유엔기후변화협약(UNFCCC)에 제출할 2035년 국가온실가스 감축목표(NDC)안을 확정하기 위한 최종 공청회를 연다. 정부는 2018년 대비 탄소 배출량을 48~65% 줄이는 것을 목표로 산업별 감축 목표량을 설정한 상태다.

자동차 업계에는 2035년까지 무공해차(전기·수소차) 보급 목표를 최소 840만대에서 최대 980만대로 확대하는 방안이 담겼다. 문제는 이 같은 목표가 국내 전기차 시장과 괴리를 보이고 있다는 점이다. 환경부에 따르면 올해 9월 기준 전기차 누적 등록 대수는 85만대다. 여기에 수소차까지 포함한 무공해차는 90만대에 달한다. 10년 안에 현재 보급 물량을 10배 가량 늘릴 시 파장이 예상된다.

정부는 운송 부문을 탄소 감축의 핵심 축으로 설정했지만, 업계는 글로벌 흐름과 괴리가 크다며 우려를 표시하고 있다. 당장 미국은 지난달 전기차 1대당 최대 7500달러(약 1100만원)의 세액공제 혜택을 제공하던 보조금 제도를 중단했다. 인플레이션감축법(IRA) 개정으로 당초 2032년까지 유지될 예정이던 전기차 지원을 7년이나 앞당겨 폐지한 것이다.

세계 최대 자동차 시장인 미국이 자국 우선주의에 따라 전기차 축소 및 내연기관차 확대로 돌아서면서 주요 완성차 업체는 전기차 개발을 중단하고, 내연기관 및 하이브리드(HEV) 모델 중심으로 포트폴리오를 재편하고 있다.

현대차그룹은 전기차 비중을 조절하며 현지 흐름을 따르고 있다. 미국 전기차 전용 공장 '메타플랜트 아메리카(HMGMA)'의 9월 판매량은 4027대로, 전월(6949대)보다 크게 줄었다. 반면 내연기관차와 하이브리드차를 생산하는 앨라배마 공장은 같은 기간 9.8% 증가한 3만3908대를 기록했다.

제너럴모터스(GM)는 미국 디트로이트의 전기차 전용 조립 공장 '팩토리 제로' 가동을 중단하고 근로자 1200여명을 무기한 해고하기로 결정했다. 유럽 역시 2035년 내연기관차 판매 금지 조항을 재검토하는 등 전동화 전환 속도를 늦추는 분위기다.

이 같은 국제 흐름 속에 국내 자동차 업계는 현실적인 목표 설정을 촉구하고 나섰다. 한국자동차모빌리티산업협회(KAMA), 한국자동차산업협동조합(KAICA), 전국금속노동조합연맹(금속노련)은 공동 건의문을 통해 "자동차 산업의 전동화 전환은 필연적"이라면서도 "2035년 무공해차 등록대수를 550만~650만대(등록 비중 19.7~23.2%) 수준으로 조정하는 것이 합리적"이라고 했다. 노동계는 "전기차 전환은 자동차 부품 수를 3분의 1 수준으로 줄이고 인력도 70~80%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며 "10년간 수만 명의 일자리 감소가 우려된다"고 밝혔다.

이택성 한국자동차산업협동조합 이사장은 "급격한 전환은 고용 불안과 기술 경쟁력 약화를 초래할 수 있다"며 "탄소 감축과 산업 경쟁력의 균형을 이루는 '현명한 전환 전략'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한편, 정부는 공청회 결과를 반영해 2035 NDC안을 확정한 뒤 유엔기후변화협약 사무국에 제출할 예정이다. 무공해차 보급 속도와 감축 목표 수위를 둘러싼 논의는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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