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동주의 펀드에 역공당한 '밸류업 선도자' 스틱인베스트먼트

  • 주주가치 앞장선 국내 4대 사모펀드

  • 자사주 매각·이전 적극 활용방안에

  • 얼라인파트너스 '소각' 요구

사진아주경제 DB
[사진=아주경제 DB]
국내 4대 사모펀드(PEF) 운용사인 스틱인베스트먼트가 자사주 활용 방안을 두고 행동주의 펀드 얼라인파트너스 측에서 역공을 당했다. 얼라인파트너스는 스틱인베스트먼트의 3대 주주다. 스틱인베스트먼트는 매각·이전 등 자사주를 적극 활용한다는 계획인 반면 얼라인파트너스 측은 주주권 보호를 위해 자사주 소각을 요구하는 상태다.

6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행동주의 펀드 얼라인파트너스자산운용은 스틱인베스트먼트에 오는 14일까지 자기주식 처분·소각 계획을 포함한 주주가치 제고 방안을 제시하라고 요구했다. 지난 3일 스틱인베스트먼트가 '향후 자기주식을 활용해 회사의 성장동력을 확보하는 방안을 다각도로 검토하고 있다'고 공시한 데 대한 공개 반발이다. 

얼라인파트너스는 스틱인베스트먼트 지분 7.63%(318만주)를 보유한 주요 주주다. 얼라인파트너스는 그간 스틱인베스트먼트 경영진과 비공개 대화를 통해 임직원 주식보상 목적을 제외한 자기주식 전량 소각을 지속적으로 요청해왔다. 이에 대해 스틱인베스트먼트가 자사주를 운용사 인수 등 지배력 강화 수단으로 활용하려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는 상황이다.

얼라인 측은 "이사회가 자기주식을 임의로 처분하지 않을 것임을 명확히 하고, 구체적 주주환원 계획을 공개해야 한다"고 밝혔다. 또한 가까운 시일 내에 스틱인베스트먼트 기업가치 제고 방안을 담은 공개 주주서한을 배포할 계획이라고 예고했다. 

스틱인베스트먼트의 자사주 활용안에 대해서도 반대 의사를 분명히 했다. 얼라인 측은 "만약 M&A를 위한 자금 조달이 목적이라면 보유 현금 사용이나 차입, 유상증자 등 다른 방식을 통해 충분히 조달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자기주식은 우선 소각해 주주가치를 높이고, 다른 대안을 검토한 뒤 불가피할 때에만 유상증자를 실시하는 것이 자본조달 비용 절감 측면에서도 회사와 주주 모두에게 이익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양측 간 충돌은 확전 양상을 띨 전망이다. 스틱인베스트먼트 주요 주주로 행동주의 펀드 미리캐피털(13.38%)과 헤지펀드 페트라자산운용(5.09%)도 얼라인 측에 합류해 있어서다. 세 펀드가 보유한 지분을 합하면 도용환 스틱인베스트먼트 회장과 특별관계자(19.04%) 지분율을 웃도는 수준이다. 이와 관련해 스틱인베스트먼트가 추진할 가능성이 거론되는 '운용사 인수 후 자사주 이전' 형태의 포괄적 주식교환은 주주총회 특별결의 요건인 의결권 3분의 2 이상 동의가 필요하다. 행동주의 펀드가 일부 소액주주들과 연대하기만 해도 반대표만으로 결의가 무산될 수 있어 실제 추진은 쉽지 않을 전망이다. 

업계에선 투명한 지배구조, 주주권 보호 등 투자기업의 밸류업을 강조해왔던 스틱인베스트먼트가 밸류업 문제로 행동주의 펀드에서 역공을 당하는 '역설적 상황'에 처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투자업계 관계자는 "이번 논란으로 스틱인베스트먼트 감사위원회가 경영진의 의사 결정을 견제하지 못하고 있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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