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책은행의 '낙하산 인사' 관행에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다.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이 잇따라 내부 인사를 수장으로 임명하면서 차기 IBK기업은행장 인선에도 내부 승진 가능성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6일 금융권에 따르면 지난 9월 산업은행 신임 회장에 박상진 전 산은 준법감시인이 임명된 데 이어, 5일 수출입은행 행장도 황기연 수은 상임이사가 임명됐다. 그간 산은·수은 수장은 주로 기획재정부 출신이나 정치권 인사가 맡아왔다는 점에서 이번 인선이 이례적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국책은행 수장의 내부 승진이 연이어 이뤄진 것은 단순한 일회성 사안이 아니라, 최근 금융·통상환경 변화 속에서 정책의 일관성과 전문성을 중시한 결과로 풀이된다. 특히 산은·수은은 생산적 금융 전환의 최전선에서 산업구조 재편 지원에 집중해야 한다.
금융권에서는 이런 흐름이 기업은행에도 이어질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김성태 행장의 임기가 내년 1월 2일 종료되는데 현재는 연임보다 교체 가능성이 높은 상황이다. 기업은행장 연임 사례가 한 차례밖에 없는 데다가 김 행장 임기 중 전·현직 임직원이 연루된 882억원 규모의 부당대출이 적발됐기 때문이다.
기업은행도 그간 외부 낙하산 논란이 잦았던 정책금융기관 중 하나지만 최근 들어 분위기가 변하고 있다. 윤종원 전 행장을 제외하면 2010년부터 조준희·권선주·김도진 전 행장과 김성태 현 행장이 모두 기업은행 내부의 잔뼈 굵은 인물들이다.
기업은행은 일반 시중은행과 달리 중소기업 금융 지원을 목적으로 하는 특수은행인 만큼 조직의 내부 사정과 정책금융 운영 구조를 숙지한 인사가 리더십을 발휘하기에 유리할 수 있다. 내부 출신 행장은 상대적으로 내부 신망이 높고, 갈등 없이 조직을 운영할 수 있어 노사 갈등 최소화 측면에서도 안정적이다.
내부 출신 차기 행장 후보로는 김형일 기업은행 전무이사와 서정학 IBK투자증권 대표, 양춘근 전 IBK연금보험 대표 등의 이름이 오르내리고 있다. 이 중 김 전무이사는 부행장, 전무이사를 거친 경력이 김 행장과 유사해 유력 후보로 거론된다. 다만 대규모 금융사고에 따른 내부통제 강화 필요성이 필요되고 있어 관료 출신 인사 가능성도 배제할 수는 없다. 기업은행장은 별도 임원후보추천위원회를 꾸리지 않고, 금융위원회의 제청으로 대통령이 임명한다.
한편 기업은행 노조에서는 '낙하산 인사'에 대해 반대 입장을 밝혔다. 지난달 30일 성명을 통해 "기업은행 노동자에게 중요한 것은 행장의 출신보다 얼마나 조직을 잘 알고 어떻게 바꿀 것인지, 그 전문성과 비전"이라며 "현 집권 세력이 윤석열 정권에서 만연했던 '함량 미달 측근 임명, 보은 인사'를 답습한다면 기업은행뿐 아니라 금융산업 전체 노동자의 저항에 직면하게 될 것"이라고 했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르포] 중력 6배에 짓눌려 기절 직전…전투기 조종사 비행환경 적응훈련(영상)](https://image.ajunews.com/content/image/2024/02/29/20240229181518601151_258_161.jpg)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