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마루 전망대] 한미 관세 협상 후속 절차 지지부진…더 늦어지면 혼란 커질 듯

  • 한미정상회담 1주일 넘었지만 MOU·JFS는 아직

  • '깜짝카드' 핵추진 잠수함에 美 내부 이견 관측

경기도 평택항에 컨테이너가 쌓여 있는 모습 사진연합뉴스
경기도 평택항에 컨테이너가 쌓여 있는 모습. [사진=연합뉴스]
한미 관세 협상 마무리 발표가 1주일 넘게 지났지만 아직까지 공식적인 '문서화'는 이뤄지지 않는 모양새 입니다. 지난 주말 또는 주초에 발표가 이뤄질 것이라는 예상과는 다른 것입니다. 문서 공개 시점이 늦어질 경우 한미 관세 협상 성과에 대한 의구심이 커질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는 상황입니다.

지난달 29일, 김용범 대통령실 정책실장은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미디어센터에서 한미 관세 협상의 합의 내용을 발표했습니다. 대미 금융투자 3500억 달러는 현금 투자 2000억 달러와 조선업 협력 1500억 달러로 구성되고, 연간 투자 상한을 200억 달러로 설정한다는 것이 핵심입니다.

정부 안팎에서 국내 외환시장에 영향을 크게 주지 않는 최대 금액이 200억 달러라는 관측이 나왔는데 턱끝까지 숫자를 맞춘 것이죠. 원금 회수 가능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상업적 합리성'을 최우선으로 하겠다는 입장을 밝히기도 했습니다. 아직 품목 관세가 부과되지 않은 반도체는 경쟁국인 대만보다 '불리하지 않은 수준'으로 관세를 적용받기로 했다는 입장이였죠. 

당시 김용범 실장은 한미 관세 협상과 관련한 양해각서(MOU)나 투자와 통상에 대한 설명자료인 조인트팩트시트(JFS)가 "(관세 및) 안보와 합쳐 2~3일 가량 걸릴 것"이라고 내다봤습니다. 이르면 지난 주말에도 발표될 수 있었다는 의미죠.

하지만 문서화 시점이 점차 늦어지고 있는 상황입니다. 대통령실이 설명하고 있는 발표 시점도 점차 늦어지고 있습니다. 강훈식 대통령실 비서실장은 지난 3일 JFS 발표 시점에 "자체적인 전망으로는 이번 주 내에 가능할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지난 6일 국회 국정감사에서도 "막바지 단계에 있다"고 했습니다.

금요일인 7일까지 관련 문서가 발표되지 않으면서 이르면 주말에 발표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왔습니다. 하지만 발표 시점이 이번주를 넘길 가능성이 점차 커지고 있는 상황입니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7일 오후 기자들과 만나 JFS 발표 시점에 대해 "단정적으로 말할 수 없다"고 말했습니다.
이재명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달 29일 경북 경주박물관에서 정상회담장으로 이동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재명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달 29일 경북 경주박물관에서 정상회담장으로 이동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정부와 대통령실은 관세와 관련된 내용은 합의를 마무리했다는 입장입니다. 하지만 미국 측에서 안보와 관련한 문서 작업에 시간이 걸리고 있다는 설명입니다. 

구윤철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 5일 KBS1라디오 '전격시사 라이브'에서 문서 작업과 관련해 "경제 분야 팩트시트는 거의 마무리가 됐다"며 "안보 분야만 마무리되면 같이 사인하게 될 것 같다"고 언급했습니다. 조현 외교부 장관도 지난 6일 국회 국정감사에서 "미국 국무부로부터 받은 전갈 내용은 조금만 더 기다려달라고 하는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한미 정상회담에서 '깜짝 카드'로 꺼내졌던 원자력(핵) 추진 잠수함 도입 문제를 두고 미국 내 이견이 발생했다는 관측이 나오는 이유입니다. 당초 지난 8월 25일(현지 시간) 미국 백악관에서 진행된 한미 정상회담에서는 안보 관련 이슈에 대한 양국의 합의가 이뤄진 것으로 알려집니다. 관세와 관련된 이견이 있어 공동 기자회견 등이 진행되지 않았다는 후문입니다.

그러던 중 APEC 정상회의를 계기로 지난달 진행된 한미정상회담에서 이재명 대통령은 한국의 핵 추진 잠수함 도입을 제안했습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도 이튿날 자신의 SNS에 이를 승인한다는 입장을 밝혔죠. 이후 미국 정부 내에서 한국이 핵 추진 잠수함 도입과 관련한 이견이 빚어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집니다.

안보로 인해 경제가 영향을 미친 가운데 문서화 시점이 늦어질 경우 정부의 APEC 성과가 빛을 바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옵니다. 당장 국내 주요 수출품목인 자동차에 대한 타격이 커지기 때문이죠.

산업통상부의 10월 수출입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자동차 수출액은 1년 전보다 10.5% 감소했습니다. 대미 자동차 수출액이 전년 동월 대비 35.6% 줄어든 영향이 큽니다. 미국 품목 관세의 대표적인 타격 품목이 자동차이기 때문입니다.

품목관세 인하에 대한 양국간 이견이 확대될 경우 수출에도 타격이 입을 것이 자명한 상황입니다. 지난 7월 말 관세 협상 마무리 후에도 한미 관세 협상과 관련한 '디테일'이 변화하면서 당국에 대한 의구심을 표하는 목소리가 컸다는 것도 고려해야 합니다. 혼란이 더 커지기 전 적절한 문서들이 공개되길 바라는 이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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