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일 콘텐츠 협업] "실험적 이벤트 아닌 하나의 전략"…'넥스트 K' 노리는 공동제작

  • 플랫폼·방송사·정책이 함께 추진

  • 국적보다 재미… 협업 늘어날 전망

  • 전문가 "작품 완성도가 흥행 좌우"

한일 협업 어디로 향하나…‘넥스트 K’ 노리는 공동제작의 현재와 과제 사진챗지피티
한·일 협업, 어디로 향하나…‘넥스트 K’ 노리는 공동 제작의 현재와 과제 [사진=챗지피티]
한·일 공동 제작은 이제 ‘실험적 이벤트’가 아니라 플랫폼과 방송사, 정책이 함께 밀어 올리는 하나의 전략 축으로 자리 잡아가는 분위기다. 한국 드라마의 글로벌 경쟁력, 일본의 안정적인 자본과 IP, 젊은 세대의 국적보다 재미를 우선하는 소비 패턴이 맞물리면서 한·일 협업은 계속 늘어날 수밖에 없는 구조에 들어섰다는 평가다.

한국콘텐츠진흥원 일본 도쿄 해외비즈니스센터가 최근 발간한 ‘일본 방송 산업 및 한·일 공동제작 동향’ 보고서에 따르면 한·일 공동 제작 드라마는 양국 모두에서 수요가 뚜렷하고 일본 방송사들은 글로벌 경쟁 심화와 정부의 콘텐츠 수출 목표 달성을 위해 K-콘텐츠 제작사와 공동 제작을 확대하는 추세다. 일본은 한국의 제작 시스템과 노하우를 배우고 싶어하고, 한국 제작사는 새로운 수익원과 판로를 위해 일본 시장을 찾으면서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졌다는 분석이다.

이혜은 한국콘텐츠진흥원 일본 도쿄 해외비즈니스센터장은 이런 흐름에 대해 “공동 제작 자체가 유의미하고 가치 있다고 보고 있다”며 “일본 쪽에서는 한국 콘텐츠의 글로벌 경쟁력을 인정하고 있고, 상대적으로 자국 영향력이 약해지고 있다고 판단해 자극을 받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공동 제작을 통해 한국의 제작 노하우를 배우고 해외 진출 시스템을 정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일본 안에서 커지고 있다”며 “한국은 자본 여건이 넉넉하지 않고, 일본은 자본력과 인프라가 있는 만큼 두 나라가 힘을 합쳐 글로벌에서 경쟁할 수 있는 콘텐츠를 만드는 것이 이상적인 방향”이라고 짚었다. 

단순 수출을 넘어 한국 IP가 공동 제작과 글로벌 프로젝트의 중심 축이 되도록 하는 것이 콘텐츠진흥원이 그리는 ‘넥스트 K’ 전략이라는 설명이다.

현장에서 쌓이는 경험도 향후 방향성을 바꾸는 변수로 거론된다.

김서린 BH엔터테인먼트 실장은 한효주의 일본 작업 사례를 언급하며 “한효주 배우가 ‘로맨틱 어나니머스’를 준비할 때 일본 체류와 촬영을 포함해 거의 1년에 가까운 시간을 보내며 일본어 대사를 공부하고, 그 나라 문화를 배우며 촬영에 임했다”고 말했다.

그는 “이미 여러 작품을 통해 일본 관객과 만나온 시간들이 차츰 퍼즐처럼 맞춰졌고, 그 잠재력이 이번 작품에서 발현된 것 같다”며 “효주 배우는 수차례 대본 회의에 참여해 한국 문화와 감성을 어떻게 작품 속에 녹일지 의견을 냈고, 양국 문화를 이해하는 주연 배우로서 가교 역할을 했다”고 했다. 

그러면서 “앞으로 한·일 콘텐츠 협업도 단순 이름만 올리는 협업이 아니라 한국 배우와 제작사가 양국 문화를 깊이 이해하고 융합하는 방향성을 가진다면 한·일을 넘어 글로벌 흥행까지도 바라볼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하재근 문화평론가는 산업 구조와 세대 변화를 이유로 한·일 협업이 지속될 가능성을 짚었다. 그는 “업계로서는 일본 시장에 진출할 필요성이 있고, 일본으로서는 한국 콘텐츠가 경쟁력 있으니까 한국식 제작 방식을 배울 필요도 있다”며 “한국 콘텐츠를 매개로 일본 산업이 서구 시장으로 나아갈 수 있다는 판단이 있어 양측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진 상태”라고 분석했다. 

이어 “이전 세대에서는 일본 콘텐츠에 대한 감정적 거부감이 분명히 있었지만 지금 젊은 세대는 국적보다는 콘텐츠의 재미와 완성도를 우선하는 경향이 강하다”며 “한·일 협업이라는 타이틀 자체가 문제라기보다 ‘얼마나 잘 만들었느냐’가 승부처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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