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수 일가 미등기 임원 증가세…공정위 "개정 상법 실효성 저하 우려"

세종시 정부세종청사 2동 공정거래위원회 20231013사진유대길 기자 dbeorlf123ajunewscom
세종시 정부세종청사 2동 공정거래위원회. 2023.10.13[사진=유대길 기자 dbeorlf123@ajunews.com]
대기업 총수 일가가 미등기 임원으로 재직하는 사례가 여전히 증가 추세에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공정 당국은 미등기임원인 총수일가가 늘어나면 상호된 이사의 충실의무 규정의 실효성이 저하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총수 일가 이사 직함 평균 2.2개…미등기이사 재직 상장사 6.3%p ↑
공정거래위원회는 이러한 내용을 담은 '2025년 공시대상기업집단 지배구조 현황 분석'을 발표했다. 92개 공시대상기업집단 중 신규 지정 집단 7곳과 농협을 제외한 86개 집단에 소속된 2994개 계열회사가 대상이다.

총수가 있는 77개 집단에서 총수 일가가 이사로 등재된 회사는 518개(18.2%)이다. 또 총수 일가 704명이 이사로 등재돼 있어 전체 등기이사의 7.0% 수준인 것으로 나타났다. 기업 집단 내에서 총수 일가가 이사로 등재하는 사례는 지난 2021년 5.6%에서 올해 7.0%로 증가 추세에 나타나고 있다. 

겸직 현황을 살펴보면 총수일가 1인당 평균 2.2개의 이사 직함을 가지고 있었다. 총수 본인은 평균 2.8개, 총수 2·3세는 평균 2.6개 이사 직함을 보유하고 있다. 등기이사로 등재된 경우의 대부분은 '대표이사(30.4%)'나 '사내이사(57.1%)'로 기업 경영에 집적 참여하는 것으로 해석된다.

총수 일가가 등기부등본에 등재되지 않은 임원(미등기 임원)이 되는 사레도 늘어나고 있다. 총수 일가가 미등기 임원으로 재직하는 회사는 총 198곳으로 전년(5.9%) 대비 1.1%포인트 증가했다. 

특히 총수일가가 미등기 임원으로 재직하는 상장사의 비율이 지난해 23.1%에서 올해 29.4%로 6.3%포인트 급증했다. 총수 일가는 1인당 평균 1.6개 미등기임원 직위를 겸직하고 있다.
책임·의무 자유로운 미등기임원…"강제 전환은 어려워"
총수 일가가 미등기 임원으로 재직하는 것을 두고 우려 섞인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이사는 상법 등에 의해 책임과 의무가 명확히 부여된다. 이에 등기 이사로 경영에 참여한다면 권한과 책임이 일치해 책임경영 측면에서 긍정적이라는 것이 공정위의 설명이다.

하지만 미등기 임원은 경영에 실질적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지만 등기 임원과 달리 상법 등에 따른 법적 책임과 의무에서 비교적 자유롭다. 이에 권한과 책임의 괴리가 문제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또 총수 일가 미등기임원의 절반이 넘는 54.4%가 사익편취 규제대상 회사 소속인 만큼 감시의 사각지대를 이용해 권한을 남용하는지 면밀히 감시해 나갈 필요가 있다.

음잔디 공정위 기업집단관리과장은 "등기 이사로 업무를 수행하는 것은 긍정적이지만 한 사람이 여러 회사이 이사를 겸직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보기엔 어렵다"며 "최근 개정 상법에서는 이사의 충실의무 규정이 강화된 가운데 미등기 임원인 총수 일가가 늘어나면 개정법의 실효성이 저하될 우려도 있다"고 지적했다.

등기 임원으로 전환을 유도하는 방안과 관련해서는 "총수 일가가 아니지만 미등기 임원인 사례도 있다. 이사회 구성원이 아닌 집행 인원도 있을 수 있는 만큼 강제하기에는 어렵다"며 "다만 총수 일가가 미등기 임원일 경우 조금 더 우려가 될 수 있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사외이사 비율 높지만 이사회 '거수기' 여전
올해 상장사의 이사회 내 사외이사 비율은 51.3%로 법정 기준(44.2%)보다 상당히 높다. 비상장사 중에서도 4.4%가 자발적으로 사외 이사를 선임하고 있다. 음 과장은 "이사회 내 사외이사 비율은 법정 기준보다 상당히 높은 수준"이라며 "선임 의무가 없는 경우에도 자발적으로 사외이사를 선임하는 사례가 많이 나타난 것은 긍정적"이라고 말했다.

다만 올해도 이사회에 상정된 안건의 99% 이상이 원안 가결되고 있는 상황이다. 원안대로 통과되지 않은 안건 비율이 최근 5년 중 최저치인 0.38%를 기록했다. 경영진에 대한 사외이사의 감시·견제 기능이 작동하지 않고 있다는 방증이다.

음 과장은 "총수 있는 집단의 경우 이사회 운영의 독립성이 낮은 편이라는 점을 확인할 수 있었다"며 "의무가 아닌 경우에도 각종 위원회 설치 사례가 꾸준히 나타나고 있다는 점은 긍정적이지만 총수 일가의 경영활동·보수 결정에 대한 이사회 차원의 견제와 감시가 상대적으로 미흡할 수 있는 상황"이라고 우려했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컴패션_PC
댓글0
0 / 300

댓글을 삭제 하시겠습니까?

닫기

로그인 후 댓글작성이 가능합니다.
로그인 하시겠습니까?

닫기

이미 참여하셨습니다.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