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국 빅테크들이 최고 수준의 인공지능(AI) 기술력을 앞세워 글로벌 투자 자금을 블랙홀처럼 빨아들이고 있다. 내년 예고된 투자 규모만 700조원을 웃돈다. 미국의 대항마로 떠오른 중국은 정부 주도로 막대한 자금을 AI 산업 발전에 쏟아붓고 있다. 내년 연구개발(R&D) 예산으로 800조원 이상을 쓰겠다는 방침이다.
반면 국내 기업들은 금산분리 등 규제에 막혀 첨단산업 육성을 위한 투자 유치에 어려움을 겪으며 미·중과 격차가 점차 벌어지는 형국이다. 전문가들은 첨단산업 발전·육성을 위해서는 초대형 투자를 실행할 수 있는 규제 완화와 새로운 금융·공정거래 제도 마련이 시급하다고 제언한다.
황용식 세종대 경영학과 교수는 24일 아주경제와 통화에서 "금산분리 완화에 대해 무조건 부정적으로 볼 것이 아니라 산업 육성과 첨단산업 발전을 위한 긍정적 방향에서 접근할 필요가 있다"며 "기업이 투자 유치에 적극적으로 나설 수 있도록 정부가 제도적으로 뒷받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황 교수는 국책은행인 산업은행 등을 활용한 방법론을 제시했다. 정부가 직접 시장에 개입하기보다 산업은행이 지분 참여 형태로 기업에 투자하고 향후 자금을 회수하는 방식이 대안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는 대한항공·아시아나항공 통합 과정에서 산업은행이 핵심적 역할을 한 것을 예시로 들며 "첨단산업 육성을 위한 우회적이고 효율적인 지분 참여 방안을 정부가 마련하는 것도 방법 중 하나"라고 조언했다.
대기업집단 지정과 계열사 간 거래를 포괄적으로 규제하는 현행 공정거래제도가 그룹 차원의 전략적·장기적 사업 지원을 위축시킬 수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주진열 부산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AI, 첨단 바이오, 양자컴퓨팅 등 분야는 수백조 원 단위에 이르는 투자가 필요한 상황인데 현행 제도에서는 원활한 자본 조달이 어렵다"며 "새로운 환경에 맞게 공정거래법을 재설계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미국과 중국 등 AI 선진국들은 민관이 한 몸처럼 움직이며 경쟁력 강화에 매진하고 있다. 정부가 대규모 지원에 나서는 게 부담스럽다면 국내외 금융시장 내 우리 기업들이 운신의 폭을 넓혀 줘야 한다는 게 경제계의 요구다.
익명을 요구한 한 경제단체 팀장은 "지주회사 금융회사 보유 불가, 손자회사 공동 출자 금지, 사모펀드(PEF) 계열사 출자 제한과 5년 내 매각 금지 등 규제는 당장 폐지하자는 게 아니라 시장 상황을 고려해 완화하자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일각에서는 '대기업이 계열사에 투자할 돈을 모아주는 것 아니냐'는 비판도 나오는데, 미국 스타게이트 프로젝트도 거액(450조원) 투자 없이는 현실화가 어렵다"며 "시대가 변했다. 글로벌 시장 추이를 감안해 규제를 완화하고 경쟁력을 갖추자는 얘기"라고 강조했다.
실제 글로벌 빅테크와 자산운용사들이 AI와 반도체 등 첨단산업 인프라 구축을 위한 협업에 적극 나서는 등 기업·금융회사 공동 보조는 시대적 흐름이다.
지난해 9월 마이크로소프트와 세계 최대 자산운용사 블랙록은 400억 달러(약 44조원) 규모로 AI인프라펀드를 조성한 바 있다. 세계 1위 소셜미디어그룹 메타는 지난달 사모펀드 블루아울캐피털과 데이터센터 개발을 위해 270억 달러(약 38조원) 규모로 합작투자 계약을 체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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