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사와 학부모의 관계 악화가 심화되는 가운데, 교육계·학부모·학계가 한자리에 모여 관계 회복 방안을 모색하는 세미나가 열렸다.
‘교사와 학부모의 관계 개선 방안’을 주제로 열린 이번 포럼은 교권 추락과 악성 민원 증가로 갈등이 반복되는 현실 속에서 교육 공동체의 근본적 회복을 어떻게 이뤄낼 것인지 집중 논의하는 자리였다.
세미나는 조관용 부산포럼 상임대표 사회로 진행됐으며, 장혁표 청소년교육문화재단 이사장석 부산시의회 교육위원회 부위원장의 축사에 이어 윤민종 부산대 교육학과 교수가 주제발표를 맡았다. 이후 나희정 부산시학교학부모회총연합회장, 김화선 전 금정중 교장, 최윤홍 전 부산시교육청 부교육감 등이 토론자로 참여했다.
윤민종 교수는 발표에서 1996년 5.31 교육개혁 이후 학생·학부모는 ‘수요자’, 교사는 ‘공급자’로 재정의된 구조가 갈등의 뿌리라고 짚었다. 교원능력개발평가, 학부모 만족도 조사 등으로 학부모 지위는 강화된 반면 교사의 전문성과 의사결정권은 후퇴했다는 분석이다.
특히 2023년 이후 교권 침해와 악성 민원 증가가 두드러진다고 설명했다. 실제 최근 2년간 교원지위법에 따른 아동학대 신고 건수는 1400여 건에 달했고, 교권보호위원회 회부 건수 중 90% 이상이 악성 민원으로 인한 교육활동 침해로 판단됐다.
윤 교수는 “갈등 해결을 위해서는 감정적 반응이 아니라 교육 현상을 과학적으로 이해하는 접근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논의에서는 2023년 개정된 ‘교권 5법’의 의미도 다뤄졌다. 주요 개정 내용은 △정당한 사유 없는 교원 직위해제 제한 △교권보호위원회 설치와 악성 민원 유형 명시 △보호자에게 교육 활동 존중 의무 부여 등이다. 하지만 “정당한 교육활동 범위의 모호성”, “현장 체감도 미흡”, “법적 분쟁의 상시화 우려” 등 보완 과제도 함께 제기됐다.
토론에서 가장 주목받은 발언은 최윤홍 전 부산시교육청 부교육감의 의견이었다. AI 기반 학습도구 등장으로 전통적 지식 전달 중심 교육은 급속히 약화될 것으로 전망하며 새로운 교육 방향을 제시했다.
최 전 부교육감은 “버튼 한 번이면 정답을 제시하는 시대에 가장 중요한 것은 정답을 ‘판별’할 수 있는 힘”이라며 “‘비판적 사고 능력’은 앞으로 모든 교육의 중심이 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한 AI의 역기능을 언급하며 “딥페이크 등 기술 남용 위험이 커지는 만큼, 디지털·AI 윤리교육은 필수 교과로 자리잡아야 한다”고 말했다.
최 전 부교육감의 발언은 교사와 학부모 사이의 민원 충돌을 개별 사건으로만 바라보는 접근과 거리를 두고, 교육 환경이 빠르게 변하는 흐름 속에서 갈등의 의미를 다시 점검해야 한다는 관점을 제시한 것으로 평가됐다.
현장의 갈등을 특정 집단의 책임으로만 해석하는 대신, AI 기반 학습 확산과 교육 방식 변화라는 거대한 전환기에 학교가 어떤 방향을 잡아야 하는지, 그리고 교사와 학부모가 어떤 역할을 함께 만들어가야 하는지를 묻는 분석이라는 점에서 주목을 받았다.
이러한 시각은 교권 보호 논의를 앞으로 이어갈 때 중요한 기준이 될 수 있다는 평가와 함께, 교육공동체의 구조적 재정비가 필요하다는 메시지를 현장에 던졌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는 반응을 이끌어냈다.
학부모 대표 나희정 회장은 학교운영위원회 구성 개선과 학부모교육 내실화를 통해 참여 구조를 바꿔야 한다고 제안했다.
김화선 전 교장은 “학교장은 악성 민원 대응에 명확한 책임을 져야 한다”며 관리자 역할의 강화 필요성을 지적했다.
또한 참가자들은 △정기 간담회 등 소통 채널의 안정적 운영 △교사-학부모-학생 공동 활동 확대 △학성적 교육관 중심의 교육 분위기 조성 등을 핵심 대안으로 제시했다.
세미나 총평에서 참석자들은 “법률은 최후의 장치일 뿐, 교육의 본질은 결국 공동체 회복에서 찾아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이번 세미나는 단발성 해법이 아닌 장기적 연구와 논의가 필요하다는 데 공감대를 형성하며 마무리됐다.
최윤홍 전 부교육감의 표현처럼, AI 시대에는 지식 자체보다 ‘생각하는 힘’, 그리고 기술을 다룰 때 필요한 ‘윤리적 판단력’이 미래 교육의 기준이 될 것으로 보인다. 전문가들은 교사와 학부모의 관계 개선도 이러한 변화 흐름 속에서 재정립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교육 현장에서 반복되는 갈등을 해결하는 과제는 더 이상 개별 학교의 문제가 아니라, 교육공동체 전반의 신뢰를 회복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하는 일과 직결된다는 지적이 힘을 얻고 있다.
교사와 학부모, 학생이 서로를 인정하고 협력하는 구조가 복원되지 않으면 어떤 제도적 개선도 충분한 효과를 내기 어렵다는 평가가 이어지며, 이러한 관계 회복이 앞으로 교육의 지속 가능성을 좌우할 핵심 과제로 부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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