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호이의 사람들] ② 믿음의 리드오프, 홍창기가 말하는 야구의 본질

성적은 선수의 가치를 결정하지만, 한 선수가 오래 사랑받기 위해서는 그 이상의 무언가가 필요하다. 홍창기에게 팬들이 보내는 ‘믿음’은 그가 단순한 리드오프 이상의 존재이기 때문이다.

팀을 먼저 생각하는 태도, 슬럼프를 견디는 마음가짐, 실패를 대하는 방식, 그리고 매일 같은 루틴을 반복하는 성실함. 홍창기는 ‘꾸준함’이라는 단어를 의식적으로 만들지 않았다. 그는 그저 야구를 정말 좋아했고, 좋아하는 일을 오래 하기 위해 필요한 것들을 체득해왔다.

가장 재밌는 순간은 “지고 있다가 뒤집을 때”라고 말하는 선수. 가장 자랑스러운 순간은 “팀 우승”이라고 말하는 선수. 그리고 야구가 힘들어 포기할까 고민했던 과거의 자신에게 “포기하지 않아줘서 고맙다”고 말하는 선수.

지금의 홍창기를 규정하는 가치관, 야구를 대하는 자세, 동료·팬·팀에 대한 마음, 그리고 그가 이루고 싶은 마지막 목표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야구를 ‘인생’이라고 말하는 그의 목소리를 통해, 왜 많은 팬들이 그를 믿는지를 확인할 수 있다.

 
LG트윈스 홍창기 선수 사진 김호이 기자
LG트윈스 홍창기 선수 [사진= 김호이 기자]


홍창기 선수에게 야구를 ‘잘한다, 못한다’ 기준은 뭔가
- 사소한 틈을 파고드는 게 잘하는 게 아닌가 싶다. 

야구가 재밌다고 느끼는 순간은 언제인가
- 지고 있다가 뒤집었을 때가 가장 재밌던 것 같다.

실패를 받아들이는 태도가 궁금하다
- 야구는 실패의 스포츠이기 때문에, 한두 번 못 친다고 거기에 빠지지 말자고 생각하면서 시즌에 임하고 있다.

응원가가 유행했는데, 처음 들었을 때 어땠나
- 처음에 들었을 때 좋았다고 생각했다. 첫 응원가였고, 이렇게 많은 분들이 좋아해주실 줄 몰랐다.

‘홍창기 대창 막창’ 패러디는 어떻게 생각하나
- 동료 선수가 많이 불러줬다. 진성이 형이 많이 불러주셨고, 진성이 형이 부르기 전에도 알고는 있었고 패러디해서 따라 해주시는구나 정도로 생각했다.

막창·대창·곱창 중 좋아하는 건 뭔가
- 막창 좋아한다.

외야수 동료들과의 호흡 중 인상적이었던 순간은 언제인가
- 해민이 형이랑 계속 소통하면서 시합을 하니까, 백업을 가는 순간이나 어려운 타구를 잡았을 때 상황이 잘 마무리되면 가장 좋다.
 
인터뷰 장면 사진 김호이 기자
인터뷰 장면 [사진= 김호이 기자]


류지현 전 감독, 염경엽 감독에게 각각 배운 점은 뭔가
- 류지현 감독님은 엄마 같은 느낌으로 많이 챙겨주셨고, 염경엽 감독님은 디테일적인 부분을 많이 알려주셨다.

후배들에게 자주 하는 조언이 있나
- 본인보다 팀을 먼저 생각하라고 말한다.
아무리 잘난 선수여도 팀워크를 해치면 안 된다는 생각이 강하다.

‘홍창기 = 믿음’이라는 팬들의 말에, 그 신뢰를 지키기 위해 신경 쓰는 부분이 있나
- 일단 야구를 잘해야 될 것 같다. 그래야 믿음이 생긴다.

시즌 시작할 때 “올해도 나 한번 믿어봐”라고 한 이유는 뭔가
- 저도 저 자신을 믿고 싶었고, 팬분들에게도 나를 한번 믿어봐라, 팬들이 원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싶다는 생각에서였다. 2023년도에 그렇게 썼을 때 좋은 모습을 보였어서 한 번 더 썼다.
 
홍창기 선수가 전하는 메시지 사진 김호이 기자
홍창기 선수가 전하는 메시지 [사진= 김호이 기자]


선수로서 홍창기와 사람으로서의 홍창기는 어떤 사람인가
-딱히 차이는 없는 것 같다. 밖에 나가면 그냥 홍창기고, 친구들 만날 때도 그렇고, 길에서 알아봐 주시는 것 말고는 딱히 없다.

입단 전에는 어느 팀 팬이었나
- 솔직하게 기아 타이거즈 팬이었다(하하).

야구를 하며 사람으로서 성장했다고 느낄 때는 언제인가
- 어릴 때부터 단체 생활을 하면서 선후배 관계도 배우고 조직 생활도 배우고, 살아가는 데 도움이 되는 걸 많이 배운 것 같다.

야구를 통해 성덕이 된 경험이 있나
- 어릴 때 현수 형(김현수)을 좋아했다. 베이징 올림픽을 보면서 자란 세대였고, 좋아하는 스타일의 야구를 하는 선수였다. 운 좋게 제가 LG에 먼저 지명되고 현수 형이 LG로 오셔서 같이 야구를 할 수 있었던 게 성공한 덕후이지 않을까 싶다.

김현수 선수와는 주로 어떤 대화를 했나
- 어릴 때는 하나부터 열까지 다 알려줬다. 투수 공략법, 특징, 수비할 때 어떻게 해야 하는지 등 처음 접하는 것들을 다 알려줬다.

실패·비난 속에서 자신을 지탱하는 힘은 어디서 나오나
- 야구인 것 같다.

홍창기 선수에게 야구란 뭔가
- 제 인생이다. 어릴 때부터 야구를 보고, 야구를 하면서 커왔기 때문에 인생이다.

어떤 선수로 기억되고 싶나
- “LG에 홍창기가 있었을 때가 좋았지”라는 생각이 팬분들에게 들 수 있게 선수생활을 하고 싶다.

LG에서 은퇴할 생각도 있나
- 얘기하고는 있는데 제가 하고 싶다고 되는 것도 아니지만 마음은 끝까지 LG에서 마무리하고 싶은 마음이 크다.

부상 때 빨리 복귀할 수 있었던 비법은 뭔가
- 초반에는 최대한 조심했다. 목발을 떼도 된다고 했을 때도 불안해서 기간을 조금 늦췄고, 조심하면서 생활한 게 도움이 많이 됐다. 코치님들도 많이 케어해주셔서 도움이 됐다.

팀 성적이 안 좋을 때는 어땠나
- 야구를 잘 안 봤다. 연패하거나 지는 경기가 많을 때는 어차피 제가 할 수 있는 게 없어서, 유튜브를 보거나 스코어만 확인했다.
팀이 다시 살아난 건 광주에서 역전승을 했을 때였던 것 같다.

좋아하는 다른 스포츠가 있나
- 축구, 농구 등 웬만한 스포츠는 다 좋아한다. 잘하진 않지만 보는 걸 좋아한다.

가장 기억에 남는 ‘홈보살’은 뭔가
- 2023년 한국시리즈 1차전 때 홈보살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 제가 던졌을 때 느낌이 가장 좋았던 상황이었다.

힘들었던 시기의 자신에게 한마디 해달라
- 포기 안 하길 정말 잘했다, 대견하다고 말해주고 싶다. 그때가 가장 힘든 시기였고, 야구를 그만해야 하나 처음으로 생각했던 시기였다. 그 시기가 아니었으면 더 성장할 수 없었을 것 같다. 포기하지 않고 준비했던 게 많이 도움이 됐다.

마지막으로, 오늘도 열심히 달리는 사람들에게 한말씀 해달라
- 한 번에 성공하면 좋겠지만 그런 사람은 소수라고 생각한다. 작은 것 하나하나가 다져져서 성공으로 간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힘들어도 좌절하지 말고 잘 이겨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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