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구호라는 이름은 하나의 직함으로 규정되기 어렵다. 그는 패션 브랜드를 만들고, 공간을 설계하며, 기업의 오래된 이미지를 새롭게 바꾸는 동시에 국립오페라단과 무용단의 무대 위에서 전혀 다른 한국적 미학을 제안해왔다. 비즈니스와 문화예술, 상업성과 순수성을 넘나드는 그의 행보는 장르의 경계를 지우는 데서 멈추지 않고, ‘새로움이란 무엇인가’라는 질문을 끊임없이 던진다. 대기업과 예술단체가 그에게 의뢰하는 이유는 명확하다. 답을 잘 내놓아서가 아니라, 이전에 없던 질문을 만들어내기 때문이다.
그는 스스로를 디자이너도, 연출가도 아닌 ‘크리에이터’라 정의한다. 창작의 출발점은 트렌드 분석이나 레퍼런스 수집이 아니라, 첫 미팅에서 느껴지는 직관과 오랜 시간 축적된 호기심이다. 어린 시절 ‘공상만 한다’는 이유로 지적받던 습관은 이제 그의 가장 강력한 무기가 되었고, 핵심만 남기고 과감히 비워내는 태도는 정구호식 창조의 방식이 되었다. 그의 작업은 언제나 90% 이상의 구현을 목표로 하며, 그 기준은 타인의 평가 이전에 스스로의 엄격한 잣대에 있다.
이 책은 정구호의 결과물이 아니라 태도에 관한 기록이다. 어떻게 일하는가, 무엇을 기준으로 선택하는가, 그리고 어떻게 자신의 아이덴티티를 지켜내는가에 대한 이야기다. ‘정구호답다’는 말이 곧 ‘다르다’는 의미가 된 지금, 이 서사는 창작을 업으로 살아가는 모든 이들에게 하나의 방향이자 질문이 될 것이다. 창의성이란 개념이 아니라 영향력이며, 아름다움이란 과시가 아니라 균형이라는 그의 신념처럼, 이 이야기는 조용하지만 분명한 울림으로 독자에게 다가간다.
삼성, 롯데 등 대기업의 패션과 공간 설계부터 국립오페라단 오페라 연출까지 다 혼자 했는데 그들의 정구호 디렉터에게 무엇을 의뢰하나. 그리고 그들이 정구호 디렉터를 선택하는 이유를 뭐라고 생각하나
-비즈니스적인 일과 문화예술적인 일을 하고 있다. 두곳의 니즈가 다른 것 같다. 기획이 전문이라 기업은 브랜드를 기획하는 일과 노후된 브랜드를 리뉴얼 하기를 원한다. 기업은 수익을 목적으로 하는 브랜드 기획을 하고 있고 국립무용단과 서울시립무용단, 국립오페라단 등의 예술단체와는 기존에 보여졌던 모습이 아닌 새로운 모습의 한국무용에 대한 제안이 온다.
스스로의 직업을 뭐라고 정의하고 싶나
-크리에이터다. 새롭게 창작하는 것에 관심이 많고 좋아해서 창작자가 맞는 것 같다.
아무리 돈을 많이 준다고 다 하는 건 아닐 것 같은데 작업에 응하는 기준이 있나
대중들에게 가장 잘 알려진 히트 상품이 있나
- 구호, 필라, L7 등이 있다.
브랜드 이름을 본인의 이름 구호로 짓게 된 이유는 뭔가
-제 아이덴티티를 보여주려고 만든 브랜드였기 때문에 내 이름을 쓰는 게 좋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 일은 어쩌다가 시작하게 됐나
-회사원 생활을 하다가 레스토랑과 바를 만들면서 브랜드 기획을 스스로 하게 됐는데 기획이 성공적이었다. 그러면서 많은 분들이 제안을 해주시면서 기획자가 된거다.
당시에는 SNS가 없었을텐데 어떻게 알렸나.
-돈이 많으면 광고를 하면 되는데 광고를 마음껏 할 수 있는 자금의 여유가 없었다. 그래서 이슈메이킹 스토리텔링 하는 걸 많은 기자 분들께 알렸다. 그러면서 관심을 갖게 하는 게 전략이었다.
여러 브랜드와 협업을 하기 위해서는 아이디어들이 필요한데 영감을 얻기 위한 습관이 있나
- 습관은 없고 호기심이 많아서 여러가지 것들에 대해 관심이 많다. 평상시에 생활 속에서 다양한 관심의 촉을 세우다보면 머릿속에 자료로 남아있다가 기획을 할 때 재밌게 연결이 돼서 나타난다.
어떤 영감이 작품으로 탄생하나
-의뢰가 들어와서 첫 미팅을 할 때 영감이 떠오른다. 영감을 위해서 뭔가 보거나 하지는 않는다.
경험이 브랜드를 만들 때 어떤 도움이 되나
-항상 도움이 된다. 영감을 받고 상상을 한 뒤에 실제화 하기 위해 남들과 커뮤니케이션 해야되니까 쓰고 알리고 실무를 진행하는 과정에서 오차가 생길 수 있다. 오차 범위를 벗어나서는 항상 도움이 되고 도움이 되지 않을 것 같으면 프로젝트를 시작하지 않는다.
프로젝트를 세상에 공개를 하는 기준이 있나
- 내 머릿속의 상상과 90% 가깝게 가는 걸 목표로 한다. 완벽하게 잘된 경우는 95% 이상이고 계획이 바뀌어서 어쩔 수 없이 변화가 필요할 때는 85% 이상이다.
세 살 버릇 여든까지 간다고 하는데 어렸을 때 지적을 받았던 습관이 일을 하는데 있어서 도움이 된 게 있나
-공상 때문에 항상 지적 받았다. 공부 안하고 공상한다고 많이 혼났는데 지금의 공상이 내가 일을 하는데 원천이 되니까 도움이 많이된다.
취향이 경쟁력이 되는 시대인데 개인적인 취향이 작업을 하는데 있어서 어떤 영향을 주나
- 영향을 줄 때도 있고 안줄 때도 있다. 예술적인 작업을 할 때는 개인적인 취향이 많은 반영이 된다. 상업적인 프로젝트는 나의 성향도 중요하지만 회사의 니즈에 더 맞춰야 되기 때문에 내 취향의 포지션이 줄어든다.
예술의 잘과 못의 기준이 있나
- 기준이 있어야 된다고 본다. 모든 게 예술이라고 하면 평가를 할 수 없다. 그래서 미학의 기준, 아름다움의 기준이 꼭 있어야 된다고 생각한다.
학문을 통해서나 작품들을 통해서 정의가 되는 경우가 많다.
SNS를 통해서 세상을 바라보는 시각에 있어서 달라진 게 있나
-기술이 세상을 바라보는 시각을 바꾼다. 복잡함의 차이는 있지만 아름다움의 차이는 아니다. 커뮤니케이션의 방법이 바뀌었을 뿐이고 본질은 똑같다.
아름다움은 뭘까
- 사람도, 이야기도 아름다울 수 있지만 균형이 잘 잡혀있는 게 중요하다. 사람도 사고의 균형이 맞는 사람이 아름답다고 생각한다.
정구호 디렉터의 일하는 방식이 궁금하다
- 예전부터 종이를 안쓰고 컴퓨터로 확인했다. 모든 것에 책임을 지고 일을 하면 되는거라 굳이 만나서 일을 해야될 이유는 없다고 생각한다. 약속의 기준만 맞추면 되지, 어떤 식으로 처리할지는 중요하지 않다. 예전부터 하던 방식이라서 코로나로 인한 비대면이 새롭지 않았다.
커리어에 있어서 가장 큰 영향을 준 작업이 있나
-구호라는 패션브랜드를 만든 거다. 패션이라는 브랜드에 들어갈 수 있는 첫번째 계기였고 '묵향'이라는 작품을 통해서 한국 무용에 발을 들였다. 상징적인 첫시작이 중요하게 느껴진다.
제일모직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등 기업에서 직장인으로 일을 했다. 회사 안에서 일할 때와 밖에서 일할 때 중에 어떤 게 더 본인의 스타일과 잘 맞나
- 당연히 자유롭게 일하는 게 좋다. 조직생활을 별로 안해봐서 제일모직에서 꼭 일을 해보고 싶었다. 10년7개월 동안 일을 하면서 굉장히 많은 걸 배웠다.
정구호에게 출퇴근의 의미는 뭔가
- 출퇴근의 의미는 없다. 얼마나 많은 성과를 내느냐가 중요한거다.
성과의 지표를 어떻게 판단하나
- 내 기준이다. 작품을 만들거나 브랜드를 만들 때 개관적인 평가도 있지만 주관적인 평가가 굉장히 중요하다.
창의성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건 뭐라고 생각하나
- 영향력이다. 창의성이라는 개념만 있으면 아무것도 안된다. 창의성이라는 개념으로 뭔가를 만들어야된다. 사람들에게 영감을 주거나 결과로 영향을 주는 게 중요하다.
회사에서 일을 한 걸 어떻게 나만의 브랜드로 만들어나갈 수 있을까
- 회사에 들어가는 순간 다른 일을 못하게 한다. 그래서 취미생활이 꼭 있어야된다. 회사에서 발휘하는 영향력의 회사 소유이기 때문에 내 영향력을 만들어야 되는데 그건 취미생활로 얼마든지 만들 수 있다.
감각을 유지하기 위해 어떤 노력들을 하나
- 호기심을 키워나가는 노력을 하고 있다. 호기심이 멈추는 순간이 내가 이 일을 그만두는 순간이다.
핵심 빼고는 다 버리는 스타일이다. 창조는 더하기가 아닌가
- 창조는 비우는 거라고 생각한다. 실행을 하기 위해서는 협상이 중요한데 그 상황에서 꼭 놓치면 안되는 핵심을 유지하려고 한다. 핵심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얼마든지 버릴 수 있다는 오픈마인드를 유지하고 있다.
‘정구호답다’, ‘정구호스럽다’는 무엇을 의미하나
-다름이다. 일부러 다르려고 하지는 않고 내가 참여하는 장르에서 새로운 영향력을 발휘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다. 이 분야에서 새로운 걸 발휘할 수 없다면 도전하지 않는다.
인간관계에 있어서 중요시 여기는 건 뭔가
- 믿음이다. 믿음은 일을 하면서 항상 바뀌는데 변한다고 화를 내거나 실망하거나 후회하지 않아야 된다고 생각한다.
앞으로의 정구호는 어디로 나아갈 건가
- 모르겠다(웃음). 내 스스로의 타이틀을 정한 적 없지만 사람들이 불러줬는데 그건 나한테 중요하지 않다. 무슨 일을 하느냐가 중요하고 어떤 제안이 와도 새로운 도전을 하고 싶다.
마지막으로 현재를 살아가는 수많은 창작자들에게 한말씀 해달라
- 제일 중요한 건 아이덴티티인데 그걸 유지하는 건 힘들다. 아이덴티티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뚜렷한 철학이 있어야 되는데 그게 있으면 어떤 시련도 견딜 수 있을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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