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한일령'에 싱가포르 등 동남아 찾는 中 여행객들…예약 15~20% 증가

"中정부 여행 자제령, 단순주의 수준 넘어서"

중국 상하이 훙차오 국제공항 [사진= EPA·연합뉴스]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의 '대만 유사시 개입' 시사 발언 이후 중국의 '한일령'(限日令, 일본 문화 콘테츠 제한)이 본격화하면서 일본 대신 싱가포르 등 동남아 국가를 찾는 중국인 관광객이 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1일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따르면 최근 디지털 마케팅 기업 '차이나 트레이딩 데스크'가 집계한 중국인 여행객의 태국·베트남·싱가포르·말레이시아 여행 예약 건수는 8∼9월 평균 대비 약 15∼20% 늘었다. 특히 싱가포르행 예약 건수는 지난달 중국 당국이 일본 여행 자제령을 내린 이후 전년 동기 대비 약 20~25% 증가했다.
 
수브라마니아 바트 차이나 트레이딩 데스크 최고경영자(CEO)는 “도쿄 주재 (중국) 대사관은 중국 시민들에게 안전 문제와 대만 관련 정치적 갈등을 모두 언급하며 당분간 일본 여행을 자제할 것을 거듭 경고했다”면서 “이는 단순한 주의 촉구를 넘어선 수준”이라고 말했다. 이어 중국 항공사·크루즈 선사들이 예약 취소·변경을 무료로 제공하면서 일반 여행객들이 중국 정부의 지침을 따르기가 훨씬 수월해졌다고 덧붙였다.

앞서 지난달 7일 다카이치 총리가 일본 현직 총리로는 처음으로 '대만 유사시'가 일본이 집단 자위권(무력)을 행사할 수 있는 '존립위기 사태'에 해당할 수 있다고 말하면서 중일 갈등이 빚어졌다. 이후 중국 측은 발언 철회를 촉구했으나, 다카이치 총리가 이를 거부하면서 양국 간 갈등은 더욱 격화했고 중국은 자국민들에게 일본 여행과 유학을 자제할 것을 권고하는 등 한일령에 본격 시동을 걸었다.이에 따라 중국국제항공(에어차이나), 중국동방항공, 중국남방항공 등 중국의 항공사들은 일본 관련 노선에 한해 수수료 없이 취소를 지원하고 있다.

싱가포르는 또한 중국어가 비교적 잘 통하고 미중 관계에 있어서 중립적인 자세를 유지한다는 면에서도 중국인 관광객들의 일본 여행 대체지가 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싱가포르 여행업계 종사자 패트릭 테오는 "복잡한 상황을 피하고 중립적이면서 위험성이 낮은 여행지를 선택하는 것을 선호하는 여행객들에게 자연스럽게 싱가포르가 대안이 될 수 있다"면서 싱가포르의 깨끗하고 안전하며 정치적으로 안정적이고 효율적인 이미지, 비교적 높은 중국 표준어 푸퉁화(만다린) 사용률 등도 중국 관광객의 방문 증가 요인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중국 온라인 여행플랫폼 취날의 국제선 항공권 예약 현황에 따르면 한국은 지난달 15∼16일 기간 중 일본을 제치고 인기 여행지 1위를 차지했으며, 태국·홍콩·말레이시아·싱가포르·베트남·인도네시아 등이 뒤를 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