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멍 난 특금법] 사업자 갱신 1년 넘게 '중단'…업계 "FIU 심사 근본적 한계"

  • 5대 거래소 기존 신고 효력 '임시' 유지

  • FIU 전담 인력 부족…근본 원인으로 지목

마이크로소프트MS가 자사 검색엔진 빙으로 만든 이미지
마이크로소프트(MS)가 자사 검색엔진 '빙'으로 만든 이미지

가상자산 업계에서는 금융위원회 산하 금융정보분석원(FIU)의 가상자산사업자(VASP) 신고·갱신 권한이 또 다른 ‘리스크’로 지목되고 있다. 2021년 특정금융정보법(특금법) 개정안 시행 이후 VASP 신고 수리 권한이 FIU로 이관됐지만, 자금세탁방지 전담기관인 FIU가 거래소의 사업성·운영 적정성까지 판단하는 구조가 근본적 한계를 보이고 있다는 지적이다. 전담 인력 부족 속에서 갱신 심사가 제때 진행되지 않자 “FIU 재량이 과도하게 확대되고 있다”는 불만도 커지고 있다.

3일 업계에 따르면 업비트·빗썸·코인원·코빗·고팍스 등 주요 원화마켓 거래소 5곳의 VASP 갱신 심사는 사실상 1년 이상 멈춰 있다. 특금법은 3년 주기의 갱신 신고를 의무화하고 있으나, FIU는 지난해 8월부터 제출된 갱신 서류에 대해 아직 단 한 곳도 정식 수리 결정을 내리지 않았다. 이들 거래소는 기존 신고 효력이 ‘임시 유지’되는 상태로 영업을 이어가고 있다.

갱신 심사가 지연되는 근본 원인으로는 FIU가 자금세탁방지 업무와 함께 갱신 심사까지 맡고 있다는 점이 꼽힌다. FIU 내 가상자산검사과 인력은 8명에 불과하며 대부분이 자금세탁방지 전문가다. 업계에서는 이들이 거래소의 시장성, 리스크 관리 등을 종합적으로 평가하기에는 구조적 한계가 불가피하다고 지적한다.

전문가들도 FIU 주도의 ‘사업자 갱신·심사’ 과정에 한계가 있다고 지적한다. 김익현 법무법인 율촌 변호사는 “특금법상 신고·갱신은 허가제가 아니라 신고 수리 방식임에도, 실무에서는 사실상 허가에 준하는 수준의 정밀한 심사가 이뤄지고 있다”며 “그동안 가상자산 시장 규제가 엄격하게 적용돼 왔고, 이용자 안전을 우선하는 관점에서 기준이 보수적으로 적용된 측면이 큰데, 이는 정책 취지와 실무 운영 방식 사이의 간극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실제 사례는 이러한 한계를 잘 보여준다. 가상자산 예치 기업 델리오는 예치·렌딩 서비스(가상자산을 담보로 다른 가상자산을 빌려 투자하는 서비스)를 제공하면서 2022년 FIU로부터 VASP 신고 수리를 받았음을 홍보했다. 당시 사업자 유형 중 보관·관리 사업에 한해서만 신고 수리를 받았음에도 투자자들이 오인할 만한 요소를 강조한 것이다. 이후 델리오에서 약 2800명, 2500억원 규모의 금융 피해가 발생하자, FIU가 수리한 사업자 지위가 실효성이 없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고팍스도 2023년 2월 바이낸스가 지분 67%를 인수하고 FIU에 임원 변경 신고서를 제출했지만, 규제 심사로 인해 약 2년 반 동안 심사가 지연됐다. 업계에서는 이를 “요건이 지나치게 형식적·엄격하게 적용된 결과”로 평가한다. 임원 변경 신고만으로도 장기간 심사가 지연된 것은 단순 행정 절차가 아니라 실질적 ‘진입 장벽’ 역할을 했다는 분석이다.

이에 FIU의 자금세탁방지 기관으로서 대응 능력이 떨어지고, 사업자의 당국 대응 부담은 더 커지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황석진 동국대 국제정보보호대학원 교수는 “델리오, 고팍스 사태처럼 FIU가 일부 사업자의 신고 수리 문제를 방치했던 전례가 있다”며 “가상자산 정책, 자금세탁 검사, 이용자 보호 감독 기능이 서로 나뉘어 있어 업무가 분산돼 있고, 사업자는 1년 내내 여러 기관의 심사를 받으며 부담이 가중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일본 금융청은 가상자산사업자 승인과 감독을 직접 수행하고, 유럽연합(EU)과 두바이 등에서도 금융당국이 라이선스를 발급한다”며 “국내에서도 신고 수리·심사·갱신 기능을 금융위원회로 통합해 효율적이고, 책임 있는 감독 체계를 갖출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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