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가림의 금만세] "심사 건수 폭발" "분쟁 쏟아질 것"…특금법 시행령에 뿔난 거래소들

  • 닥사, 금융위에 특금법 시행령 의견서 제출…"법률유보원칙 정면 위배" 지적

사진챗GPT
[사진=챗GPT]
금융위원회가 이르면 7월 특정금융정보법(특금법) 시행령 개정안을 확정한다. 해킹, 자금세탁 사고가 잇따르며 자금세탁 방지(AML) 체계를 공고히 하겠다는 구상이지만 가상자산 업계는 법률적 근거 없는 규제라며 반발하고 있다. 100만원 미만 소액 투자에 대해서도 정보제공의무(트래블룰) 확대 등 규제들이 대거 포함된 데다 사전신고제 전환 등 경영 자율성을 침해하는 조항들이 담기면서다. 업계는 이번 개정안이 확정될 경우 이용자의 재산권 침해는 물론 국내 시장의 갈라파고스화가 가속화될 것이라고 우려하고 있다.

4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위는 오는 11일 특금법 시행령 개정안의 입법예고를 준비하고 있다. 

이번 개정안은 고객과 거래, 대주주 적격성 등 전반에 걸친 심사 강화가 핵심이다. 국내 시장의 가상자산 거래규모는 1001조원에 달하면서 잇따른 금융사고가 발생하고 있다. 해킹 사고는 물론 자금 세탁 수법이 고도화되면서 기존 규제만으로는 한계가 있다는 것이 금융당국의 판단이다. 대주주 적격성 심사 등을 통해 무분별한 사업자의 시장 진입을 차단하겠다는 의지가 크다. 

그러나 가상자산 업계가 받아들이는 시각은 다르다. 국내 AML 체계 강화라는 취지에는 공감하지만 일부 시행령에는 실무적 한계를 외면하고 법적 근거에 어긋한 규제가 곳곳에 녹아있다는 지적을 내놓는다. 

디지털자산거래소 공동협의체(닥사·DAXA)가 금융위에 제출한 '특금법 시행령 개정안에 대한 가상자산업권 의견서'에 따르면 5대 가상자산 거래소(업비트·빗썸·코인원·코빗·고팍스)를 포함한 사업자 27곳은 △고객확인(KYC) 검증의무 신설 △수신사업자 트래블룰 의무 부과 △100만원 미만 이전거래 트래블룰 확대 △해외 사업자 위험도 자체 판단 의무 △수신사업자의 정보수취의무 △대주주 결격사유 과잉 규제 등 내용을 지적했다. 

쟁점이 되는 부분은 KYC 검증의무 확대다. 특금법에는 고객 정보가 의심스러울 때만 신뢰할 만한 문서를 기반으로 고객 신원을 확인하라고 규정돼 있다. 그러나 시행령은 '신원 확인'이 아닌 '정부 발행 문서 등을 통한 신원 검증'을 주문하고 있다. 

고객 확인 의무는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현재 100만원 이상에만 적용되는 트래블룰을 100만원 미만 소액 거래까지 확대됐다. 또 1000만원 이상의 모든 가상자산 거래를 의심거래로 간주해 가상자산 사업자가 금융정보분석원(FIU)에 의심거래보고(STR)를 못 박았다. 금융위는 기존 수준의 확인 절차로는 자금세탁 등을 차단하기 어렵다고 보고 소액 거래까지 관리하는 체계가 필요하다고 보고 있다. 

그러나 가상자산 업계는 법률에도 없는 검증 단계가 추가됐을 뿐만 아니라 검증의 기준이 추상적이어서 현장의 혼란이 불가피하다고 꼬집었다. 더욱이 의심스러울 때만이 아닌 일반적인 고객확인 과정에서 재직증명서 등을 통해 신원을 확인해야 하는 절차적 부담이 크다는 입장이다. 법률유보원칙에 위배된다는 점도 피력하고 있다. 

업계는 "심사 건수가 폭발적으로 늘어 입금 지연이 일상화될 것"이라며 "그 사이 가격이 변동되면 손해가 생기는데 보내는 거래소·받는 거래소·이용자 중 누구 책임인지 불분명해 분쟁이 쏟아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사업자의 경영 관련 조항을 두고도 갈등을 빚고 있다. 특금법상 변경 신고는 사후신고가 원칙임에도 시행령은 '변경 전 사전신고'를 강제하고 있다. 주요 변경 사항을 사전에 파악해 이용자 피해를 예방하겠다는 취지다. 그러나 개정안대로 추진된다면 사실상 당국의 사전 승인을 받아야 사업 내용을 바꿀 수 있는 셈이다. 이는 위임입법의 범위를 넘어선 과잉 규제라는 목소리가 나온다. 

업계는 "사전 변경신고 이후 신고한 내용과 다른 변경이 발생할 수 있고 애초 변경하려던 내용이 수정될 수도 있다"며 "이러한 경우마다 매번 변경신고를 해야한다면 사업자들에게 혼란을 초래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대주주 결격사유 역시 쟁점이다. 금융위는 지배구조의 투명성을 높이고 경영진의 책임을 강화해 사고를 예방하겠다는 의지다. 그러나 업계는 소수 지분 대주주의 돌발 행동이나 사업자가 통제하기 힘든 임직원의 실수까지 대주주 결격 사유에 포함하는 것은 헌법상 책임주의 원칙에 어긋난다고 주장하고 있다. 특히 영업정지 조치 후 2~3년간 갱신신고를 막는 것은 사실상 시장에서 퇴출시키는 사형 선고나 다름없어 예외 판단 근거가 절실하다는 목소리가 높다. 

국내 거래소들이 해외 거래소가 고위험인지 아닌지를 직접 판단해 거래를 제한하라는 내용도 불투명하다는 지적이 이어진다. 금융위는 한국의 바이낸스 거래량은 70조원을 웃도는 만큼 민간 차원의 위험 관리 역할이 필요하다고 보고 있다. 이와 달리 업계는 각국의 인허가 제도, 법령, 실제 집행력까지 판단하는 것은 고도의 정책적 영역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업계는 "국내 규제가 너무 강해지면 이용자들이 불편함을 피해 해외 거래소로 자산을 옮겨버릴 수 있다"며 "국내 자산의 해외 유출, 국내 거래소 경쟁력 약화, 이른바 갈라파고스화가 우려된다"고 호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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