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信賞 사라진 재계] 必罰 칼바람, '임원(임시직원)' 수난의 계절

아주경제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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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계 임원 인사와 관련해 주요 가이드라인인 신상필벌(信賞必罰)에서 올해는 '신상'보다 '필벌'이 유독 강조되는 모습이다. 올해 업황 악화와 더불어 내년에도 사상 최대 수준의 대미 투자, 노란봉투법, 정년 연장 등 경영 불확실성 심화가 우려되면서 승진 인사는 최소화하고 저성과자 퇴출이 확대되고 있다. 대기업 임원들 사이에서는 자신들 처지가 '임시 직원' 줄임말이라는 자조 섞인 토로가 나온다. 
 
4일 재계에 따르면 삼성전자와 SK·LG·롯데그룹 등이 올해 부회장을 비롯한 임원 승진자를 대폭 줄이고 그룹 규모를 슬림화하는 인사와 조직 개편을 단행했다. 아직 인사 실시 전인 현대차그룹도 별도의 부회장 승진 없이 소폭으로 끝낼 가능성이 높다. 
 
반도체(DS), 디바이스(DX), 사업전략 등 3개 부문에서 부회장 직급 체계를 유지하던 삼성전자는 기존 정현호 사업지원태스크포스(TF)장이 물러나고 부회장 승진자가 나오지 않으면서 전영현 부회장(DS부문장) 1인 체제로 변경됐다. 전체 임원 승진자는 161명으로 전년(137명)보다 소폭 늘었지만 앞선 반도체 슈퍼사이클(2021년·212명) 시기보다는 줄었다.  
 
LG그룹은 기존 신학철 LG화학 부회장, 권봉석 LG 부회장 투톱 체제에서 신 부회장이 물러나면서 부회장이 1명으로 줄었다. 부회장 후보로 거론되던 조주완 LG전자 사장도 올해 인사에서 물러났다. 현대차그룹은 차기 부회장 후보로 거론되던 송창현 첨단차플랫폼(AVP)본부장(사장)이 용퇴하면서 임원 인사 폭이 크게 축소될 전망이다. 그룹의 미래차 전략을 총괄하던 송 사장이 돌연 사퇴한 배경에는 그동안 묵묵히 지원하던 정의선 회장의 '필벌' 인사 원칙이 작용했다는 관측이다.

SK와 롯데는 2년 연속 고강도 인적 쇄신을 이어가고 있다. SK는 그룹 컨트롤타워인 수펙스추구협의회 인력을 절반으로 감축하고, SK텔레콤 임원을 30% 줄였다. 롯데는 부회장단을 아예 없앴다. 그룹 2인자로 불린 이동우 롯데지주 대표이사 부회장, 이영구 롯데 식품군 총괄대표 부회장, 김상현 롯데 유통군 총괄대표 부회장, 박현철 롯데건설 대표이사 부회장 등이 모두 일선에서 물러났다. 
 
5대 그룹이 소폭 인사와 조직 슬림화에 방점을 찍으면서 다른 기업들도 필벌 인사 원칙을 강화할 것으로 전망된다. 재계 관계자는 "기업마다 상황은 다르겠지만 올해는 경영 불확실성에 실적 부진 이슈까지 더해져 대규모 승진 인사를 내기 어려운 환경"이라며 "특히 부회장 자리는 상징성이 큰 만큼 오너의 조직 슬림화·효율화에 대한 의지를 보여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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