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 워너브러더스 인수에 美 정치권 우려 고조...트럼프 승인 받아낼까?

  • 720억달러 초대형 합병 두고 반독점 공세...정치권·노조·경쟁사 한목소리 반대

넷플릭스의 워너브러더스 인수 사진로이터·연합뉴스
[사진=로이터·연합뉴스]
세계 최대 스트리밍업체 넷플릭스가 워너브러더스 디스커버리(워너브러더스)를 720억 달러(약 106조원)에 인수하기로 합의했지만 미국 정치권의 반독점 우려가 커지면서 거래 성사까지는 상당한 진통이 예상된다. 스트리밍 시장 지배력 강화 논란 속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승인 여부가 최대 변수가 되고 있다.

5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 등에 따르면 미 법무부와 연방거래위원회(FTC)는 넷플릭스의 워너브러더스 인수가 스트리밍 시장 경쟁에 미칠 영향을 놓고 본격적인 반독점 심사에 착수했다.

백악관도 이번 거래를 우려하는 기류가 감지된다. 폭스비즈니스는 트럼프 행정부가 넷플릭스의 인수에 대해 우려를 갖고 있다고 전했으며 CNBC도 백악관 고위 관계자가 내부적으로 "심각한 회의적" 입장이라고 밝혔다.

앞서 지난 5일 넷플릭스는 위너브러더스의 영화·TV 스튜디오 스트리밍 서비스 'HBO 맥스' 등 핵심 콘텐츠 자산을 720억 달러에 인수하는 계약을 체결했다. 거래가 마무리되면 넷플릭스와 HBO 맥스를 합친 구독 서비스가 미국 스트리밍 시장의 약 30%를 차지하게 될 것으로 추산된다.

문제는 이 같은 시장 점유율이 미국 반독점 지침의 '레드라인'에 근접해 있다는 점이다. 2023년 미 법무부가 마련한 지침에 따르면 합병 후 시장 점유율이 30%를 넘는 경쟁사 간 직접 결합은 불법으로 간주될 수 있다. 경쟁사인 파라마운트 스카이댄스(파라마운트)와 컴캐스트 등이 "넷플릭스의 글로벌 지배력을 과도하게 키우는 거래"라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정치권의 견제도 거세다. 폭스비즈니스 등에 따르면 엘리자베스 워런 민주당 상원의원은 이번 거래를 "독점 금지 악몽"이라며 "스트리밍 시장의 거의 절반을 장악하는 거대 미디어 기업을 탄생시켜 더 높은 구독료와 선택권 축소, 노동자들의 위험을 초래할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그는 법무부에 반독점법을 "공정하고 투명하게" 집행하고 "워너브러더스 인수 검토를 이용해 영향력 행사와 뇌물 수수를 자행하지 말 것"을 촉구했다. 공화당 일부 의원들도 넷플릭스의 시장 지배력과 알고리즘 영향력을 문제 삼으며 반독점 우려를 제기하고 있다.

노동계와 업계 단체 역시 반대 대열에 합류했다. 미국 작가조합(WGA)은 성명을 통해 "이 합병은 반드시 금지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세계 최대 스트리밍 회사가 최대 경쟁사 중 하나를 집어삼키는 것은 반독점법이 막고자 했던 것"이라며 일자리 축소, 임금 하락, 콘텐츠 다양성 감소를 초래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친분 정치도 변수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번 인수전에서 넷플릭스와 경쟁했던 파라마운트의 최고경영자(CEO) 데이비드 엘리슨, 그리고 그의 부친이자 오라클 창업자인 래리 엘리슨과 오랜 친분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파라마운트는 워너브러더스 이사회가 넷플릭스에 유리한 '미리 짜인 결과'를 만들었다며 매각 절차 자체에 문제를 제기하고 있어 백악관과 정치권을 상대로 막판 뒤집기를 시도할 가능성도 거론된다.

넷플릭스는 "유튜브·아마존·틱톡 등과 소셜미디어까지 포함한 '시청 시간 전체'를 놓고 경쟁하는 시장 구조를 봐야 한다"며 합병이 소비자 선택권 확대와 혁신에 기여한다는 논리를 내세우고 있다.

미국 엔터테인먼트 전문 매체 버라이어티에 따르면 테드 사란도스 넷플릭스 공동 CEO는 "이번 계약은 소비자, 혁신, 근로자, 창작자, 그리고 성장을 위한 것"이라며 "규제 절차에 매우 확신을 갖고 있다"며 자신감을 드러냈다.

이 같은 자신감은 이례적으로 높은 '위약금' 조항에서도 드러난다. 넷플릭스는 거래가 무산되거나 미국·해외 규제 당국이 합병을 차단할 경우 워너브러더스에 58억 달러를 지불하기로 약속했다.

총 인수액 720억 달러의 8%에 달하는 규모로 일반적인 인수합병(M&A) 위약금(1~3%)을 크게 웃돈다. 그만큼 넷플릭스가 규제 관문을 통과할 수 있다고 본다는 해석이 나온다. 넷플릭스와 워너브러더스는 인수·합병 절차에 12~18개월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그러나 반독점 심사가 장기화되거나 트럼프 행정부가 공개적으로 회의론에 힘을 실을 경우 청사진이 좌초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넷플릭스는 성명을 통해 이번 인수가 고객에게 더 많은 선택권과 더 높은 가치를 제공하고, 크리에이티브 커뮤니티에 기회를 제공하며, 엔터테인먼트 산업을 더욱 강화하고 주주들에게 더 큰 가치를 창출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넷플릭스와 워너브러더스 디스커버리 이사회는 만장일치로 이번 인수를 승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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