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무보고가 아니라 정치 연출이었다"…오세훈의 에둘러진 경고, 李 대통령을 겨누다

오세훈 서울시장
오세훈 서울시장.


 최근 이재명 대통령의 국토교통부 업무보고를 둘러싼 논란은 단순한 '질책의 과도함' 차원을 넘어선다. 많은 이들이 그 장면에서 느낀 불편함은 이 대통령의 말투나 태도 때문만이 아니다. 문제의 본질은 '무엇을 묻지 않았는가'에 있다.
 오세훈 서울시장이 15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린 글은 그 점을 아주 정확히 짚었다.  오 시장은 이 대통령이 국토부 업무보고에서 가장 먼저 물었어야 할 질문을 조목조목 열거했다.
 '10·15 부동산 대책의 역기능은 무엇인지', '실수요자 피해에 대한 구제책은 왜 보이지 않는지', '공급 확대를 위한 가장 빠른 해법은 무엇인지' 등이다. 이는 정책 책임자를 향한 공세라기보다, 국정의 우선순위가 무엇이어야 하는 지에 대한 원론적 요구에 가깝다.
 그러나 정작 이 대통령의 질타는 그 방향으로 향하지 않았다. 전월세 가격 급등, 대출 규제로 숨 막히는 실수요자, 재건축·재개발을 둘러싼 현장의 좌절은 외면된 채, 국토부 업무보고는 산하 기관장에 대한 공개적 면박과 압박의 장으로 변질됐다.
 특히 인천국제공항공사 이학재 사장을 향한 대통령의 발언은 많은 이들에게 충격으로 다가왔다. "말이 길다", "요지만 말하라", "써준 것만 읽지 말라", "나(대통령)보다 아는 게 없다", "지금 다른 데 가서 노시는 겁니까"와 같은 발언은, 생중계되는 공식 업무보고 자리에서 대통령이 사용하기에는 과도하다는 평가를 피하기 어렵다. 이는 질문이 아니라 공개적 모욕에 가까운 언사였다. 
 문제는 질문의 내용이다. 이 대통령은 외화 밀반출 문제를 집중적으로 물었고, 일부 언론은 이를 두고 "대통령의 날카로운 질문에 공공기관장이 제대로 답하지 못했다"는 프레임으로 보도했다. 그러나 사실관계를 조금만 들여다보면 이야기는 전혀 다르다. 
 외화 1만 달러 이상 반출 여부의 적발과 관리 권한은 관세청 소관이다. 인천공항공사는 물리적·기술적 협조 기관일 뿐, 수사나 판단의 주체가 아니다. 설령 현실적으로 외화 밀반출이 극히 어렵다는 점을 인지하고 있다 하더라도, 이를 언론이 생중계하는 공식 석상에서 단정적으로 발언하는 것은 기관장으로서 오히려 부적절하다.

 그럼에도 이 대통령은 마치 특정한 답변을 '유도'하듯 질문을 이어갔고, 그 답이 나오지 않자 질책 수위를 높였다. 이 지점에서 합리적인 의심이 제기된다. 이 질문은 정책 점검이 아니라 정치적 메시지를 위한 장치였던 것은 아닌가하는 의심 말이다. 이 대통령이 이학재 사장으로부터 끌어내고자 했던 답은 사실상 하나였다. 이 대통령은 '외화 1만 달러 이상을 밀반출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답변이 이학재 사장으로 부터 나오기를 바랐다는 게 합리적 의심이었을 게다. 
 만약 이 답변이 나왔다면, 이는 곧바로 '이화영 전 경기도 부지사의 외화 대북 송금 사건'에 대한 정치적 반박 논리로 연결될 수 있다. 다시 말해, 업무보고 자리에서 자신의 형사 사건과 연결된 메시지를 간접적으로 연출하려 했다는 의심을 피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이학재 사장이 15일 공개 반박 글을 올린 배경도 여기에 있다. 그는 "열심히 일하는 인천공항공사 전문가들이 무능한 집단으로 오인될까 우려된다"며, 외화 밀반출과 해외 공항 사업 진척도에 대해 '답변을 못한 것이 아니라, 답변할 수 없는 구조'였음을 설명했다. 이는 개인의 억울함을 넘어서, 국가기관의 전문성과 명예를지키기 위한 최소한의 항변이었다.
 오세훈 시장은 이날 이 모든 상황을 직접 언급하지 않는다. 그러나 그가 던진 메시지는 분명했다. 대통령의 역할은 호통치는 사람이 아니라, 문제의 핵심을 정확히 짚고 해법을 제시하는 사람이라는 점이다. "첫째도 공급, 둘째도 공급"이라는 그의 문장은 부동산 정책을 넘어, 국정 운영 전반에 대한 원칙적 경고로 읽힌다.업무보고는 국정을 점검하는 자리이지, 정치적 방어 논리를 연출하는 무대가 아니다. 대통령의 언행 하나하나는 개인이 아니라 국가를 대표한다. 그 무게를 망각한 순간, 질타는 리더십이 아니라 권력의 과시로 전락한다. 
 이번 국토부 업무보고는 많은 국민들에게 한 가지 인상을 남겼다.
 문제를 해결하려는 대통령이 아니라, 자신의 논리를 증명하려는 '피고인 대통령'의 모습이었다는 점이다. 오세훈 시장의 에둘러진 비판은 그래서 더 무겁다. 그것은 정쟁이 아니라, 국정이 가야 할 방향에 대한 경고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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