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호이의 사람들] 박찬일 셰프 "먹고 살기 위해 시작한 요리, 삶이 되다"

요리는 박찬일에게 꿈이나 낭만이라기보다 삶 그 자체에 가깝다. 그는 요리를 시작한 이유를 망설임 없이 “먹고 살려고”였다고 말한다. 글을 쓰던 기자에서 주방으로 자리를 옮긴 선택 역시 거창한 결심이 아니라 생계를 위한 판단이었다. 요리는 하루 안에 끝나고, 음식을 파는 일은 쉽게 굶지 않을 것 같았기 때문이다. 셰프라는 직업이 아직 사회적 명성을 얻기 전, 주방은 그에게 가장 현실적인 노동의 공간이었다.

오랜 시간 이탈리안 요리를 해온 그는 늘 ‘남과 다른 방식’을 고민해왔다. 식재료의 원산지를 밝히고, 익숙하지 않은 재료를 메뉴에 올리는 시도는 처음엔 낯설고 고된 일이었지만, 그 실험들은 결국 한국의 이탈리안 레스토랑 풍경을 바꾸는 데 작은 흔적을 남겼다. 그러나 그는 여전히 셰프를 특별한 존재로 규정하지 않는다. 셰프란 책임질 수 있을 만큼 훈련된 요리사일 뿐이며, 장사와 요리는 다르지 않다고 말한다.

이 인터뷰에서 박찬일은 요리를 ‘치유’에 가까운 행위로 바라본다. 레스토랑은 고급 식당만을 의미하지 않으며, 급식실 또한 누군가를 살피고 위로하는 공간이다. 맛있는 음식을 먹는 사람은 치유받고, 그것을 지켜보는 사람은 다시 힘을 얻는다. 동시에 요리는 노동이고, 생계를 책임지는 일이며, 언제든 위태로울 수 있는 직업이다.

그가 요리와 함께 글쓰기를 놓지 않는 이유 역시 같은 맥락에 있다. 먹고 살기 위해서였고, 동시에 말하고 싶은 욕망이 남아 있었기 때문이다. 요리와 글, 주방과 원고지 사이에서 그는 여전히 현실을 바라보고 사람의 삶을 이야기한다. 박찬일의 말들은 화려하지 않지만, 그가 오래도록 버텨온 시간만큼 단단하다. 이 인터뷰는 한 셰프의 성공담이 아니라, ‘먹고 사는 일’에 대한 솔직한 기록이다.

박찬일 셰프 사진 김호이 기자
박찬일 셰프 [사진= 김호이 기자]


어쩌다가 처음 요리를 시작하게 됐나
-먹고 살려고 한거다. 
원래는 글 쓰는 일을 직업으로 하려고 잡지기자를 했는데 적성에 안 맞고 이걸 오래 할 수 있을까 하는 의문이 있었다.
그때는 요리사가 지금처럼 사회적으로 유명했던 시대도 아니었고 그냥 생활인이자 블루칼라에서 가까운 직종이었다. 글 쓰는 직업은 하루 안에 작업이 끝나지 않을 때도 있지만 요리는 하루 안에 일이 끝난다는 점에서 글 쓰는 일과는 다른 매력이 있었다. 특히 먹는 걸 파는 직업이라서 굶어 죽지 않을 거라는 생각이 있었다. 그래서 요리를 하는게 낫겠다 싶어서 요리를 하게 됐다.

기자와 요리 중에 어떤 게 더 잘맞나
-둘 다 안 맞는다(하하).

셰프님께 요리는 어떤 의미인가
-다른 사람들과 똑같다. 이제 나이도 먹고 요리도 오래 했으니까 책임이 무거워졌다. 장사를 해서 가족들을 먹여 살려야 되니까 현실과 직결된 일이다. 먹고 살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거라고 생각한다.

셰프로서 지금의 자리에 오기까지 가장 큰 전환점은 무엇이었나
-남과 다른 요리를 하려고 했던 거라고 생각한다. 식재료의
원산지를 밝히는 걸 한국에 처음 도입하거나 뻔하지 않는 재료들을 사용하면서 다양한 시도를 한게 제 요리의 전환점이라고 생각한다. 처음에는 힘들었지만 그걸 알아주는 사람들이 생겼고 후배들이 함께 동참해주면서 우리나라 요리의 방식과 이태리 요리의 방식이 바뀌고 메뉴판의 방식이 바뀌는데 일조하면서 제 요리의 세계에 있어서도 영향을 줬다.

이탈리안 요리를 선택하신 특별한 이유가 궁금하다
-제 여동생이 이태리어를 전공해서 이탈리아에 대한 이해가 조금 있었다. 그리고 이태리 영화를 좋아했는데 영화를 통해서 이태리 사람들의 생활방식이나 정서, 개인의 태도들을 이해하게 되면서 이태리 음식에도 관심을 갖게 됐다.

요리를 처음 시작하셨을 때와 지금, 요리에 대한 생각이 어떻게 달라졌나
-달라지지는 않았지만 복잡해졌다. 경험이 쌓이다 보니까 그것에 대해 얘기할 것이 더 많아졌다.
어렸을 때는 이탈리아 요리라는 요리 세계에 대한 환상이 더 있었다. 지금은 요리라는 게 좀 더 생활이 되고 노동이 됐다는 생각이 든다.

기자의 경험이 요리를 하는데 있어서 어떤 도움이 됐나
-도움이 됐다. 어떤 직업이든지 다른 직업의 경험은 도움이 된다. 기자 생활도 결국 사람들과 접근하는 방식이지 않나.
글을 쓰고 편집하는 능력이 중요하다.
편집은 가공되지 않은 것을 그럴듯하게 보이게 만들어내는 능력이고 사람들을 매혹하는 기술이다. 요리도 다양한 재료를 어떻게 이용해서 만드느냐가 편집과 같다. 기존의 방식과 다르게 편집하는 기술이 요리하는데 있어서 기자의 경험이 도움이 된다. 


좋은 레스토랑을 만들기 위해 가장 중요한 요소는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그건 정답이 없다. 흑백 요리사에 영양선생님을 하셨던 급식대가가 나오셨지만 저는 음식을 제공받는 모든 것은 레스토랑이라고 생각한다.
우리나라는 레스토랑을 고급 식당이라고 생각하지만 지금은  많이 달라졌다. 식당도 레스토랑이고 치유받는 곳이다.
레스토랑의 의미가 원래 치유한다는 뜻이다. 그런 의미에서 급식 선생님이 아이들 또는 직장인에게 급식을 제공하고 만들고 메뉴 짜는 행위도 다 치유하는 행위다. 맛있는 걸 먹으면 먹는 사람이 치유받고 맛있게 먹는 걸 보면 만드는 사람이 행복해지지않나.
 
인터뷰 장면 사진 김호이 기자
인터뷰 장면 [사진= 김호이 기자]


직원들과의 소통에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가치는 무엇인가
-다른 직종과 똑같다. 상사가 있고 팀원이 있고 동료가 있고팀워크가 있는 건 다 똑같다. 다른 점이 있다면 음식을 만든다는 것이다. 직업적인 측면에서 다를 뿐이다. 회사원과 다른게 있다면 매순간 마감이 있다는 것이다. 흐름이 끊기지 않기 위해서 매순간 마감이 존재한다.

셰프님이 생각하는 이상적인 주방의 분위기는 어떤 모습인가
- 주방장이나 사장 또는 팀장의 성격에 따라 달라지긴 하지만 기본적으로 혼재되어 있다.
엄격할 땐 엄격해야 된다. 사람이 먹는 걸 만드는 거니까 위생의 문제에 있어서 엄격해야 되고 안전에 신경을 써야된다. 그리고 식당은 대부분 작은 공간이라서 주방과 손님이 먹는 자리가 불과 몇 미터 떨어져 있지 않다.
만드는 사람의 기분이 음식에 반영된다.
간도 대충 보고 주방에서 큰소리가나면 기분이 안좋아지고 맛있는 음식도 맛이 없게 느껴진다. 식당은 요리사만 있는 게 아니라 서비스하는 사람과 같이 움직이게 되고 다 같은 팀원들인데 그 사람이 기분이 안 좋으면 바로 알게된다. 팀워크와 동료애도 중요하다.

이탈리아와 한국의 음식 문화 중 가장 흥미로운 차이점은 무엇인가
- 사람 사는 건 비슷하지만 기질적 차이인데 이탈리아 음식값이 좀 더 비싸다.
식당이 우리나라처럼 많지 않다. 한국은 지역에 따라 6천 원짜리도 있고 1만 원짜리도 있지만 반찬 대여섯 가지에 뜨거운 찌개나 국도 제공하지 않나. 이탈리아에는 그런 식당이 없다. 우리나라가 훨씬 더 대중적이고 음식값은 훨씬 싸다.


요리는 단순한 음식 그 이상이라고 말씀하신 적이 있는데, 그 이유는 무엇인가
- 음식이 사람을 살릴 수도 있고 죽일 수도 있고 음식은 기분이라는 걸 첨가해서 팔게 된다.
먹는 사람은 음식을 통해서 위로받을 수도 있다. 그리고 음식에는 여러 스토리들이 담겨있다. 좋은 식당에서 몇억짜리 계약을 따낸 일화도 있고 음식 이상의 담겨 있는 뭔가가 있다.


장사와 셰프의 차이를 뭐라고 생각하나
- 그건 차이가 없다. 셰프는 그냥 직종이다.
주방장 또는 주방장에 준해서 일하는 좀 더 훈련된 요리사를 셰프라고 한다. 이제 갓 요리를 시작한 사람은 셰프라고는 안 하지 않나.
근데 이제는 점점 요리사를 그냥 셰프라고 부르는 방식으로 의미가 넓어지긴 했지만 셰프는 책임질 수 있을 정도의 수련을 한 사람을 의미한다고 생각한다.

박찬일에게 잘 먹고 잘 산다는 것의 의미가 궁금하다
- 누구나 똑같지만 덜 힘들게 벌고 일한 것보다 좀 더 벌었으면 좋겠고 먹고 사는데 고통이 없었으면 좋겠다. 
끼니를 걱정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우리는 세 가지 고통에 빠져 있다. 나라는 사람이 계속 노동 능력을 유지할 것인가, 노동 가치를 사회에서 인정받을 수 있을 것인가. 그렇게 인정을 받아도 나라가 망하면 안 되니까 우리가 정치를 맨날 생각하는 거다. 그건 곧 내가 먹고 살 수 있느냐와 직결되어 있다.  세계가 어떻게 돌아가느냐에 따라서 내 밥상이 달라지게 되어있다.
그렇지만 너무 고통스러워하지 마시고 조금은 잊고 대비하면서 남과 잘 어울리고 베풀었으면 한다. 거기에서 세트토닌이 나오고 위안을 준다. 먹고 살려고 했던 거다.  요리사로서 먹고 사는 건 한계가 있다. 식당이란 건 언제든지 잘 안 될 수도 있고 위기가 있다. 먹고 살기 위해서 부업으로 한 게 글쓰기였다. 그런 능력을 조금 갖고 있고 그런 걸 요구하는 매체가 생기니까 쓰게 된건데 동시에 글로서 뭔가 얘기하려는 욕망이있었다. 

요리 외에 글쓰기를 꾸준히 하시는 이유가 궁금하다
-먹고 살려고 했던 거다.  요리사로서 먹고 사는 건 한계가 있다. 식당이란 건 언제든지 잘 안 될 수도 있고 위기가 있다. 먹고 살기 위해서 부업으로 한 게 글쓰기였다. 그런 능력을 조금 갖고 있고 그런 걸 요구하는 매체가 생기니까 쓰게 된건데 동시에 아직도 글로서 뭔가 얘기하려는 욕망이 있었다.


요리를 맛있게 만들고 글을 맛있게 잘 쓰는 법은 뭔가
-맛있게 만들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그건 기술이고 감각이다. 어디가 맛있고 어디가 맛없다고 느끼는 건 식당의 능력과 의지, 태도, 조건과 관련이 있다.
그 식당에서 그 사람이 요리를 맛있게 만들만한 상황이 안 될 때가 있다. 그 사람이 요리사로서 별로 안 맞을 수도 있고 포지션이 안 맞을 수도 있다.

대중에게 셰프의 목소리를 전하는 일이 어떤 의미가 있나
-통로가 거의 없었다. 요즘에는  SNS를 통해서 글을 쓰는 요리사들도 많아지면서 요리사의 서계가 많이 알려졌다.
그리고 번역돼서 나오는 책들도 굉장히 많아졌다. 특별한 의미는 없고 과거에 이런 일들을 초기에 했던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셰프로서 흑백요리사를 어떻게 봤나
-많이는 못 보고 한 편 정도 잠깐봤다. 흑백요리사는 예능이고 넷플릭스라는 플랫폼의 파괴력과 함께 출연자들이 굉장히 재미있고 능력있고 훌륭한 분들이 많았다.
출연은 했지만 화면에 나오지 않은 분들 중에서도 훌륭한 셰프들이 많았고 스타들 급인 요리사들도 많이 나왔다. 설계도 잘되고 편집도 흥미롭게 만들었지만 그건 쇼로서 그냥 본다. 
요리를 하지 않을 때는 무엇을 하며 시간을 보내시나

다음 회에 출연 제안이 오면 출연할건가
-저는 안 한다. 저는 거기 나갈 만큼 간이 크지 못하다.
아주 피곤하고 스트레스가 심하기도 하다.

요리를 안할 때는 뭘 하나
-그냥 논다. 술 마시고 책 보고 다른 사람들과 비슷하다.

집에서도 요리를 자주 하나
-조금 한다. 하고 싶은 거 있을 때 제가 해서 먹는다.
가족들이 안 먹는다고 할 때.

라면 맛있게 끓이는 박찬일 셰프만의 방법이 있나
‑봉지에 써 있는 대로 끓이는 게 많다. 더 맛있게 하려면 냉장고 열어서 그냥 있는 대로 넣는다.
미나리도 넣고 나물도 넣고 먹다 남은 반찬도 넣고 어묵도 넣는다. 어떻게 하면 맛있는지 물어보는 사람이 있는데 많은 요리사들이 다 알고 있는 거다.
약간 볶는다거나 마늘 파 같은 거 볶아서 기름 내고 하면 맛있다.
빨리 먹고 싶으면 저는 파를 많이 넣는다. 

직업 만족도는 100점 만점에 몇 점인가. 그 이유도 궁금하다
‑70점 정도 된다. 100점 일 수는 없다. 그렇게 썩 좋은 일은 아니다.

요즘 셰프님께 영감을 주는 것은 무엇인가. 영감을 요리로 풀어내는 과정이 궁금하다
- 영감을 요리로 풀어내고 그러지는 않는다.
고민을 많이 하는 시기에 영감을 받게 되는데 그냥 삶의 방식에 영감을 받긴 하지만 요리에 영감을 받는 건 없는 것 같다.
 
박찬일 셰프가 전하는 메시지 사진 김호이 기자
박찬일 셰프가 전하는 메시지 [사진= 김호이 기자]


박찬일 셰프의 꿈은 뭔가
-아프지 않고 살아가는 거, 언젠가 적절한 시기에 죽는 거다.

마지막으로 자신의 일을 통해 사람들에게 행복을 주는 수많은 사람들에게 한말씀 해달라
-여러분들이 무엇을 하든 보이스피싱이나 사기 치고 이런 거 말고는 남과의 관계 속에서 먹고 사는 일이 않나. 이 세상에는 숭고한 일이 되게 많다. 모든 일은 다 숭고한 일이 있다. 그게 남에게 뭔가 기여하는 일이다.
돈으로 바꾸지만 거기에 의미가 다 있는 거다.
 
박찬일 셰프와 사진 김호이 기자
박찬일 셰프와 [사진= 김호이 기자]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컴패션_PC
댓글0
0 / 300

댓글을 삭제 하시겠습니까?

닫기

로그인 후 댓글작성이 가능합니다.
로그인 하시겠습니까?

닫기

이미 참여하셨습니다.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