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 비대한 조직구조, 효율화 급선무...중복사업에 성장은 마이너스

  • 미디어·콘텐츠·보안·알뜰폰 등 78개 계열사 중 26곳 사업 비슷

  • 상반기 기준 근무인력 3만 육박 중복사업 인력만 5000여명 추산

새 수장을 맞이할 KT에 가장 시급한 현안은 그룹 리빌딩 작업이다. 그룹사 간 동일 사업을 영위하는 사례가 꾸준히 늘며, 동반성장 효과보다 불필요한 내부 경쟁만 심화한다는 것이다. 비효율적으로 활용되고 있는 인력 및 자원의 재배분이 박윤영 KT 신임 대표이사 후보의 가장 큰 숙제로 자리 잡고 있다. 
 
17일 재계에 따르면 KT의 78개 그룹사 중 동일 사업을 영위하는 계열사가 26개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전체 계열사의 3분의 1이 동일하거나 유사한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문제는 이들 간 교류가 아예 없다는 점이다. 인력은 물론 자원까지 별도로 활용하고 있어 스스로 경쟁력을 낮추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대표적으로 미디어·콘텐츠 사업의 경우 KT IPTV 사업부문과 KT스카이라이프, HCN, E&A, KT알파가 경쟁하고 있다. 또 지니뮤직, 나스미디어, 스튜디오지니 등은 스트리밍 등 사업에서 유사한 중복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클라우드, 정보보안, 네트워크솔루션 사업에서는 KT DS와 KT클라우드, KT SAT, 이니텍, 오픈베이스, VNTG 등 그룹사가 중복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알뜰폰 사업 역시 KT M모바일과 KT스카이라이프가 경쟁하고 있다. 사실상 그룹사 간 경쟁으로 인한 조직 비효율화가 심각한 상황이다.

경쟁사의 경우 중복 사업을 걷어내기 위해 유사 사업을 일원화 하고 있다. SK텔레콤의 경우 IPTV를 제외한 케이블 및 미디어 사업을 SK브로드밴드가 담당하고 있다. LG유플러스 역시 관련 사업을 LG헬로비전으로 일원화했다.
 
중복된 사업은 비대한 인력구조를 유지하게 만들어 더 큰 문제를 야기한다. 특히 불필요한 내부 경쟁이 심화하며 그룹 전체의 실적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올해 상반기 기준 KT에서 근무하고 있는 인력은 1만4512명으로 SK텔레콤 직원 5626명과 비교해 2.6배 많다. LG유플러스의 1만470명과 비교해도 1.5배 가량 많다. 통신업계에 따르면 KT 본사뿐 아니라 계열사 근무 인력을 더하면 KT 전체 근무 인력은 최대 3만명에 육박한다. 이 중 중복 사업에 투입된 인력 규모가 5000여 명을 넘어설 것이라는 게 내부 관계자의 설명이다.
 
김영섭 전 KT 사장이 비대한 인력 규모 정리를 위한 대규모 구조조정을 단행했으나, 26개에 달하는 그룹사가 중복된 사업을 하고 있는 만큼 기업 구조 리빌딩을 하지 않는 이상 과도한 인건비 지출 문제는 지속적으로 발생할 것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경쟁사 대비 인력은 많지만 매출은 그에 미치지 못하는 전형적인 고비용 구조라는 지적도 있다. 지난해 기준 KT의 매출은 SKT보다는 47%, LG유플러스보다 80.7% 많다. 

방송부문 매출이 이를 반증한다. 지난해 4분기 기준 KT IPTV 가입자는 940만명으로 전년 동기 대비 0.1% 증가했다. 반면 2024년 KT스카이라이프의 매출은 2023년과 비교해 0.2% 감소했다. 2023년 영업이익 140억원에서 지난해 영업손실 107억5800만원을 기록하며 적자 전환했다.
 
IPTV 성장은 정체, 케이블TV 및 콘텐츠 사업을 하는 스카이라이프는 역성장하면서 그룹 연결 실적에도 악영향을 미친 것이다.
 
KT 내부 관계자는 “오너가 없는 회사에서 민영화 이후 새로운 사장이 선임될 때마다 사업 늘리기에 집중한 결과 몸집이 지나치게 비대해졌다”며 “각 계열사가 각자도생하며 경쟁하는 구조가 돼 시너지보다는 그룹사 간 경쟁만 심화한 상태”라고 말했다.
 
일례로 KT는 자체 사업부인 IPTV 가입자 증가를 위해 무선통신 요금제 결합을 통해 고객을 유치하고 있다. 반면 스카이라이프, HCN, E&A 등 그룹사 케이블TV에 대한 요금 결합은 제공하지 않고 있어, 본사가 그룹사를 고사시키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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