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팝 IP 2.0] ① 노래 넘어 서사로…'하이브 스토리 IP' 2억뷰의 의미

그룹 엔하이픈 세계관 웹툰 '다크문: 두개의 달' 포스터 [사진=하이브]
그룹 엔하이픈 세계관 웹툰 '다크문: 두개의 달' 포스터 [사진=하이브]
K-팝 팬들은 더 이상 노래와 안무만을 소비하지 않는다. 음반과 예능 활동을 넘어 그룹을 둘러싼 이야기와 세계관, 상징, 캐릭터까지 함께 소비하며 다양한 재미 요소를 즐긴다. 팀을 둘러싼 서사와 세계관을 해석하고 공유하는 일은 팬덤 문화의 중요한 놀이가 됐고, 아티스트를 모델로 한 웹툰·웹소설 같은 스토리 포맷은 자연스럽게 팬덤의 일상 속으로 스며들고 있다.

하이브 소속 아티스트 엔하이픈과 협업한 웹툰 '다크문: 달의 제단'의 누적 조회수 2억뷰 돌파는 이 변화를 숫자로 보여주는 사례다. 학원 판타지 장르로 설계된 이 서사는 글로벌 플랫폼에서 장기 연재를 이어가고 있고, 뮤직비디오·콘셉트 포토·공연 VCR과 촘촘히 연결되며 음악과 서사 결합의 대표 사례로 거론된다. 겉으로 보면 엔하이픈 한 팀을 위한 세계관 프로젝트의 성과처럼 읽히지만, 하이브가 몇 년간 쌓아 온 스토리 포트폴리오까지 함께 놓고 보면 '다크문'의 2억 뷰는 웹툰·웹소설 기반 스토리 실험이 시장에서 눈에 띄는 결과를 내기 시작했다는 신호에 가깝다.

'다크문'의 성과는 단일 팀의 세계관이 아니라, 음악 밖에서 구축해 온 서사가 글로벌 플랫폼에서 어느 정도 통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수치로 보여준다. 웹툰·웹소설이 K-팝 팬덤을 향한 부가 이벤트를 넘어, 장기적으로는 K-팝 비즈니스 구조 안에서 함께 설계해야 하는 자산으로 바라봐야 한다는 인식을 강화하는 계기이기도 하다.

하이브의 스토리 IP 실험은 방탄소년단의 '화양연화' 앨범에서부터 시작됐다. 이후 2022년 방탄소년단의 '세븐 페이츠: 착호', 투모로우바이투게더의 '별을 쫓는 소년들', 르세라핌의 '크림슨 하트', 엔하이픈의 '다크문: 달의 제단', 앤팀의 '다크문: 회색 도시', 아일릿의 '썸머문: 더 큐프리즈'까지 이어지며 여러 팀에 걸쳐 스토리 IP를 축적하는 흐름을 만들고 있다. 개별 그룹의 콘셉트와 정체성은 각기 다르지만, 음악을 중심에 둔 서사를 다른 포맷으로 확장한다는 점에서는 같은 축 위에 놓인다.

하이브 오리지널 스토리는 아티스트의 음악에 담긴 메시지를 고유한 설정·서사·캐릭터를 지닌 원천 스토리로 풀어내고, 아티스트를 '캐스팅'하는 방식으로 구현된다. 스토리 속 캐릭터에 아티스트를 캐스팅하는 것을 넘어, 앨범과 뮤직비디오, 공연 VCR 등에 스토리 요소를 함께 녹여 비활동기에도 팬 경험이 이어지도록 설계하는 것이 특징이다. 음악과 스토리가 각자 움직이는 것이 아니라 서로를 보완하며 팬덤의 시간을 채우는 구조를 지향한다.

물론 모든 스토리 IP가 '다크문'처럼 한눈에 들어오는 성과를 내고 있는 것은 아니다. 일부 작품은 팬덤 안에서 조용히 소비되고, 형식이나 세계관 자체가 진입 장벽으로 작용하기도 한다. 그럼에도 하이브는 이 과정을 "아직은 실험 단계"라는 전제를 두고 이어가고 있다.

하이브 측은 "스토리 IP를 육성하는 이유는 팬 경험을 확장하고 몰입도를 높이는 동시에, 장기적으로 K-팝 산업의 지속 성장을 이끌 새로운 유입 채널을 만들기 위해서"라며 "빅히트 시절부터 여러 글로벌 아티스트와의 작업을 통해 스토리가 음악이 담는 메시지를 확장하고, 앨범·뮤직비디오를 즐길 때 팬들의 몰입과 시너지를 키운다는 점을 확인했다. 2022년부터는 직접 개발한 '오리지널 스토리'를 중심으로 웹툰·웹소설을 선보이고 아티스트를 캐릭터로 캐스팅해 앨범·뮤직비디오 등과 유기적으로 연계하고 있다. 스토리 IP는 K-팝보다 훨씬 큰 시장을 지닌 만큼, 매력적인 스토리는 음악을 몰랐던 이들을 팬으로 끌어들이는 거대한 입구가 될 것이라고 보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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