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팝 IP 2.0] ② 일본 TV로 간 K-팝 스토리…'다크문' 애니메이션화

애니메이션화 결정한 다크문 사진하이브
애니메이션화 결정한 '다크문' [사진=하이브]
엔하이픈과 협업한 웹툰 ‘다크문: 달의 제단’이 일본 TV애니메이션으로 제작·방영된다. 한국 음악 기획사가 만든 스토리 IP가 일본 애니메이션 제작사와 손잡고 TV 시리즈로 구현되는 첫 사례다. 웹툰·머치·테마파크를 거쳐 일본 TV 애니메이션까지 이어지는 이 경로는 하이브가 스토리·음악·공연·브랜드 협업을 어떤 구조로 엮어 수익 모델을 만들고 있는지 보여주는 출발점이다.

'다크문: 달의 제단'은 하이브 오리지널 스토리 IP '다크문' 시리즈의 첫 작품으로, 일곱 명의 뱀파이어 소년과 한 소녀의 운명적 만남을 그린 어반 판타지 하이틴 로맨스다. 엔하이픈의 음악적 서사와 맞물린 세계관을 바탕으로 데뷔 초부터 뮤직비디오·콘셉트 포토·공연 VCR에 반복적으로 인용되며 그룹의 정체성을 설명하는 장치로 활용돼 왔다. 웹툰·웹소설 플랫폼에서는 흡혈귀 설정과 학원물 문법, 완성도 높은 작화로 팬덤과 일반 웹툰 독자를 동시에 끌어모으며 누적 조회수 2억뷰를 넘겼고, 이 같은 성과를 바탕으로 TV 애니메이션 제작이 결정됐다.

이번 애니메이션은 일본 소니뮤직 계열 종합 엔터테인먼트사 애니플렉스(Aniplex)가 기획을 맡고 애니메이션 제작사 트로이카(TROYCA)가 참여한다. 일본의 주요 애니메이션 기획사가 한국의 웹툰 플랫폼이 아닌 '음악 기업이 보유한 웹툰 IP'와 직접 손을 잡은 것은 이례적이다. 

애니플렉스는 발표 당시 “K-팝 아티스트와 연계된 스토리 IP이면서도 전개와 캐릭터 구성이 돋보이는 작품인 만큼 기존 라인업보다 더 다양한 시청층에게 통할 수 있다”고 평가한 바 있다. K-팝 팬덤과 일본 애니메이션 팬덤, 두 시장의 교집합을 겨냥한 선택인 셈이다.

방영 방식도 일본 로컬과 글로벌 팬덤을 동시에 겨냥한다. '다크문: 달의 제단' 애니메이션은 내년 1월 9일 첫 방송을 시작해 총 12부작으로 편성됐으며, TOKYO MX·BS11·군마 TV·토치기 TV 등 일본 채널 4곳에서 순차 방영된다. 동시에 글로벌 애니메이션 스트리밍 플랫폼 크런치롤(Crunchyroll)을 통해 해외 시청자에게도 공개된다. 공식 방영에 앞서 이달 28일 도쿄 TOHO 시네마즈 신주쿠에서는 1·2화를 최초 공개하는 사전 상영회가 열리고, 엔하이픈 전 멤버와 주요 배역을 맡은 일본 인기 성우 6인의 무대 인사가 함께 진행될 예정이다. 웹툰·음악·애니메이션·오프라인 이벤트를 한 번에 묶어 팬 경험을 확장하려는 포석이다.

하이브가 주목하는 지점은 이번 프로젝트가 단순한 '원작 2차 활용'이 아니라 자사가 설계해 온 스토리 IP 전략의 다음 단계라는 점이다. 그동안 '다크문'을 포함한 오리지널 스토리는 웹툰·웹소설 포맷 안에서 세계관을 다듬고 팬 반응을 확인하는 '실험실' 역할을 했다면, 애니메이션은 그 결과물을 일본 TV 시장과 글로벌 애니메이션 플랫폼으로 옮기는 단계에 가깝다. TV 시리즈 편성을 통해 스토리 IP를 음악·공연과는 다른 유통 창구로 확장하는 구조다.

'다크문: 달의 제단' 애니메이션의 성과는 다른 오리지널 스토리들의 향후 진로를 살펴보는 기준이 되기도 한다. 투모로우바이투게더의 '별을 쫓는 소년들', 르세라핌의 '크림슨 하트', 앤팀과 아일릿의 스토리 프로젝트 등은 현재 웹툰·웹소설 중심으로 전개되고 있으며 어떤 IP를 언제·어떤 포맷으로 확장할지는 내부에서 검토 중이다. 이번 애니메이션의 시청 지표와 온라인 반응, 머천다이징 성과 등은 향후 '어떤 스토리를 어떤 순서로 애니메이션·드라마·게임으로 옮길 것인가'를 결정할 때 참고할 데이터가 된다.

하이브는 "웹툰과 웹소설을 통해 검증된 흥행성을 바탕으로 스토리 IP를 TV 애니메이션이라는 새로운 영역으로 진입시키는 시도"라며 "K-팝에서 출발한 스토리 IP가 웹툰을 거쳐 애니메이션의 본고장 일본에서 완성되는 과정은 K-컬처 확장의 또 다른 방향을 보여주는 사례가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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