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조병규가 학교폭력 의혹 이후 2년 만에 스크린으로 돌아왔다. 논란이 완전히 정리되지 않은 상태에서의 복귀인 만큼 그의 선택을 향한 시선은 여전히 엇갈린다. 근미래 디스토피아를 배경으로 한 네온-느와르 영화 보이는 조병규 개인의 서사를 넘어설 수 있을까. 학폭 의혹이라는 무거운 그림자 속에서 영화가 배우의 복귀 서사를 작품의 힘으로 타개할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린다.
6일 오후 서울 용산구 CGV용산아이파크몰에서는 영화 '보이'의 언론·배급 시사회 및 기자간담회가 열렸다. 현장에는 연출을 맡은 이상덕 감독을 비롯해 배우 조병규, 지니가 참석해 작품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다. 간담회에 앞서 제작진과 배우들은 최근 별세한 고 안성기 배우를 기리며 묵념의 시간을 가졌고, 이상덕 감독은 "대한민국 영화계에 큰 발자취를 남긴 배우의 명복을 빈다"며 짧은 추모의 말을 전했다.
영화 '보이'는 근미래 가상의 도시 '포구 시'를 배경으로 한다. 범죄와 폭력이 일상처럼 반복되는 공간 '텍사스 온천'에서 살아가는 인물들의 선택과 균열을 따라가는 누아르 장르의 작품이다. 단 한 번의 사랑이 기존 질서를 뒤흔들며 인물들을 파국으로 몰아넣는 구조로, 이상덕 감독 특유의 스타일리시한 연출이 전면에 배치됐다. 작품은 최근 제35회 스페인 판씨네 영화제에 공식 초청되며 해외에서 먼저 주목을 받았다.
이상덕 감독은 "'보이'는 처음부터 거대한 세계관을 설정하고 시작한 영화는 아니다"라며 "머릿속에 먼저 떠오른 이미지는 로한과 제인이 어딘가를 향해 도망치듯 뛰어가는 모습이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들이 뛰고 있는 장소가 위험하면 위험할수록 인물의 감정이 또렷해질 것이라 생각했고, 그렇게 버려진 사람들, 주류에서 밀려난 이들이 모여 사는 공간으로 '텍사스 온천'이 만들어졌다"고 덧붙였다. 디스토피아이면서도 묘하게 가보고 싶은 공간을 만들고 싶었다는 설명이다.
영화의 중심에는 조병규가 연기한 '로한'이 있다. 로한은 '텍사스 온천'을 장악한 젊은 보스로, 폭력과 지배의 질서를 누구보다 잘 이해하지만 동시에 그 안에서 균열을 품고 있는 인물이다.
이상덕 감독은 조병규 캐스팅에 대해 "과거 B.I 음악을 중심으로 한 뮤직비디오 작업을 함께하며 인연을 맺었다"며 "시나리오 단계에서부터 로한이라는 인물에 대한 이해도가 높았고, 제작 전반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하는 태도가 인상적이었다"고 말했다. 이어 "특별한 계산 없이, 함께 작업하고 싶다는 마음이 먼저 들었다"고 덧붙였다.
조병규 역시 감독에 대한 신뢰를 강조했다. 그는 "감독님의 뮤직비디오 작업과 장편 영화들을 팬으로서 지켜봐 왔다"며 "'보이' 시나리오를 읽었을 때 뮤직비디오적 색채가 살아 있으면서도 지금 세대의 감각으로 확장될 수 있겠다는 확신이 들었다"고 밝혔다. 이어 "젊은 관객들이 극장으로 들어올 수 있는 영화가 될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고 참여 이유를 설명했다.
촬영 현장에 대한 소회도 전했다. 조병규는 "스태프들 역시 비교적 젊은 편이었고, 의견을 자유롭게 나누고 조율하는 분위기 자체가 즐거웠다"며 "결과보다 과정이 기억에 많이 남는 현장이었다"고 돌아봤다. 특히 그는 "스페인 영화제에서 관객들과 처음 영화를 만났을 때 느꼈던 쾌감이 아직도 인상 깊다"며 "이제는 한국 관객들과 어떤 방식으로 만나게 될지 기대와 긴장이 함께 있다"고 말했다.
조병규의 복귀를 둘러싼 학폭 의혹 역시 간담회 이후 계속해서 언급됐다. 그는 2021년 2월 뉴질랜드 유학 시절 학교폭력을 당했다는 폭로가 제기되며 논란의 중심에 섰다. 조병규는 해당 의혹을 부인하며 무고를 주장했지만, 전 소속사 HB엔터테인먼트와 함께 의혹 제기자를 상대로 낸 40억 원대 손해배상청구 소송 1심에서 패소했다. 재판부는 "제출된 증거만으로 허위 사실 게시로 단정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조병규는 판결에 불복해 항소를 제기한 상태로, 이번 작품은 영화 '어게인 1997' 이후 2년 만의 스크린 복귀작이다.
'보이'에는 조병규 외에도 다양한 얼굴들이 포진해 있다. 그룹 엔믹스 출신 지니는 제인 역을 맡아 이번 작품으로 처음 연기에 도전했다. 제인은 '텍사스 온천'에 새롭게 유입되는 인물로, 로한의 세계에 균열을 만들어내는 존재다.
지니는 "연기에 대한 관심이 막 생기기 시작한 시점에 제안을 받았다"며 "개인적으로 큰 영광이었지만, 장르와 세계관이 모두 낯설어 고민도 많았다"고 털어놨다. 이어 "현장에 들어가 보니 캐릭터에 스며들 수 있도록 충분히 준비된 환경이었고, 선배 배우들이 많은 도움을 줬다"고 말했다.
이상덕 감독 역시 지니 캐스팅에 대해 "로한이 정해진 이후 다른 캐릭터들은 비교적 순조롭게 완성됐지만, 제인만큼은 이미지부터 새로운 인물을 찾고 싶었다"며 "처음 만났을 때 제인이라는 인물이 자연스럽게 떠올랐다"고 설명했다.
극의 또 다른 축은 유인수가 연기한 '교한'이다. 교한은 로한의 동생이자 '텍사스 온천'의 질서를 유지하는 또 다른 보스로, 폭력적인 방식의 사랑을 로한에게 투사하는 인물이다.
이상덕 감독은 "교한은 로한을 누구보다 이해하지만 동시에 가장 위험한 인물"이라며 "유인수 배우가 그 복합적인 감정을 빠르게 이해했다"고 평가했다. 유인수는 현재 군 복무 중으로 이날 간담회에는 참석하지 못했다.
여기에 서인국이 '텍사스 온천'의 절대 악 '모자장수' 역으로 합류해 극의 긴장감을 끌어올린다. 이상덕 감독은 "처음부터 최종 빌런을 설정한 캐릭터는 아니었다"며 "자신이 믿는 방식의 사랑과 질서를 끝까지 밀어붙이는 인물로 설계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속 모자장수처럼, 무엇을 생각하는지 알 수 없는 불안함이 이 인물의 핵심"이라고 덧붙였다.
영화 '보이'는 오는 14일 개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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