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력 막힌 수도권 AIDC…한전 독점 깨고 PPA 활성화 해법 부상

  • 9일 'AI 데이터센터의 현실적인 전력 공급 방안 토론회'

  • 전력 시장 규제·요금 체계 한계 지적…비수도권 직접 전력 공급 필요성 제기

 
9일 여의도 국회에서 이해민 조국혁신당 의원실 주최로 열린 ‘AI 데이터센터의 현실적인 전력 공급 방안 토론회’에서 참석자들이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최연재 기자
9일 여의도 국회에서 이해민 조국혁신당 의원실 주최로 열린 ‘AI 데이터센터의 현실적인 전력 공급 방안 토론회’에서 참석자들이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최연재 기자]

“데이터센터와 전기는 수영장과 물과 같다. AI를 위해서는 전기 확보가 필수다.”

AI 데이터센터(AIDC)를 둘러싼 국내 전력 수급 문제가 구조적 한계에 직면하면서 이같은 발언이 현장에서 나왔다. 우리나라 전력 소비의 약 40%, 데이터센터의 70% 이상이 수도권에 집중돼 있지만, 수도권 내 신규 발전소 건설은 사실상 어렵고 지방에서 전기를 끌어올 송전망 확충도 인허가와 갈등 문제로 지연되고 있다. 업계는 기존의 전력 공급 구조를 보완할 대안으로 직접구매계약(PPA) 활성화를 거론하고 있다.

9일 이해민 조국혁신당 의원이 국회의원회관에서 주재한 ‘AI 데이터센터의 현실적인 전력 공급 방안 토론회’에서는 전력 시장 규제와 요금 체계가 문제로 지목됐으며, PPA 활성화 필요성이 강조됐다. 

앞서 이해민 의원은 인공지능 데이터센터 진흥을 위한 특별법안을 대표 발의했다. 법안에는 비수도권 AI 데이터센터에 대해 발전사업자의 PPA를 허용하는 방안과, 기존 데이터센터를 AI 용도로 전환할 경우 전력 계통 영향평가를 면제하는 내용 등 AI 데이터센터 활성화를 위한 규제 개선 사항이 담겼다.

이날 발제를 맡은 박종배 건국대 전기전자공학부 교수는 수도권 집중 현상을 완화하기 위한 해법으로 전력 거래 규제 완화와 지역별 전기요금제 도입을 제안했다. 박 교수는 “비수도권 데이터센터에 대해서는 발전사업자가 수요처에 전기를 직접 공급할 수 있도록 직접구매계약(PPA) 허용 범위를 대폭 확대해야 한다”고 밝혔다. 전력이 상대적으로 남는 지역의 전기요금을 낮추고, 기업이 발전소로부터 전력을 직접 조달할 수 있도록 해 전력 다소비 시설의 지방 이전을 유도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조대근 법무법인 광장 전문위원은 “미국과 유럽 등 주요국에서도 AI 데이터센터 확대로 전력 확보 문제가 국가 경쟁력 차원에서 다뤄지고 있다”며 해외 사례를 언급했다. 그는 “현행 전력 시장 구조로는 수백 메가와트 단위의 AI 전력 수요를 감당하기 어렵다”며 발전사와 수요처가 직접 전력을 거래하는 PPA의 용량 제한 완화와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패널 토론에서는 현장의 제약 요인이 보다 구체적으로 제시됐다. 김영준 다우기술 이사는 “전략과 기술이 아무리 좋아도 이를 구현할 인프라가 없으면 의미가 없다”며 “싱가포르는 자국 자원이 부족함에도 인접 국가에서 전력을 수입해 데이터센터를 운영하고 있다. 우리도 전력 확보의 유연성을 높이기 위해 이런 글로벌 사례를 참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한국전력(한전) 중심의 단일 공급 체계에 묶여 있는 현 구조에서 벗어나 발전사와 기업이 직접 거래하는 직접구매계약(PPA)이나 가상직접구매계약(VPPA) 도입을 국가 차원에서 적극 검토해야 한다”고 밝혔다.

조정민 SK브로드밴드 부사장은 전력 수급의 현실을 수치로 설명했다. 그는 “그래픽처리장치(GPU) 26만 장을 가동하려면 단순 계산으로도 약 800MW 규모의 전력이 필요하다”며 “지금 국내에는 이 정도 전력을 즉시 수용할 수 있는 데이터센터나 여유 전력망이 사실상 없다”고 말했다.

이어 “관련 소식을 접했을 때 ‘이 물량을 어느 데이터센터에 설치할 수 있을까’라는 의문이 먼저 들었다”며 “전력과 시설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장비 도입만으로는 의미가 없다”고 밝혔다. 그는 비수도권 지역에 대해서는 PPA 허용이나 전력 계통 영향평가 절차 간소화 등 차등적인 제도 적용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문정욱 네이버클라우드 이사는 AI 데이터센터를 국가 경쟁력과 직결된 인프라로 규정하며, 민간 기업만으로 해결하기 어려운 규제와 지역 사회의 우려에 대해 정부의 역할을 강조했다. 전력 수요가 예상되는 지역에 송전선과 변전소를 선제적으로 구축하고, 자가 발전과 에너지 저장 장치 활용을 위한 제도적 지원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제시했다.

송준화 한국데이터센터에너지효율협회 사무국장은 차세대 GPU 도입으로 데이터센터 전력 수요가 추가로 증가할 가능성을 언급하며, 한전 중심의 공급 체계만으로는 한계가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PPA 활성화와 함께 기업들이 중장기 사업 계획을 세울 수 있도록 지역별 전력 공급 여력 정보가 보다 명확히 제공돼야 한다고 말했다.

다만 AI 데이터센터 확대 필요성이 강조되는 가운데, 국내 시장에서의 수요 규모와 실현 가능성에 대해서는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나왔다.

강승훈 한국데이터센터연합회 팀장은 “AI 데이터센터라는 키워드에만 지나치게 몰입되는 상황을 경계해야 한다”며 “AI 데이터센터는 자동차로 치면 F1 경주용 차량과 같은 극단적인 고사양 유형”이라고 말했다. 이어 “전 세계 수많은 데이터센터 가운데 AI 전용 센터는 아직 제한적인 수준”이라며 “한국 시장에서 이러한 유형의 데이터센터가 실제로 얼마나 필요하고 구현 가능한지 냉정한 검토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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