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초대석] 임수강 생산과포용금융연구회 부회장 "부동산 금융이 경제성장 1%대 만들어…더 많은 저신용자 흡수해야"

  • "높은 금리가 금융 신뢰 떨어뜨려…채무능력 평가한 금융권도 책임"

  • "유럽 참고해 은행연합회 중심 생산적 금융 정의 내려야"

임수강 생산과금융포용연구회 부회장 사진유대길 기자 dbeorlf123ajunewscom
임수강 생산과 포용 금융연구회 부회장 [사진=유대길 기자 dbeorlf123@ajunews.com]
'생산적 금융' '포용 금융'이 금융권 대표 슬로건으로 자리 잡고 있다. 이재명 대통령이 취임 직후 "시장자금 흐름을 생산적 영역으로 바꾸기 위한 금융 대전환을 추진하겠다"고 밝히면서 5대 금융그룹(KB·신한·하나·우리·NH농협)은 생산적 금융에 508조원 지원책을 쏟아냈다. 

이 대통령의 경기도지사 재직 시절 대표 경제 정책인 '기본금융'을 설계한 임수강 생산과 포용 금융연구회 부회장은 "저신용자 지원은 결과적으로 금융권과 국가 모두에 이익이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임 부회장은 "서민금융 지원은 금융배제 계층이 적어지면서 금융안정에 도움이 되며 은행의 잠재 고객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또 경제 성장을 저해하는 부동산 금융을 억제하는 효과도 거둘 것으로 전망했다. 

다음은 임 부회장과 일문일답한 내용. 

-생산적 금융과 포용 금융은 하나의 개념으로 봐야 하나.

"우리나라 금융은 외환위기 이후 구조조정을 거치며 급성장했지만 부동산 중심이었다. 엄격하게 보면 이는 생산적이라고 보기 어렵다. 부동산 담보대출 중심으로 금융이 발전하면서 은행 문턱은 점차 높아졌다. 금융배제 현상이 확산된 것이다. 기업 대출 등 생산적 금융이 잘 작동하면 금융배제 문제는 완화될 가능성이 높다. 생산적 금융과 포용 금융은 별개가 아니라 하나의 금융에서 나타나는 두 가지 현상이며 원인은 같은 곳에서 나온다고 볼 수 있다." 

-이재명 대통령이 지적한 서민금융 상품 금리가 15%에서 12%로 낮아졌다. 금리 인하를 포함해 어떤 방식의 지원이 효과적일까. 

"서민금융은 국민 세금과 금융권 출연금으로 운영되기 때문에 국민의 신뢰를 확보하며 제도 운영하는 것이 중요하다. 서민금융 신뢰를 떨어뜨리는 요인은 크게 두 가지다. 첫째는 금리 수준이다. 서민금융 상품의 금리가 연 15%에 이른다면 서민금융에 걸맞은지 일반 국민이 이해하기 어렵다. 금리를 낮추는 것이 전체 금융제도의 신뢰성을 높이는 데 도움이 된다. 신뢰를 떨어뜨리는 두 번째 요인은 부실률에 대한 평가 방식이다. 정책서민금융은 신용도가 낮은 계층을 대상으로 하기 때문에 부실률이 높을 수밖에 없다. 단순 부실률로 금융권의 서민금융을 평가하면 안 된다. 서민금융 지원으로 불법 사금융 이용이 얼마나 줄었는지, 취약계층의 일자리 복귀에 어떤 도움을 줬는지 등 정책 효과를 종합적으로 평가할 수 있는 대안적 지표를 마련해야 한다." 

-금융지주가 조 단위 지원책을 내놨다. 금융권 분담은 맞는 방향일까.

"은행들은 고객의 채무 능력을 평가하고 대출을 내준다. 은행은 평가를 잘못한 책임이 있기 때문에 채무자에게만 책임을 100% 돌리기 어렵다. 가장 큰 문제는 추심업자에게 채권을 파는 것이다. 연체 채권이 발생하면 은행들이 이를 채권추심업자에게 헐값에 매각했고 추심업자들은 강도 높은 추심을 통해 수익을 내는 구조가 반복되고 있다. 그러지 말고 은행들이 책임 지고 자발적으로 많은 부분을 소화하는 것이 낫다는 판단이다." 

-금융권 지원이 얼마큼 지속돼야 저신용자의 재기가 가능할까. 

"서민금융을 제도 금융권이 보다 적극적으로 흡수함으로써 정책 개입 자체가 필요하지 않은 환경으로 만들 때까지다. 이를 위해서는 은행들이 주택담보대출에서 발생하는 이익에만 의존하는 영업 구조로는 한계가 있다. 주담대 대신 기업대출을 확대하고 신용도가 낮은 개인을 평가하는 기법을 고도화해 이들을 제도권 금융으로 흡수하는 것이 중요하다." 

-금융권에선 건전성 문제를 우려한다. 

"무조건이 아니라 대안적인 평가를 통해 더 많은 사람을 흡수하라는 것이다. 지금은 밀어내는 숫자가 더 많다. 건전성에 큰 영향을 줄 정도는 아니며 준다고 하더라도 은행들 이익에서 충분히 감당 가능하다. 포용금융 핵심은 주담대를 줄이고 이를 저신용자 지원에 돌리는 것이다. 금융 발전이 일정 수준을 넘어서면 경제 성장에 오히려 걸림돌이 될 수 있다는 연구 보고서가 있다. 부동산 금융 비중이 높아지면 국내총생산(GDP)이 10% 증가할 때마다 잠재성장률이 하락하는 현상이 나타났다. 한국은 지금 그 단계에 있다. 은행들은 최대 이익을 거두고 있지만 경제는 1% 성장에 그친다. 이는 부동산 금융 발전 때문이며 이를 줄여야 한다. 청년들이나 일시적으로 일자리 잃은 사람들의 대출이 막히면 노동력 손실이 되고 이는 곧 국가적 손실이다." 

-다른 국가에 비해 한국의 부동산 금융은 얼마나 심각한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주요 국가들은 주택담보대출 비중을 지속적으로 줄여왔다. 같은 기간 한국은 GDP 대비 가계부채 비율이 약 70%에서 110% 수준으로 급증했다. GDP 대비로는 세계 톱이다. 이는 집값 상승과 밀접하게 연관돼 있다. 일본은 GDP 대비 가계부채 비율이 약 60%다." 

-생산적 금융의 정의가 모호해 현장에선 혼란스럽다는 목소리도 있다. 

"독일, 네덜란드, 이탈리아 등 유럽 사례를 보면 은행연합회가 금융당국과 협의하며 생산적 금융과 포용금융의 개념을 정의하고 이에 대한 목표와 방향성을 조율한다. 이들 국가는 협회 차원에서 기본 방향을 담은 일종의 헌장을 마련하고 이를 토대로 각 은행들이 실행 계획을 세워 실천하도록 유도한다. 한국도 협회를 중심으로 개념을 제시할 필요가 있다." 

-도덕적 해이라는 지적도 끊이지 않는다.

"도덕적 해이는 가장 큰 난제다. 여론조사를 해보면 부채 탕감에 반대하는 사람이 적지 않다. 일부 금융기관도 채무탕감을 해주면 앞으로 누가 돈을 갚겠냐는 목소리를 내기도 한다. 그럼에도 저신용자 지원은 설득이 필요한 사안이다. 금융채무불이행자를 장기간 관리해봤자 회수 가능성이 낮다. 이는 노동력 손실이기도 하다. 붙잡고 있다고 도움이 안 된다. 풀어줌으로써 일자리에 복귀시키는 것이 국가적 이익이다. 미국은 대출 후 상환이 어려워지면 채무 탕감 절차가 빠르게 진행된다. 법원을 통해 금융기관에 책임을 묻는 제도도 잘 갖춰져 있다. 경제발전 측면에서는 도덕적 해이라고 비난하는 것이 도움이 안 될 수 있다." 

-고신용자에 대한 금융 지원은 필요 없을까. 

"고신용자에 대해서는 별도의 금융 지원이 필요하지 않다. 대출 현황을 보면 상위 20% 부유층이 가장 많은 돈을 차입하고 있다. 그 돈을 부동산 매입에 쓰고 있다. 반대로 하위 20% 계층의 대출 규모는 매우 작다. 부동산 투기를 막으려면 비생산적 금융을 억제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저소득층 대출 규모는 작아서 은행 건전성에 미치는 타격도 약하다." 

-지방금융은 어떻게 활성화해야 생산적일 수 있을까.

"금융배제 현상은 주로 수도권보다 지방에서 나타난다. 지역에서 소득이 발생해도 자금은 수도권으로 유출된다. 지역 금융이 취약한 원인은 지역 경제가 위축된 데 있다. IT 중심 신산업은 수도권에 집중된 반면 조선업, 화학, 기계 등 전통 산업은 울산, 광양 등 지방에 있다. 이 때문에 상대적으로 수도권보다 비수도권 경제가 더 어려워지게 됐고 지역 금융기관 역시 위축되고 있다. 외환위기 이후 지역 금융기관이 사라진 것도 지방금융을 위축하는 요인이다. 전북은행, 광주은행, 제주은행 등은 지주회사 산하로 편입되면서 머리 기능이 사라졌다. 일본에는 지방은행이 62개 있다. 자산 규모가 크며 지역 중소기업을 떠받치는 버팀목 역할을 하고 있다. 한국도 지역을 떠받치는 금융기관을 늘리는 것이 중요하다. 광주은행, 제주은행 등을 지주사에서 독립시키거나 경기은행 등을 복원시키는 방안 등 다양하다. 동남권투자은행 설립도 도움될 수 있다. 이런 준비가 없는 상황에서 지역펀드를 늘리는 것은 일시적인 효과에 그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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