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사설 | 기본·원칙·상식] '쉬었음' 청년 72만 명, 지원금이 아니라 정부의 일자리 설계 책임을 물어야

일하지도, 구직하지도 않은 채 ‘쉬었음’ 상태에 머문 청년이 70만 명을 넘어섰다. 국가데이터처의 ‘2025년 연간 고용동향’에 따르면 지난해 20~30대 청년층 중 ‘쉬었음’ 인구는 71만7000명으로, 청년 인구의 5.8%에 달했다. 통계 작성 이래 가장 높은 수치다. 이는 청년 고용을 책임져 온 정부 정책이 구조적 한계에 봉착했음을 보여주는 위험 신호다.
 
문제의 본질은 이 숫자가 단순한 경기 부진의 부산물이 아니라는 데 있다. ‘쉬었음’ 청년의 급증은 우연이 아니라, 수년간 누적된 고용·산업·교육 정책의 실패가 빚어낸 결과다. 그럼에도 정부는 여전히 문제의 원인을 개인의 선택이나 태도에서 찾는 오류를 반복하고 있다.
 
첫째, 원인 진단에서 정부 책임이 실종됐다. 2024년 기준 고립·은둔 청년이 늘어난 가장 큰 이유는 ‘취업의 어려움’이다. 이는 청년들이 일을 기피해서가 아니라, 정부가 청년이 진입할 수 있는 양질의 일자리를 충분히 만들지 못했다는 뜻이다.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임금과 근로 환경의 격차를 구조적으로 방치해 온 책임은 정책 당국에 있다. 그럼에도 청년에게만 눈높이를 낮추라고 요구하는 것은 노동시장 진입 장벽을 개인에게 전가하는 책임 회피에 가깝다.
 
둘째, 처방 역시 정부 스스로 한계를 드러냈다. 정부는 청년 인턴 확대와 각종 지원금 지급 같은 단기 대책을 반복해 왔다. 그러나 이는 통계상 취업률을 일시적으로 보완하는 데 그쳤을 뿐, 청년이 오래 머물 수 있는 일자리를 만드는 데는 실패했다. 학교와 기업을 연결해 졸업과 동시에 숙련 경로로 진입하도록 설계한 독일이나, 실직 이후 재교육과 재취업을 국가가 책임지는 덴마크의 사례는 청년 고용이 복지 정책이 아니라 노동시장 구조 개혁의 문제임을 분명히 보여준다.
 
셋째, 정부는 일자리를 ‘숫자’로만 관리해 왔다. 그러나 일자리는 단순한 개수가 아니라 경력의 경로다. 시작은 많지만 미래가 보이지 않는 일자리, 경력을 쌓아도 보상이 따르지 않는 구조 속에서 청년은 반복적으로 좌절을 경험한다. 아리스토텔레스가 “탁월함은 행동이 아니라 습관”이라고 했듯, 실패가 반복되는 구조에서는 그 어떤 탁월함도 축적될 수 없다. 경력 사다리를 복원하지 못한 정부의 책임은 결코 가볍지 않다.
 
정부는 오는 3월까지 ‘쉬었음’ 청년을 위한 보완 대책을 내놓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또다시 인턴 확대나 지원금 보강 수준에 머문다면 정책 실패를 반복하는 셈이다. 지금 필요한 것은 취업을 독려하는 구호가 아니라, 정부가 직접 책임지고 일자리의 품질과 경로를 재설계하는 일이다. 중소·중견기업에서도 경력을 축적하고 이동할 수 있는 구조, 산업 전환 과정에서 청년이 배제되지 않는 직무 설계가 핵심이다.
 
청년 72만 명이 ‘쉬었음’에 머무는 현실은 개인의 선택이 아니라 정책의 결과다. 이제 정부는 청년에게 각오를 요구하기 전에 스스로의 책임부터 직시해야 한다. 더 빠른 지원금이 아니라, 일자리 구조를 바꾸는 결단이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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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노브툭L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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