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기고] 쿠팡과 쇼핑의 미래

  • 서용구 숙명여대 경영학부 교수

서용구 숙명여대 경영학부 교수
서용구 숙명여대 경영학부 교수

최근 쿠팡 행태에 실망한 소비자들이 쿠팡 구독을 해지하면서 소위 ‘탈팡’을 하는 경향이 강해지고 있다.  사상 최대 규모의 소비자 개인정보 유출 사건, 그리고 사건 이후  회사 측의 대응으로 쿠팡에 대한 국회와 정부, 소비자 등 한국 사회의 비난이 쿠팡에 쏟아지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여전히 90% 이상 기존 고객들은 로켓배송을 대체할 수 있는 대안이 없다고 판단하여 쿠팡을 지속적으로 이용하고 있다.

쿠팡을 불과 10여 년 만에  연간 매출 40조원의 공룡기업으로, 검색쇼핑 시대의 최고 쇼핑앱으로 성장시킨 요인은 무엇일까. 쿠팡은 도매업와 소매업 그리고 물류와 IT 정보서비스업의 정체성이 혼재된 빅블러 플랫폼기업으로 기존의 오프라인 비즈니스를 성공적으로  파괴하는 딜리버리(Delivery) 서비스를 만들었기 때문이다. 고객의 쇼핑 시간을 절약시켜주고 경쟁자들 중에서 가장 다양한 상품을 구비했기 때문이다.  코로나 발생으로 비대면 시대가 열리면서 급성장한 행운의 기업이며 10년 전 소매시장 최대 시장점유율을 가지고 있었던 대형마트 산업이 규제로 인하여 경쟁력이 추락하면서 어부지리로 더욱 성장할 수 있었던  이커머스 플랫폼이다.  

현재 공정거래위원회에서는 ‘영업정지’까지 고려하면서 쿠팡을 제재하려 하고 있다. 그러나 공식적으로 쿠팡은 뉴욕 증권거래소에 상장된 미국 기업이며 현재에는 창업자도 한국 법인 대표도 미국인인 외국 기업이다. 과연 쿠팡이 한국인 정서에 응답하고 한국 법에 순응할지 의구심이 든다. 과태료 부과나 영업정지 같은 조치에 반발하고 법적 소송으로 갈 가능성이 더 크다고 볼 수 있다. 결국 쿠팡의 미래는 향후 이번 사태에 쿠팡이 어떻게 대응하고, 한국 소비자들의 반응 등에 달려 있다고 말할 수 있다. 필자는 이번 사태가 단기적으로 쿠팡의 성장률과 브랜드 가치에는 마이너스 효과를 가져오지만 쿠팡의 시장지배력에는 크게 영향이 없을 것으로  본다. 오히려 쿠팡은 AI 쇼핑이라는 새로운 파도를 만나서 이를 잘 활용한다면 더 큰 성장을 할 수 도 있다.

우리는 수백 년 동안 쇼핑을 ‘선택의 행위’라고 불러왔다. 무엇을 살지 고민하고 비교하고 결정하는 일, 그 과정이 소비자의 주체성이라고 믿어왔다. 그러나 최근 쇼핑의 패러다임이 오프라인 쇼핑에서 검색 쇼핑으로 전환되었고 올해부터는 다시 AI 기반의 디스커버리 쇼핑의 시대로 진화하고 있다. AI 추천은 이미 우리 일상 깊숙이 들어와 있다. 넷플릭스가 콘텐츠를 고르고, 유튜브가 다음 영상을 틀어주고, 커머스 플랫폼은 '이 상품을 함께 본 사람들이…'라며 다음 선택지를 제시한다. 여기까지는 편리함의 문제처럼 보인다. 하지만 AI 쇼핑은 그 단계를 넘어서고 있다. AI는 이제 ‘무엇을 좋아할지’를 예측하고 ‘언제 필요할지’를 계산하며 ‘어떤 가격에 반응할지’를 학습한다. 소비자는 점점 덜 고민한다. 고민하지 않는다는 건 피로가 줄어든다는 뜻이기도 하다. 하지만 동시에 판단의 근육이 쓰이지 않는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검색비용 제로의 시대, 제로 클릭의 시대가 시작되고 있다.

AI 쇼핑의 본질은 ‘추천’이 아니라 ‘위임’이다. 브랜드는 이제 ‘상품 제공자’가 아니라 ‘신뢰 설계자’다. AI 쇼핑 환경에서는 브랜드의 역할이 근본적으로 바뀐다. 과거에는 좋은 제품을 만들고, 광고로 인지도를 만들고, 매대에서 선택받으면 됐다. 하지만 AI 쇼핑에서는 브랜드가 직접 소비자를 만나지 않는다. AI가 먼저 만난다. 이 말은 곧 브랜드의 경쟁 상대가 다른 브랜드가 아니라 AI의 추천 알고리즘이라는 뜻이다. 그래서 브랜드는 질문을 바꿔야 한다. AI 쇼핑 시대의 브랜드는 편리함이 아니라 ‘안심할 수 있는 선택지’가 되어야 한다. 쿠팡도 이번 사태를 교훈으로 조직과 리스크 관리 시스템을 재구축하여 한국 소비자의 신뢰를 회복하고 AI 쇼핑의 시대를 견인하기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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