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 문체부 '영화 심폐소생술' 선언…현장의 기대와 물음표

최송희 기자
최송희 기자
최휘영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영화계 심폐소생술을 가동하겠다"고 했다. 지난해 '천만 영화'가 한 편도 나오지 않았고 제작 편수까지 줄어든 침체 속에서 정부가 현장을 '응급'으로 바라보는 시선 자체는 반가운 신호였다. 오래 숨을 참고 버틴 극장가에도 기대가 스쳤다.

문체부가 꺼낸 카드는 구독형 영화 패스와 '문화가 있는 날'의 매주 확대였다. "문턱을 낮추겠다"는 메시지다. 현장도 큰 방향에는 고개를 끄덕인다. 관객이 다시 극장으로 돌아오길 바라는 마음은 같아서다. 

문제는 그 다음이다. '하겠다'는 말은 빠른데 '어떻게'가 보이지 않는다. 구독형 영화 패스는 구독료를 내고 일정 기간 또는 일정 횟수 영화를 저렴하게 보는 방식이다. 영화진흥위원회 한상준 위원장은 프랑스 파테와 미국 AMC 사례를 언급하며 예산 반영을 목표로 연구 중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현장이 기다리는 건 해외 모델의 소개가 아니라 '한국형 설계'다. 제도를 들여오겠다는 선언은 들렸는데 이 시장의 체력과 생태계에 맞춰 조정된 기준은 아직 손에 잡히지 않는다.

'문화가 있는 날' 확대도 같은 질문을 남긴다. 한 달에 한 번 진행하던 '문화가 있는 날'을 매주 하겠다고 선언했지만 '정책'만 있고 '지원'은 여전히 빈칸이다. 현장에서 "또 우리가 떠안는 구조가 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들리기 시작했다. 

해외 사례를 꺼내는 방식에서도 온도차가 난다. 문체부는 프랑스를 언급하지만, 현장은 "프랑스는 프랑스의 조건이 있다"고 말한다. 독립·예술 기반과 정책적 안전장치가 함께 돌아가는 시장이다. 한국은 오히려 미국형 시장과 닮은 면이 있고 미국엔 구독형 모델의 실패 경험도 남아 있다. 그래서 필요한 건 "어디가 했더라"가 아니라 "왜 무너졌더라"에 대한 검증이다. 도입은 쉽다. 지속은 구조가 결정한다.

심폐소생술은 구호가 아니라 설계다. 관객의 문턱을 낮추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 낮춘 만큼 받쳐주는 장치가 있어야 산업이 숨을 돌린다. 구독형 영화 패스와 매주 수요일 '문화가 있는 날'이 정말 '회복'의 카드라면 정부가 어디까지 책임지고 무엇을 보전할지부터 먼저 보여줘야 한다. 그래야 이 처방이 생색이 아니라, 현장에 실제로 닿는 심폐소생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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