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닛케이 지수, 4% 급등하며 5만4000선 돌파… 사상 최고치 갈아치웠다

  • 美 제조업 부활 신호에… 반도체·전자부품주 일제히 폭등

  • 155엔대 엔저가 밀어올린 증시… 가타야마 재무상 "日·美 긴밀히 연계"

도쿄 시내의 한 증시 전광판사진AFP연합뉴스
도쿄 시내의 한 증시 전광판[사진=AFP·연합뉴스]



일본 증시의 핵심 지표인 닛케이 평균주가(닛케이 225)가 장중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며 '마의 5만 4000선'을 뚫어냈다. 미국발 경기 낙관론과 엔화 약세라는 '쌍끌이 호재'가 투자 심리를 자극하며 장중 한때 전일 대비 1700포인트 넘게 폭등하는 기염을 토했다.

3일 도쿄 주식시장에서 닛케이 지수는 개장 직후부터 가파른 우상향 곡선을 그리더니 오후 3시 26분 현재 3.95% 오른 5만 4782.83포인트까지 치솟았다. 이는 지난 1월 14일 기록했던 종가 기준 역대 최고치(5만 4341.23포인트)를 불과 보름여 만에 갈아치운 수치다. 아사히신문은 "전날 뉴욕 증시의 3대 지수가 일제히 상승한 흐름이 도쿄로 고스란히 전해졌다"며 "특히 미국의 관세 정책을 둘러싼 불확실성이 일부 해소되면서 투자자들이 본격적인 안도 랠리에 나선 형국"이라고 보도했다.

이날 일본 증시를 뜨겁게 달군 1차적 동력은 미국의 견조한 경제 지표였다. 2일(현지 시각) 발표된 1월 미국 공급관리협회(ISM) 제조업 경향지수는 52.6을 기록했다. 이는 시장 예상치를 상회한 것은 물론, 경기 판단의 기준점인 50을 1년 만에 넘어선 것이다. 여기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인도에 대한 관세를 18%로 인하하겠다고 밝히며 보호무역주의에 대한 공포를 잠재운 것도 주효했다. 또한 전날 아시아증시를 강타했던 케빈 워시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차기 의장에 대한 우려가 다소 가라앉은 것도 호재로 작용했다. 이에 따라 뉴욕 증시에서 다우지수가 1.05% 반등했고, S&P500 지수 역시 사상 최고치 부근까지 육박하며 일본 증시의 길을 텄다.

종목별로는 실적 호전주와 대형 기술주들의 약진이 두드러졌다. 2025년 회계연도(2025년 4월~2026년 3월) 연결 순이익 전망치를 대폭 상향 조정한 전자부품 기업 TDK가 장중 12% 급등하며 시장을 주도했고, 건설기계 분야의 코마츠(8%)도 실적을 바탕으로 가파르게 올랐다. 전날 조정을 받았던 아드반테스트, 도쿄일렉트론 등 반도체 장비주들도 일제히 반등하며 지수 상승에 화력을 보탰다.

외환 시장에서의 엔저 현상 역시 수출 대형주들에게 강력한 우군이 됐다. 이날 도쿄 외환시장에서 엔·달러 환율은 1달러당 155.49~155.50엔 선에서 거래되며 전날보다 엔화 가치가 하락했다. 닛케이는 "주가 급등에 따른 위험자산 선호 심리가 안전 자산인 엔화 매도를 부추겼고, 이것이 다시 수출주 실적 개선 기대감으로 이어지는 선순환 구조가 형성됐다"고 분석했다.

다만 일본 정부는 시장의 과열 양상을 예의주시하면서도 신중한 입장을 유지했다. 가타야마 사츠키 재무상은 이날 오전 각료회의 후 기자회견에서 "미국 당국과 항상 연계하고 있으며, 필요에 따라 긴밀히 협력해 적절히 대응할 것"이라고 밝혔다. 특히 시장 일각에서 제기되는 엔저 부작용 우려를 의식한 듯, "다카이치 사나에 총리가 특별히 엔저의 이점만을 강조하고 있지는 않다"며 정부의 균형 잡힌 시각을 강조했다.

원자재 시장의 안정도 투자 심리 회복에 한몫했다. 최근 급락하며 시장을 긴장시켰던 금 선물 가격 하락세가 진정되면서 투기 세력의 환금 매도가 일단락됐다는 분석이다. 노무라 에셋 매니지먼트의 이시구로 히데유키 수석 전략투자가는 "금에 과도하게 쏠렸던 포지션 정리가 마무리되면서 주식 시장으로의 자금 유입이 원활해졌다"고 진단했다.

다만, 정치적 불확실성이 향후 변동성을 키울 수 있다는 신중론도 제기된다. 모넥스증권의 히로키 다카시 수석 전략투자가는 "중의원 선거에서 자민당이 우세할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지만, 선거 결과가 나오기 전까지의 막연한 불안감이 해외발 시장 변동성을 증폭시키는 촉면이 있다"고 지적했다.

한편, 이날 일본 채권 시장에서는 주가 급등의 영향으로 안전 자산인 국채 매도가 늘어나며 장기 금리가 소폭 상승하는 모습을 보였다. 도쿄 증권가에서는 당분간 일본 증시가 미국의 금리 경로와 다카이치 정부의 경제 정책 방향성에 따라 사상 최고가 부근에서 치열한 공방을 벌일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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