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침공 대비 시나리오 만든 베트남…中과는 발전·안보 밀착

  • 베트남 국방부 2024년 문서서 "美의 '침략 구실' 경계" 언급

  • 베트남 외교부 장관 "中과 관계 최우선이자 전략적 선택으로 삼아와"

또 럼 베트남 공산당 서기장오른쪽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사진AP연합뉴스
또 럼 베트남 공산당 서기장(오른쪽)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사진=AP·연합뉴스]

베트남이 미국과의 관계를 최고 수준인 포괄적 전략동반자로 격상한 뒤에도 미국의 베트남 침공 가능성에 대비하는 시나리오를 작성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런 가운데 베트남이 중국과는 발전과 안보를 함께 추진하자는 메시지를 주고받으며 전략적 밀착을 강화하고 있다.

4일(현지시간) AP 통신에 따르면 베트남 국방부는 2024년 8월 작성한 '미국의 제2차 침공 계획' 문서에서 미국과 그 동맹국이 중국에 대한 억지력을 강화하는 과정에서 자신들에 거스르는 국가를 상대로 비전통적 형태의 전쟁과 군사적 개입, 심지어 대규모 침공까지 감행할 준비가 돼 있다고 평가했다.

문서는 현재 베트남이 전쟁을 겪을 위험성은 크지 않다고 전제하면서도 "미국의 호전적인 속성 때문에 우리는 미국과 그 동맹국이 우리나라를 침공하려는 '구실을 만드는 것'을 막기 위해 경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베트남은 2023년 9월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국빈 방문을 계기로 미국과의 관계를 러시아·중국과 동등한 최고 수준인 포괄적 전략동반자로 격상했다. 하지만 이듬해 작성된 해당 문서에서 베트남 국방부는 미국이 베트남을 "파트너이자 중요한 연결고리"로 인식하면서도 베트남 사회에 "자유, 민주주의, 인권, 민족, 종교에 관한 미국적 가치를 확산하고 부과해" 사회주의 정부를 점진적으로 변화시키려 한다고 관측했다.

문서는 또 남중국해 영유권 분쟁 당사국인 중국에 대해서는 미국과 같은 수준의 위협이라기보다는 지역적 라이벌로 다뤘다고 AP는 전했다.

미국 소재 베트남 인권운동 단체 '프로젝트88'의 벤 스완턴은 자신의 보고서에서 이 문서가 "베트남이 미국을 전략동반자는커녕 자국 존립에 대한 위협으로 보고 있으며 반(反)중국 동맹에 합류할 뜻이 없음을 보여준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러한 인식이 베트남 정부 내 일부 비주류의 견해가 아니라 여러 정부 부처에 걸쳐 공유된 것이라고 덧붙였다.

동남아 전문가인 재커리 아부자 미 국방대 교수는 베트남이 중국의 공격을 가장 우려한다는 서방의 시각과는 달리 베트남 지도자들은 2010년대 '아랍의 봄'과 같은 '색깔 혁명'을 가장 두려워한다는 관측에 이 문서가 힘을 실어준다고 평가했다.

이런 가운데 베트남 권력 서열 1위인 또 럼 베트남 공산당 서기장은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 집권 이후 대미 관계 강화를 위해 애써 왔다. 베트남 정부는 지난해 트럼프 대통령의 가족 기업이 베트남 기업과 합작해 하노이 인근 흥옌성에 약 15억 달러(약 2조2000억원)를 투입하는 대규모 리조트 개발 사업에 대해 위법·특혜 논란에도 불구하고 초고속으로 인허가를 내줬다. 또 트럼프 대통령이 구상한 평화위원회에도 즉각 참여하기로 결정했다.

하지만 지난달 초 트럼프 행정부가 니콜라스 마두로 베네수엘라 대통령 체포 작전을 단행한 이후, 베트남 군부 등 보수 세력을 중심으로 대미 관계에 대한 불안감이 커졌다고 싱가포르 ISEAS-유소프 이샥 연구소의 베트남 전문가 응우옌 칵 장 연구원은 진단했다.

이런 상황에서 중국도 베트남과의 밀착을 강화하는 메시지를 내놓고 있다. 중국 외교부에 따르면 전날 왕이 중국공산당 중앙외사판공실 주임(외교부장 겸임)은 전날 또 럼 서기장의 특사 자격으로 방중한 레 화이 쭝 베트남 외교부 장관을 만나 발전과 안보를 함께 추진하기 위해 긴밀히 단결하자고 밝혔다.

왕 주임은 "양국은 사회주의의 동반자이자 운명을 함께하는 좋은 형제로서 긴밀히 협력해 발전과 안보라는 두 가지 중대한 과제를 추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과학기술 혁신과 디지털 전환, 인공지능(AI) 분야 협력을 확대하는 한편 사회주의 혁명 성지를 방문하는 '홍색 여행' 등 인문 교류도 지속적으로 추진하길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쭝 장관은 "베트남은 중국과의 관계를 최우선이자 전략적 선택으로 삼아 왔다"며 "하나의 중국 정책을 확고히 이행하고 어떠한 형태의 대만 독립 분열 활동도 반대한다"고 밝혔다.

또 "중국과 상호 신뢰할 수 있는 전략적 동반자가 되기를 기대한다"며 "다음 단계의 고위급 교류를 함께 설계하고 경제·무역 투자와 신흥 분야 협력을 추진해 베트남·중국 전면적 전략적 협력 동반자 관계를 더 높은 수준으로 끌어올리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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