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장난 투자나침반④] 코스피는 5000 찍었는데…쪼그라드는 증권사 리서치센터

  • 조직 및 인력 축소 확산…리서치센터 없는 증권사도

  • MTS 확산, IB 대비 처우 문제도 인력유출 가속화

한국 증시 최초로 종가 기준 코스피 5000을 달성한 지난달 27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한국거래소에서 직원들이 코스피 종가가 표시된 전광판을 배경으로 세레머니를 하고 있다 사진유대길 기자 dbeorlf123ajunewscom
한국 증시 최초로 종가 기준 코스피 5000을 달성한 지난달 27일 오후 서울 여의도 한국거래소에서 직원들이 코스피 종가가 표시된 전광판을 배경으로 세리머니를 하고 있다. [사진=유대길 기자 dbeorlf123@ajunews.com]

코스피 5000 시대가 열리면서 투자 열기는 어느 때보다 뜨겁지만 정작 증권사 리서치센터의 존재감은 갈수록 작아지고 있다. 개인투자자 수는 늘고 시장 규모도 커졌지만 투자 판단의 나침반 역할을 해온 리서치 조직은 인력과 위상 모두 축소되는 추세다. 증권사 리포트 부실화의 원인이 여기에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9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국내 61개 증권사에 소속된 금융투자분석사 자격증 소지자는 이달 초 기준 1069명으로 집계됐다. 2010년 1575명이었던 것과 비교하면 15년 동안 30% 넘게 줄었다. '금융투자분석사'는 증권사 애널리스트들이 의무적으로 취득하는 자격증이다. 자격증 소지자 수와 증권사 리서치센터 소속 애널리스트 수가 정확히 일치하지 않지만, 리서치센터 조직·역량 약화와 무관치 않다는 게 증권가의 해석이다.
 
자료금융투자협회 한국거래소
[자료=금융투자협회, 한국거래소]

최근에는 리서치센터를 두지 않는 증권사도 등장했다. 2024년 출범한 우리투자증권은 리서치센터를 설치하지 않았다. 카카오페이증권은 2022년 'AI네이티브'라는 어젠다를 내세워 기존 리서치 조직을 내부 AI서비스센터로 통합했다. 

이 같은 리서치센터 위상 약화는 2010년 전후부터 시작됐다. 스마트폰 보급과 함께 모바일트레이딩시스템(MTS)이 대중화되면서 개인투자자들이 리포트에 의존하기보다 직접 종목을 탐색하는 환경이 만들어졌다. 동시에 증권사의 수익 구조도 변했다. 법인 주식중개(홀세일) 비중은 줄고, 기업금융(IB)과 자산관리(WM)가 주요 수익원으로 부상하면서 리서치센터는 ‘직접 돈을 벌지 못하는 조직’이라는 인식이 굳어졌다.

처우 문제도 리서치센터 인력 유출을 부추기고 있다. 리서치센터 내부에서는 “업무 강도는 높은데 IB 부서 대비 성과급은 낮다”는 불만이 적지 않다. 반면 리서치센터 근무 경력은 자산운용사, 기업 IR, 데이터·AI 관련 조직 등에서 수요가 높아 저연차 인력의 이탈이 잦다. 여기에 AI 기반 분석 도구 도입이 본격화되면서 ‘사람 리서치’의 역할이 줄어들 수 있다는 불안감도 겹쳤다.

코스피·대형주·매수 의견에 치우친 리포트 역시 이 같은 구조 변화의 산물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증권사들은 실질적으로 매도(숏) 의견을 내기 어렵다고 입을 모은다. 기업과의 관계 악화로 정보 접근이 차단될 수 있고 일반 투자자들의 민원 부담도 크기 때문이다. 실제로 부정적인 리포트를 냈다가 기업 출입이 제한되는 사례도 적지 않다. 이 과정에서 애널리스트들의 스트레스는 누적되고 보수적인 리포트 생산으로 이어진다.

해외 증권사와의 차이도 뚜렷하다. 미국과 유럽에서는 기관투자자가 리서치를 유료로 구매하는 구조가 일반적이고 숏 리포트를 전문으로 하는 독립 리서치 기관도 존재한다. 공매도 포지션을 구축한 뒤 기업의 문제점을 파헤치는 방식으로 수익을 내는 모델이다. 반면 국내는 리서치의 독립성과 이해상충 방지에 대한 규제가 엄격해 이 같은 모델을 구현하기 어렵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홀세일 사업 기반이 약한 증권사일수록 리서치센터의 필요성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며 “리테일 영역에서도 AI 기반 맞춤형 투자 서비스에 대한 수요가 커지면서 전통적인 리서치의 역할이 재정의되고 있다”고 말했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컴패션_PC
댓글0
0 / 300

댓글을 삭제 하시겠습니까?

닫기

로그인 후 댓글작성이 가능합니다.
로그인 하시겠습니까?

닫기

이미 참여하셨습니다.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