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지아의 전지예보] 美 EV충전기 '100% 美産' 장벽...K-충전기 업계 '먹구름'

  • 美 "EV 충전기 미국 내 생산 의무화 추진"

  • K-충전기 미국 내 입지 강화·진출 장벽 생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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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성형 AI 이미지. [사진=챗GPT]
[오늘의 전지 흐림]

트럼프 행정부가 미국 연방 보조금 수령 조건으로 전기차(EV) 충전기 부품의 100% 미국산 사용을 강력 추진하겠다고 발표하면서 한국 전기차 충전기 업계에 빨간불이 켜졌다.

11일 업계에 따르면 국내 전기차 충전기 업체들은 미국 정부의 발표를 놓고 대응책 마련에 고심하고 있다.

현자 미국 보조금 받고 있는 SK시그넷 입장에선 북미 시장 확대로 실적 '턴어라운드'를 노리고 있었지만 예상치 못한 규제 변수가 등장했다는 평가다. 기업 공개를 준비하며 미국 내 사업 확장에 박차를 가하는 채비 역시 부담을 안게 됐다.

앞서 미국 교통부는 10일(현지시간) 연방 보조금을 지원받는 전기차 충전소에 사용되는 부품의 미국산 비중을 기존 55%에서 최대 100%로 높이고, 미국 내 생산을 의무화하겠다고 발표했다. 앞서 2023년 바이든 행정부 때는 50억 달러 규모의 전기차 충전소 확대를 목표로 '바이 아메리카(Buy America)' 요건을 유예하기로 합의한 것과 반대되는 행보다.

이를 두고 숀 더피 교통부 장관은 '아메리카 퍼스트(미국 우선주의)' 원칙을 내세우며 "미국 제조업을 활성화하고 국가 안보를 보호하며 국민의 세금이 해외 적대국을 보조하는 일을 막을 것"이라 강조했다. 부품 미국산 비중 100% 의무화는 사실상 중국산 부품을 쓰는 조립 업체들을 시장에서 퇴출시키겠다는 선전포고나 다름없다.

더피 장관은 지난해 2월 바이든 전 대통령이 지난 2021년 서명한 전기차 충전기 인프라 구축 프로그램을 중단한 바 있다. 이에 주 정부들은 미국 교통부를 고소했고 워싱턴 연방지방법원은 지난달 트럼프 행정부가 전기차 충전 인프라 확충을 위해 배정된 연방 예산 집행을 중단한 것은 불법이라는 판결을 내렸다. 예산 집행 중단이 막히자 다른 방법으로 전기차 산업과 중국산 부품에 대한 압박을 강화하려는 것으로 풀이된다.

SK시그넷은 현재 미국 텍사스에 연 1만 기 규모 생산 공장을 가동 중이다. 국내 제조사 중 유일하게 미국 정부의 전기차 충전 인프라 구축 프로그램인 NEVI(National Electric Vehicle Infrastructure) 프로그램에 참여 중이기도 하다. 더불어 이미 미국 내 시장 점유율 20%로 선두를 달리고 있다.

SK시그넷은 지난해 12월 약 300억원 규모의 제3자 배정 유상증자를 결정하며 글로벌 공략 가속화 의지를 다졌다. 텍사스 공장 운영 효율 극대화로 현지 시장 수요에 기민하게 대응하고, 유럽과 오세아니아 등 신규 시장으로의 사업 확장도 추진할 계획이라 밝힌 바 있다.

SK시그넷은 NEVI 보조금을 받기 위해 미국 내 최종 조립이라는 조건에 더해 미국산 부품 비중 55% 이상이란 까다로운 조건까지 충족했다. 업계에 따르면 SK시그넷이 미국에서 조립하는 충전기 부품의 약 55%가 미국산이고, 나머지는 한국산과 중국산으로 구성되어 있다.

국내 전기차 급속충전기 제조 및 운영사업자 채비도 이번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CES 2026'에 부스를 마련하고 미국 상용차 시장을 겨냥한 초고속 충전 기술을 알린 바 있다. 채비는 미국 충전사업자들에게 충전기를 납품하는 방식으로 미국 시장에 진입했다. 채비 관계자는 "채비는 자율주행 모빌리티 업체와의 협력을 통해 새로운 충전 수요를 선제적으로 개척해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채비의 경우 아직 미국 연방 보조금이 직접 연계된 NEVI 사업에는 참여하지 않고 있지만, 향후 북미 시장 확대 과정에서 동일한 규제 환경에 직면할 가능성이 크다. 업계에서는 이번 조치가 단순한 규제를 넘어 북미 충전 시장의 진입 장벽을 구조적으로 끌어올리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트럼프 정부의 이번 정책 예고로 국내 전기차 충전기 기업들의 후퇴가 우려된다. SK시그넷뿐 아니라 북미 시장을 주력으로 삼고 있는 국내 전기차 충전기 업체 전반에도 부담이 가중될 전망이다. 특히 국내 충전기 업체들의 경우 현지 생산 거점과 부품 내재화 역량도 제한적이다. 

업계 관계자는 "이번 미국 정부의 발표는 사실상 전기차 충전 시설 확충에 제동을 걸겠단 얘기"라며 "선뜻 앞으로 사업 방향성을 바꾸긴 어렵고 상황을 계속 지켜봐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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