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사설 | 기본·원칙·상식] ) 다카이치는 패를 깠고, 트럼프는 화답했다… 이제 한국의 시간이다

일본의 다카이치 사나에 총리는 중의원 총선 압승 직후 곧바로 ‘투자 보따리’를 풀었다. 대미 투자 5,500억달러 약속 가운데 1차로 360억달러 규모 프로젝트를 확정해 공개했다. 오하이오 9.2GW 가스발전소, 텍사스 심해 원유 수출 인프라, 조지아 합성 산업용 다이아몬드 공장. 전력과 에너지, 핵심 소재를 정면으로 겨냥한 패키지였다. 

미국은 이를 환영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총선을 앞둔 다카이치에게 “완전하고 전폭적인 지지(Complete and Total Endorsement)”를 공개 선언하고 3월19일 백악관으로 초청했다. 

투자 → 신뢰 → 정상외교.  다카이치의 한 수는 지체 없이 외교적 보상으로 되돌아왔다. 미국식 ‘투자 외교’의 문법을 정확히 읽어낸 결과였다.

미국이 원하는 것은 단순한 자금이 아니다. 전력 인프라, 에너지 수출 통로, 중국 의존을 줄일 공급망이다. AI와 데이터센터 확산으로 전력 병목이 심화된 상황에서, 에너지와 핵심 소재는 곧 안보다.  일본은 이 지점을 정확히 파고들었다. 가장 급한 곳에, 가장 구체적인 해법을 내놓았다. 

다카이치의 전략은 속도가 아니라 구조였다. 

투자로 병목을 해결하고, 일본 기업의 참여 통로를 만들고, 이를 정치적 성과로 연결했다. 경제·산업·외교·정치를 하나로 묶은 패키지였다. 

백악관이 공개한 투자 리스트를 보면 미국의 계산은 분명하다. 국가에는 전력·에너지·공급망 같은 인프라를 맡기고, 기업에는 AI·반도체·첨단 제조를 맡긴다. 

국가는 기반을 깔고, 기업은 기술을 심는다. 미국은 그 위에서 주도권을 쥔다.

한국이 ‘에너지·환경’ 항목으로 분류된 것도 이 때문이다. 워싱턴은 한국을 전력·에너지 파트너로 보고 있다. 이는 기회이자 동시에 한계다. 인프라 제공자로 머물 수도 있고, 산업 파트너로 도약할 수도 있다. 

일본은 이미 한 장의 카드를 완성했다. 투자와 산업, 정치와 외교를 하나로 엮었다. 그래서 트럼프의 공개 지지를 얻었다. 

이재명 정부는 아직 계산 단계에 머물러 있다. 3천500억달러 대미 투자 약속, 에너지·반도체·AI·핵심광물 협력 구상은 제시됐지만, 이를 뒷받침할 제도와 구조는 완성되지 않았다. 

국회는 더욱 더디다. 대미 투자 펀드 조성, 협의위원회 설치, 관련 특별법 처리는 여전히 지연되고 있다. 법적 기반이 완비되지 않은 상태에서 정부는 임시 체계로 협상을 이어가고 있다. 

이는 워싱턴의 시각에서 결코 안정적인 구조가 아니다. 미국이 신뢰하는 것은 구상보다 실행력이고, 실행력은 결국 제도와 의회 동의에서 나온다. 외교는 정부가 하지만, 신뢰는 정부와 의회가 함께 만든다. 

한국이 보여줘야 할 것은 숫자가 아니라 구조다.

전력 인프라에 AI 데이터센터와 반도체를 묶을 것인가. LNG 투자에 조선·해양 수주를 연결할 것인가. 핵심 광물에 가공·정제와 장기 계약을 붙일 것인가.

이 가운데 하나라도 명확한 패키지로 만들어야 한다. 그리고 그것이 법과 계약, 예산과 제도로 고정돼야 한다. 

국가 자금이 기업 수익으로 이어지고, 산업 경쟁력으로 환류되는 구조를 의회가 뒷받침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투자 외교는 정치 이벤트로 끝난다. 

다카이치가 강했던 이유는 개인의 결단력만이 아니다. 총선 압승으로 확보한 정치 기반, 안정된 의회 구도가 외교력을 떠받쳤다. 

한국도 마찬가지다. 국회가 정쟁에 머무르는 순간, 협상력은 자동으로 약해진다. 법안 지연, 예산 불확실성, 정책 혼선은 모두 워싱턴에 ‘리스크’로 읽힌다. 

대미 투자 전략은 외교 사안이기 이전에 국가 프로젝트다. 여야가 따로 있을 수 없다. 

이 합성 사진은 왼쪽에 2026년 1월 31일 도쿄에서 촬영된 일본의 다카이치 사나에 총리와 오른쪽에 같은 해 2월 5일 워싱턴DC에서 촬영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모습을 담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2월 5일 다카이치 총리가 3월 19일 백악관을 방문할 예정이라고 밝히며 주말 조기 총선을 앞두고 승리가 예상되는 일본 최초의 여성 지도자를 치켜세웠다 2026 25 AFP연합
이 합성 사진은 왼쪽에 2026년 1월 31일 도쿄에서 촬영된 일본의 다카이치 사나에 총리와, 오른쪽에 같은 해 2월 5일 워싱턴DC에서 촬영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모습을 담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2월 5일, 다카이치 총리가 3월 19일 백악관을 방문할 예정이라고 밝히며, 주말 조기 총선을 앞두고 승리가 예상되는 일본 최초의 여성 지도자를 치켜세웠다. 2026, 2.5 (AFP/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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