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희 칼럼] AI 확산에 흔들리는 '사'자 직업

이재희 국제언어대학원대학교 총장
[이재희 국제언어대학원대학교 총장]
  
오픈AI가 2022년 11월 30일 챗GPT를 공개한 지 불과 3년 조금 더 지났다. 이 짧은 기간에 생성형 AI가 디지털 공간에서 텍스트, 이미지, 코드 등 콘텐츠를 생성하는 정보 혁명이 일어나고, 많은 일자리가 사라지면서 동시에 새로운 직업이 창출되고 있다. 또한 지난 1월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CES 2026에서는 현실 세계의 물리적 환경에서 직접 행동하는 휴머노이드 등이 공개되면서 피지컬 AI에 의한 제조업 혁명을 예고하고 있다.

AI로 인해 급변하는 세계에서 한국개발연구원(KDI) 한요셉 연구원의 보고서('AI로 인한 노동시장의 변화와 정책 방향', 2024. 7. 15)에 의하면 2030년에는 현재의 국내 일자리 10개 가운데 9개에서 90% 이상의 업무가 AI와 로봇으로 대체 가능하다고 했다. 또한 보고서는 2030년 이후 고소득 전문직 일자리도 AI로 대체될 위험이 크다는 내용도 담고 있다. AI가 업무를 대체하는 자동화 가능성 비율을 직업별로 보면 회계사는 83%, 변호사는 74%, 판검사는 69%, 대학교수는 64%로 나타났다. 업무 내용이 정형성과 반복성이 크고 육체 활동을 많이 수반하는 직업은 자동화 가능성이 커서 AI가 대체할 수 있고, 업무 내용이 비정형성과 비반복성이 크고 감성·지식 활동을 많이 수반하는 직업은 자동화 가능성이 비교적 작아서 AI와 보완·협업이 진행될 것이다.

국가데이터처는 '2026년 1월 고용 동향'에서 연령별로는 청년층 취업자 수가 감소했고 산업별로는 전문·과학기술 서비스업에서 감소했다고 한다. 전문 서비스업 취업자가 감소한 것은 AI 도입 확산으로 변호사·회계사 등 전문직 신입 직원 채용이 둔화된 영향으로 추정했다. 이처럼 생성형 AI의 활동 범위가 확장되면서 화이트칼라 직종에 AI 쓰나미가 닥쳐오면서 AI 도입 확산 영향이 현실화되고 있다. 신입 변호사가 하던 판례 분석, 서면 초안 작성, 법리 검토 등 업무를 AI 변호사가 해버린다. 국내 10대 로펌의 신입 변호사 채용 규모는 2년 전과 대비하여 현저하게 감소하고 법률 전문 AI 서비스가 대신하고 있다. 회계 분야는 더욱 심각하다. 과거에 연차가 낮은 회계사들이 며칠씩 매달렸던 대량 데이터 검수 작업을 AI는 순식간에 해낸다. 지난해 국내 빅4 회계법인은 신입 회계사 채용 규모를 30% 이상 축소했으나 법인의 수입 마진율은 오히려 높아지는 비즈니스 모델이 정착되고 있다. IT업계에서는 ‘코딩만 배우면 취업 보증수표’였던 시절이 지나고 컴퓨터공학 전공자 취업 성과가 2023~2024년 기점으로 급락하면서 AI가 코딩전문가를 대체하고 있다.

의대 정원 증원 문제로 의-정 갈등과 의대 열풍을 일으키고 있는 의사들의 미래도 어둡다. 미국 하원에서 2025년 1월 AI가 FDA 승인 의약품을 자율적으로 처방할 수 있는 법안이 발의되었다. 2023년에도 유사한 법안이 발의되었으나 위원회 논의도 없이 자동 폐기된 바 있어 당분간 이런 법안이 통과될 확률은 낮지만 가능성은 상존한다. 또한 유타주에서는 AI가 의사 개입 없이 만성질환 장기 처방에 대하여 독자적으로 의약품을 재처방할 수 있는 파일럿 프로그램을 올해 1월부터 실시하도록 자율형 플랫폼을 승인해서 ‘AI 의사’ 탄생의 길을 열었다. 그리고 X-레이 사진 등 영상 판독에서 AI가 이미 전문의를 능가한다는 분석이 나왔고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는 지난 1월 미국의 어느 팟캐스트 대담에서 “3년 안에 AI 휴머노이드 로봇이 외과의사를 대체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같은 흐름을 바탕으로 AI 시대에 대비하여 의사 수를 감축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원격진료가 시행되면 내원 환자가 감소하고 도시의 병·의원에서도 경쟁이 심화될 것이므로 의사 수 감축이 필요하다고도 한다. 하지만 정부는 인구구조가 고령화 사회에서 고령 사회를 거쳐 초고령 사회로 단기간에 변화함에 따라 노인 인구가 증가하고 지역·필수·공공(지필공) 의료를 개선하기 위해 의사 수 확대가 필요하다고 한다. 따라서 정부는 의사인력수급추계위원회를 꾸려 의대 정원을 논의했고 이를 바탕으로 보건의료정책심의위원회는 지난 2월 10일 의대 증원 규모를 확정했다. 따라서 내년부터 ‘지역의사제 전형’을 통해 5년간 연평균 668명씩 증원 선발하여 의사면허 취득 후 10년간 지역의사로 종사하도록 했다. 이 계획에 따르면 2027학년도 의과대학 신입생이 대학 6년 수학 후 의사 면허증을 취득하면 일반의사로 활동할 수 있다. 지역의사는 이때부터 10년간 지역에서 근무한 후 지역에 정착하거나 도시 등으로 이동할 수 있다. 하지만 전문의 자격을 취득하려면 공중보건의 복무 3년, 인턴과 레지던트 수련 5년을 거치면 도합 14년이 경과하여 2040년이 지난다.

2년 전 의대 증원이 논의되자 의대에 진학하기 위해 중·고등 학생 사이에 지방 유학 열풍까지 일고 있다. KDI 연구원의 고소득 전문직 일자리에 관한 연구보고서와 일론 머스크의 AI 외과의사 대체 예견은 불과 3~4년 후 미래에 대한 전망이다. 그런데 최소 6년 또는 14년 이후 미래를 앞두고 의대 진학 열풍에 휩싸인 학부모와 학생들은 아직도 그들만의 미래를 꿈꾸고 있다. 더욱이 2월 19일자 언론 보도에 의하면 서울대 자연계 정시 합격자 중 180명이 등록을 포기했는데 이들 중 대부분은 다른 의대에 중복 합격했다. 연세대와 고려대에서 자연계 합격자 등록 포기 비율은 서울대의 두 배 정도로 더 심각하다.

이제 변호사, 회계사, 의사 등 현재의 고소득 전문직보다 AI 확산에 대비하여 AI 인재로 시선을 돌려야 한다. 세계경제포럼(WEF)이 내놓은 '미래 일자리 보고서 2025'는 미래에 가장 빨리 성장할 직업으로 빅데이터 전문가, 핀테크 엔지니어, AI 머신러닝 전문가, 소프트웨어·앱 개발자, 보안관리 전문가, 자율주행·전기차 전문가 등을 제시하였다. 또한 오픈AI·미국 노동부·뉴욕타임스 자료에 의하면 고학력 전문직으로 갈수록 AI 위협에 노출된 정도가 더 심해진다. 최고 수준의 전문가와 최저 숙련 노동자는 상대적으로 안전할 수 있지만 전문직 지식노동자 대부분은 타격을 받을 가능성이 크다. 생성형 AI로 인해 화이트칼라 지식노동자의 판도가 바뀐 데 이어 피지컬 AI 활약이 본격화되면 블루칼라 직종에도 쓰나미가 몰려올 것이다. 따라서 격변하는 AI 시대를 앞두고 우리는 현재의 시각이 아닌 긴 안목으로 미래를 예측하여 직업을 심사숙고해야 한다.

이재희 필자 주요 이력 

▷서울대 사범대학 영어교육과 졸업 ▷서울대 대학원 교육학박사 ▷한국교육개발원 선임연구원 ▷미국 텍사스대(오스틴) 연구교수 ▷한국초등영어교육학회 회장 ▷경인교육대학교 6대 총장 ▷국제언어대학원대학교 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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