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주] M.S.G는 마트(M)·스낵(S)·그로서리(G) 등 유통업계 이슈를 쉽게 풀어내는 코너입니다. 조미료(MSG)를 한 스푼 더해 기사 한 줄 뒤에 숨은 이유까지 맛있게 정리해드립니다.

AI로 생성된 이미지 [사진=챗GPT]
세금 체납·임금 체불·납품 중단·추가 폐점···홈플러스 안팎에서 경고음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홈플러스는 다음달 4일 기업회생절차에 돌입한 지 1년을 맞지만, 매장 분위기는 오히려 가라앉고 있습니다. 식품 납품이 끊겨 일부 매대는 비어가고, 살 물건이 줄자 고객 발길도 끊기고 있습니다. 대형마트 기본 기능인 '장보기'부터 흔들리는 셈입니다.
그런 홈플러스 매장에서 최근 이례적으로 오픈런(문이 열리자마자 뛰어 들어가 구매하는 것) 현상이 나타났습니다. 매장 오픈 10분 전부터 출입구 앞에 긴 줄이 생겼고, 영업 시작과 동시에 사람들이 빠른 걸음으로 매장 안으로 들어갔습니다. 이들이 향한 곳은 홈플러스가 지난 19~20일 이틀간 판매한 '990원 도시락' 코너. 홈플러스는 이날 홈플델리 고추장&간장불고기 도시락과 햄&소시지 도시락 등 2종을 내놓았습니다. 매장별로 준비한 물량은 빠르게 소진됐고, 일부 매장에서는 10분도 채 안돼 동이 났다는 이야기도 나왔습니다.

AI로 생성된 이미지 [사진=챗GPT]
홈플러스의 990원 도시락이 오픈런을 부른 이유는 바로 '가격'이었습니다. 한 끼 대체재로 꼽히는 김밥의 서울 평균 가격은 3723원 수준. 컵라면도 1000원을 넘다보니 990원 도시락은 체감상 '파격'에 가까웠습니다.
그런데도 구성은 단출하지 않았습니다. 불고기·만두·소시지·계란말이 등을 담아 싼 값에 대충 때우는 상품으로 보이지 않게 했죠. 온라인에서는 "이 가격으로는 보기 드문 구성"이라는 반응이 이어졌고, 주부들이 모인 온라인 커뮤니티에도 구매 인증과 후기 글이 잇따랐습니다.
문제는 홈플러스의 재무 여건입니다. 자금난이 누적돼 임직원 급여까지 미루는 상황에, 원가 부담이 큰 도시락을 990원에 내놓은 것은 '제 살 깎기'로 비춰질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럼에도 홈플러스가 '990원 도시락' 카드를 꺼낸 배경을 두고 업계에서는 전형적인 로스 리더(loss leader) 전략으로 해석했습니다.
로스 리더란 특정 상품을 극단적으로 낮은 가격에 판매해 손실(Loss)을 감수하면서도 고객을 매장으로 이끄는(Leader) 일종의 마케팅 전략입니다. 즉 단일 품목에서는 손실이 나더라도 '사람이 들어오는 흐름'을 먼저 되살리는 데 초점을 둔 전략입니다. 아울러 다른 상품의 동반 구매로 이어지게 해 전체 매출을 회복하려는 방식이기도 하죠.
매장 활기부터 살리자…990원 도시락에 담긴 로스리더 전략
홈플러스가 이같은 전략에 기대는 이유는 단순히 매출을 늘리기 위한 차원을 넘어서는 것으로 풀이됩니다. 먼저 마트는 매장에 손님이 있어야 납품도 돌아가고, 납품이 돌아야 매장도 다시 살아납니다. 다시 말해 990원 도시락은 홈플러스 악순환을 끊기 위한 최소한의 신호탄인 셈입니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도 홈플러스가 풀어야 할 과제로 소비자 경험 관리를 꼽았습니다. 이은희 교수는 "매장 내 활기가 떨어질수록 남은 점포들에도 고객 발길이 줄어들 가능성이 크다"며 "대형마트는 매장 분위기와 같은 기본적인 관리가 곧 신뢰와도 직결된다"고 말했습니다. 결국 기본적인 쇼핑 경험이 무너지면 홈플러스는 회복이 더 어렵다는 뜻입니다.
홈플러스의 990원 도시락 전략은 일단 통한 것으로 보입니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와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990원 도시락 후기가 활발하게 공유되며 홈플러스를 찾아갈 동기가 소비자들에게 생겼다는 점에서죠.
다만 로스 리더 전략은 성과만큼 위험도 존재합니다. 초특가 상품은 마진이 없거나 손실이 발생할 수 있어 판매량이 늘수록 단기 수익성은 악화할 수 있는데다 '동반 구매'가 따라오지 않으면 손실은 더 가중될 수 있습니다. 특히 지금처럼 현금 흐름이 원활하지 않은 기업일수록 초특가 행사는 부담으로 되돌아올 여지가 있기 때문이죠.

AI로 생성된 이미지 [사진=챗GPT]
한편, 홈플러스의 시간은 촉박합니다. 홈플러스는 다음달 3일 회생계획안이 가결되지 않으면 미래가 불투명해질 수 있습니다. 마트 분위기를 살리기 위해 990원 도시락까지 내놓은 홈플러스는 극적으로 기사회생 할 수 있을까요. 홈플러스의 시간은 이제 모래시계 끝자락에 다다르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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