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상철 칼럼] 이번 '중동 전쟁'으로 나타난 미국의 대외 전략 수정

김상철 글로벌비지니스연구센터 원장
[김상철 글로벌비지니스연구센터 원장]


미국의 이란에 대한 기습 공격으로 세계가 다시 출렁한다. 세계 경제의 불확실성이 확대되면서 경제주체들의 초조감이 극으로 치닫는다. 이 상황이 언제 종료될지 촉각을 곤두세우면서 예의주시한다. 지금 나타나고 있는 경제적 영향으로 보면 국가별로 극명한 대조를 보인다. 경제 기본 체질이 취약한 국가일수록 상대적으로 치명적이다. 이번뿐만 아니고 악재가 터지면 늘 경험하는 일이다. 에너지나 무역에서 대외의존도가 높은 국가가 훨씬 더 나쁜 영향을 받으며, 아시아나 유럽 국가가 이들에 해당한다. 반면 실제 전쟁을 수행하고 있는 미국에 타격이 적은 것은 오히려 역설적으로 보이기도 한다. 중국이나 일본 등도 우리와 유사한 처지에 있지만, 우리가 더 휘청거리는 것은 체질적으로 더 열악하기 때문이다.
 
이 전쟁의 결과에 대해서도 전망이 각양각색이다. 기간이나 결과에 대해서도 전문가들의 의견이 상이하다. 그러나 이를 입체적으로 분석할 수 있으면 나름대로 설득력 있는 결론에 도달할 수 있다. 우선 전반적인 환경을 종합적으로 보면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과는 달리 그리 오래갈 것 같지는 않다. 다만 양자가 원하는 것들이 충족되어야 한다. 궁극적으로 미국이 원하는 것은 이란의 리더십 변화다. 핵 혹은 미사일의 제거 혹은 축소를 통한 군사력 약화 목적도 있지만, 이란의 에너지 자원이 미국이 원하는 방향으로 유턴할 수 있게 할 수 있는 파트너십을 요구한다. 지난 1월 초 단행된 베네수엘라 사례는 이란 공격에 대한 미국의 저의를 충분히 짐작게 한다. 결과에 다소 차이가 있을 수 있으나 매우 유사할 것이다.
 
다만 이란의 저항력이 베네수엘라보다 강하며, 이로 인해 시간이 더 걸릴 수 있다는 것이 다른 점이다. 시간이 갈수록 이란의 버티기는 한계가 다다를 것이고, 이로 인해 장기전보다 3~4주의 단기전이 될 것이라는 예상이 더 지배적이다. 미국 입장도 만만치가 않다. 장기전으로 끌고 갈 만큼 국내 여론 지지가 높지 않은 것도 부담이다. 가까워지고 있는 11월 중간선거 결과는 트럼프 2기 정권 후반부 정책 집행 동력 확보에 큰 분수령이 될 것이다. 이란의 속내는 더 복잡미묘하다. 제한된 군사력으로 항전 의지를 보이기 위해 걸프 국가의 미국 캠프 혹은 인프라 공격을 가하는 이유도 협상력을 높이기 위한 수단일 수 있다. 장기전이 되면 사면초가에 빠진 이란의 입지가 더 초라해진다. 물밑 협상이 이미 시작되었다는 보도가 속속 나온다. 양측이 수용할 수 있는 충분조건이 얼마나 빨리 만들어지느냐가 관건이다.
 
이 전쟁을 지켜보면서 속수무책으로 당할 수밖에 없는 한국과 같은 제3국의 경우 흐름을 바꿀만한 아무런 수단이 없다. 자칫 전쟁 관련 발언이나 미국에 대한 비판적 편에 서면 바로 미국의 보복을 당할 수도 있는 환경이다. 불필요한 행동으로 유탄을 맞기보다는 당면 위기를 넘는 단기적 대응과 더불어 전쟁 이후 나타날 수 있는 글로벌 질서 재편에 슬기롭게 대처하면서 기회를 만드는 지혜가 필요하다. 특히 한국과 같이 대외 의존형 경제 체질을 가진 나라가 어떻게 외부 위기에 휩쓸리지 않고 빠르게 회복할 수 있는가를 단계적으로 실행에 옮기는 것이다. 차일피일 미뤄오고 있는 에너지 수입선 다변화에 더해 美·中에 대한 수출의존도를 대폭 낮춰야 한다. 경제 의존 정도를 대외에서 대내로 이전하지 못한다면 더는 미룰 수 없는 일이다.
 
에너지· 광물 가진 親中 국가 우선 목표, 제조기술 보유 국가로 옮겨갈 수도
 
올해 들어 트럼프 2기 정권의 두 번에 걸친 베네수엘라와 이란에 대한 전면 공격 개시는 미국의 대외 전략에 큰 틀의 수정이 엿보인다. 미국의 패권에 사사건건 시비를 걸면서 대외 영향력을 높이고 있는 중국에 대해 직접적인 공세에 추가하여 새로운 전략을 실행에 옮기고 있다. 그동안 무차별적으로 퍼부었던 ‘중국 때리기’가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중국의 힘이 떨어지지 않고, 안보 혹은 경제적 이유로 미국 대신 중국 편에 서는 국가들의 행렬이 줄지 않는다. 에너지나 핵심(희귀) 광물을 가진 반미(反美) 성향의 국가들에 협력의 손길을 확대하면서 중국이 펼친 우산의 폭이 더 커지는 추세다. 미국의 패권이 속 빈 강정, 빛 좋은 개살구로 전락하고 있다는 비아냥까지 나온다. 한편 중국은 내부적으로 오래전부터 에너지 전환을 위해 전기차, 원자력 발전 등으로 빠르게 이동하고 있다.
 
이란은 중국이 주도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브릭스(BRICS, 2024년 가입)이면서 상하이협력기구(SCO, 2023년 가입) 회원국이다. 베네수엘라는 이 두 개 기구의 회원국은 아니나 중국의 원유 확보와 중남미 지역 진출 교두보 국가가 되었다. 중국의 원유(혹은 가스) 주요 수입 대상국 비중을 보면 러시아(약 20%), 이란(약 13%), 베네수엘라(4%) 등으로 이 3개국의 점유율이 무려 37%에 달한다. 이들 국가로부터 상대적으로 저렴한 전략적 단가로 에너지를 조달하면서 중국 경제의 성장 동력을 유지하고 있다. 중국의 경제력을 약화하는 방편으로 미국이 다른 카드를 쓰기 시작한 것으로 보인다. 에너지 소스나 광물을 갖고 있으면서 노골적으로 중국 편을 들거나 저가로 공급하는 국가가 미국의 목표물이 될 수 있음을 암시하고 있다.
 
에너지와 광물에 이어 다음으로 미국이 옮겨갈 수 있는 과녁이 무엇일까? 산업 혹은 제조 기술을 가지고 있으면서 중국에 유리한 조건을 지속해서 제공하는 국가다. 최근 트럼프 2기 정권이 보여주고 있는 동맹에 대한 기준 변화와도 맥이 닿아 있다. 단순히 민주주의나 시장경제라는 이념이나 체제라는 기존 틀에서 탈피하여 미국의 이익에 유리한 국가나 아니면 불리한 국가냐가 잣대 혹은 가치 기준이 되면서 이와 관련한 조치들이 연달아 등장한다. 무차별적 상호관세 혹은 글로벌 관세 등을 부과하면서 전통적 동맹에 대한 특별 대우는 찾아보기 힘들다. 적어도 트럼프 재임 중에는 이와 관련한 수정은 없을 듯하다. 우리 진보 정권도 이에 대한 경계감을 가질 필요가 있다. 만약 이에 역행하면 동맹 지위와는 무관하게 크게 낭패를 볼 수 있지만 이러한 분위기를 간파하고 역이용하면 반대로 이익도 챙길 수 있다.

김상철 필자 주요 이력

△연세대 경제대학원 국제경제학 석사 △Business School Netherlands 경영학 박사 △KOTRA(1983~2014년) 베이징·도쿄·LA 무역관장 △동서울대 중국비즈니스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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