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반도체 양대 축인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엔비디아 'GTC 2026'에 참가해 고대역폭메모리(HBM) 등 차세대 메모리 기술을 공개하며 경쟁력 과시에 나섰다. AI 반도체 시장을 사실상 좌우하는 엔비디아 GPU에 탑재될 메모리를 두고 양사가 글로벌 무대에서 정면 승부를 벌이는 모습이다.
17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16~19일(현지시간) 미국 캘리포니아 새너제이에서 열리는 엔비디아 'GTC(GPU Technology Conference) 2026'에 나란히 참가했다. GTC는 엔비디아가 매년 개최하는 글로벌 AI 콘퍼런스로, AI 반도체와 가속 컴퓨팅 기술을 중심으로 데이터센터와 로봇, 자율주행 등 AI 산업 전반의 최신 기술을 소개하는 행사다.
삼성전자는 이번 행사에서 차세대 AI 메모리인 HBM4E 기술력을 전면에 내세웠다. 삼성전자는 세계 최초로 출시한 HBM4E 실물 칩과 코어 다이 웨이퍼를 공개하며 차세대 AI 메모리 경쟁력을 강조했다. 삼성전자 HBM4E는 핀당 16Gbps 속도와 최대 4.0TB/s 대역폭을 지원한다.
차세대 패키징 기술도 함께 공개했다. 삼성전자는 TCB(Thermal Compression Bonding) 대비 열 저항을 20% 이상 낮추고 16단 이상 적층을 지원하는 HCB(Hybrid Copper Bonding) 기술을 소개하며 HBM 고적층 기술 경쟁력을 강조했다.
삼성전자는 특히 엔비디아 차세대 플랫폼인 '베라 루빈(Vera Rubin)'을 겨냥한 메모리 토털 솔루션을 전면에 내세웠다. 전시장에는 Rubin GPU용 HBM4와 Vera CPU용 SOCAMM2, 스토리지 PM1763을 함께 배치해 메모리와 파운드리, 패키징까지 아우르는 종합반도체(IDM) 역량을 강조했다.
삼성전자는 'Nvidia Gallery' 전시 공간을 별도로 구성해 엔비디아와의 전략적 협력 관계도 강조했다. 회사는 베라 루빈 플랫폼에 필요한 모든 메모리와 스토리지를 공급할 수 있는 '메모리 토털 솔루션' 역량을 앞세워 AI 인프라 시장에서 입지를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행사 둘째 날에는 송용호 삼성전자 AI센터장이 엔비디아 초청으로 기술 세션 발표에도 나선다. 이 자리에서 엔비디아 차세대 시스템과 이를 지원하는 삼성전자의 AI 메모리 전략을 소개할 예정이다.
SK하이닉스 역시 GTC 현장에서 AI 메모리 경쟁력을 전면에 내세웠다. SK하이닉스는 'Spotlight on AI Memory'를 주제로 전시 공간을 구성하고 AI 시대 핵심 메모리 기술을 공개했다.
전시관 입구에 마련된 '엔비디아 협업 존'은 SK하이닉스와 엔비디아 협력 성과를 보여주는 핵심 공간이다. 이곳에는 HBM4와 HBM3E, SOCAMM2 등 SK하이닉스 메모리가 실제 엔비디아 AI 플랫폼에 적용된 사례가 전시됐다.
GPU 기반 AI 가속기에 탑재된 메모리 구성을 모형과 실물 형태로 구현해 관람객이 AI 인프라에서 메모리가 어떤 역할을 하는지 확인할 수 있도록 했다. 엔비디아와 협업해 개발한 액체 냉각식 eSSD와 LPDDR5X가 탑재된 AI 슈퍼컴퓨터 'DGX Spark'도 함께 전시됐다.
제품 포트폴리오 존에서는 HBM4와 HBM3E를 비롯해 서버용 D램 모듈, LPDDR6, GDDR7, eSSD, 자동차용 메모리 솔루션 등 AI 시대를 겨냥한 메모리 제품 라인업을 선보였다.
경영진도 총출동했다. 최태원 SK그룹 회장과 곽노정 SK하이닉스 CEO 등 주요 경영진은 행사 기간 글로벌 빅테크 기업들과 만나 AI 인프라 협력 방안을 논의할 예정이다.
업계에서는 이번 GTC를 계기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간 HBM 경쟁이 더욱 치열해질 것으로 보고 있다. AI 데이터센터 확산과 함께 GPU 성능을 좌우하는 HBM 수요가 급증하면서 글로벌 메모리 시장의 주도권 경쟁도 본격화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특히 엔비디아 차세대 GPU 플랫폼이 등장할수록 HBM4 등 차세대 메모리 경쟁도 더욱 가속화될 전망이다. AI 인프라 시장이 빠르게 확대되는 가운데 엔비디아와의 협력 관계가 메모리 업체 경쟁력의 핵심 변수로 떠오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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